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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사람이나 어느 순간에 도달하면 그동안 쌓아놓았던 것이 허망하게 무너져내리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이는 그 순간을 '위기'라 부르고 어떤 이는 이 순간을 '기회'라 말한다. 사실은 동전의 양면이었다. 위기와 기회는.
2004년 닌텐도 DS의 출현은 뜬금 없었다. 사실상 어떠한 것도 새로운 기술이라고 부를만한 '획기적인 결과'가 없었던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라고 해봤자 화면이 둘로 나뉘어서 진행되는 게임 몇 개가 전부였으니 당시 게이머들은 '산만한 게이머들을 미쳐버리게 할 작고 볼품없는 기기'라는 혹평을 서슴치 않았다. 물론 필기 인식과 가볍고 작은 포터블 기기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다며 호평하는 이도 있었지만 그 즈음 소니의 PSP의 화려함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랬다. 그들에게 닌텐도 DS는 사실 대단한 새로운 '비범함'이라기보다 정작 마니아층의 외면을 통해 게임 연령대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평범함'에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닌텐도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의 최신 기술로 무장한 최첨단 게임기를 비웃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인간과 더 가까와지기 위해 비범하지 않은 평범한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용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드웨어는 보편성에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것이지만 반대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다. 완전히 비범하고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닌텐도의 보편적인 하드웨어 제조에 대한 마인드와 특별하고 차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마인드는 지금의 성공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창조의 기본인 것이다.
그런데 닌텐도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네 가지 원칙을 염두에 두었다. 첫째, 기존의 상품과는 완전히 다르게 혁신적이어야 한다. 둘째, 고객들이 원하는 대로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직관적이어야 한다. 셋째, 인터페이스가 새로워야 한다. 넷째, 고객이 자신의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어야 한다. 닌텐도에서는 이 네 가지 원칙의 앞 글자를 따서 상품을 평가하는 4i라고 부른다.
<닌텐도처럼 창조한다는 것> 52p
IT 분야의 파워 블로거로도 유명한 멀티라이터, 김정남씨의 신작 <닌텐도처럼 창조한다는 것>은 닌텐도가 걸어온 길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한편의 기업 소설을 읽는 것 마냥 흥미진진하다. 결정의 순간은 마치 슬로우비디오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고 상품과 시장의 반응과 그들의 시장 정복기는 서사시 처럼 빠른템포로 써내려간다. 그만의 스타일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개인적으로 많이 읽어봤지만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일종의 '성공 환상'을 심어주거나 태어날 때부터 비범했다는 식의 '영웅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런 내 개인적 스타일을 감안했는지 '성공'이라는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결정'의 순간과 '판단과 준비'의 시간을 서술하면서 독자에게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대단히 특별하지도 않지만 책을 덮고 나서 책 중간의 요약문을 다시 한 번 펼쳐보게 된다. 이 책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어줄 것 같지는 않지만 최소한 '결정'의 중요성과 '준비'의 중요성, 그리고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를 손 위에 올려줄 정도의 친절함을 갖췄다. 물론 아쉽게도 '창조'라는 단어에 몰입하다보니 오히려 이 책 내용의 흐름을 가로 막는 듯한 분위기다. 닌텐도의 움직임은 창조적이라기보다 '파괴적'이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기'였던 그들의 자세에 대한 서술이 매우 인상적이다.
세상에 성공의 황금 법칙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야마우치 히로시에게 성공 비결을 물으면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고 답변한다. 오히려 제발 자기한테 그 비결 좀 가르쳐달라고 되물을 정도다. 또한 전임 사장인 야마우치 히로시와 현 사장인 이와타 사토루는 직원들에게 성공을 체험한 경험이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성공 법칙 따위는 없는데 마치 자신이 그 비법을 깨달은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고까지 한다. 소니는 자신들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과거의 성공 법칙을 그대로 따라가다가 실패한 것이고, 닌텐도는 그 성공 법칙을 과감하게 파괴했기 대문에 오늘날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같은 책, 20p
2010/04/16 13:00
2010/04/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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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터앤미디어의 생각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닌텐도 DS는 사실 대단한 새로운 '비범함'이라기보다 정작 마니아층의 외면을 통해 게임 연령대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평범함'에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닌텐도처럼 창조한다는 것>
2010/04/16 1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