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나와라~ P2P

Column Ring 2007/01/30 01:04 Posted by 그만

저작권자들에게 ‘은밀한 거래 도구’인 P2P(Peer-to-Peer)는 악몽과 같은 도구다.

초기에 등장했던 ‘냅스터’는 중앙에 서버를 두고 개인간 파일 공유를 중개해줬다는 것만으로도 몇 번의 폐쇄와 재개방, 다시 인수합병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이후 국내에서의 ‘소리바다 사태’와 거의 동일하다.

이 과정은 저작권자들의 치열한 저항의 연속이었으며 막 싹트던 인터넷 공유 문화와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을 놓고 벌이는 사이버 이념의 대충돌이었다. 양측 모두 피해를 봤으며 소송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은 물론 일반 네티즌들까지 휘말리는 등 거의 5, 6년의 시간을 'P2P'란 기술에 매몰돼 양측은 혼란 속에서 미로를 걸어야만 했다.

이제 국내에서는 P2P 소프트웨어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당나귀’라 불리는 e-Donkey류의 악동들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수도 적어지고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 보호에 대한 인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P2P는 이제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렸다.

요즘에는 ‘소리바다’나 ‘푸르나’ 등을 빼고는 온라인 공유 사이트로 불리는 프리챌의 '파일구리‘ 서비스와 같은 웹 서비스 형태로만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서비스는 일단 웹 사이트에서 파일을 중개하면서도 기존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방식의 P2P보다 속도도 빠르고 안전한 반면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

P2P로 인한 폐해는 계속되고 있으나 이들은 면피성 단속이나 검색어 차단 등을 통해 일정한 조치를 취하며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어 저작권자들에게는 마지막 남은 눈엣 가시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면, ‘P2P’를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불법을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디지털 데이터를 공유하고 손쉽게 전송할 수 있는 편리한 무언가를 찾다가 만들어낸 전송 방식 가운데 하나였던 것이다.

일단의 인터넷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인터넷의 막대한 트래픽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P2P를 최적의 기술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는 기업 내부 트래픽 과부하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P2P 기술을 새로운 차원의 논의로 끌어들이고 있다.

P2P여, 분산환경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가라
P2P는 원래 고안될 때부터 병렬식의 네트워크 구성을 염두에 두었다. 즉,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PC와 PC 사이의 안전한 길을 자동으로 찾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 전체로 봐서는 트래픽 과부하 회선이 분산되는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 사이트나 FTP(파일서버)에 올려진 파일을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내려 받는 것과 달리 메신저를 통해 여러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파일을 주고받는 과정으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또한 P2P의 개념이 말단간 직접 연결의 개념이기 때문에 원격지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파일 공유, 일정 공유 등 협업 시스템으로서도 작용하며 발전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P2P 기술의 또다른 매력은 분산돼 있는 컴퓨터들을 모아 놓으면 상상 이상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자연과학이나 외계 생명체 찾기, 신약 개발을 위한 단백질 분석 등의 복잡한 연산을 잘개 쪼개 P2P로 연결돼 있는 전세계의 컴퓨터에 나눠 작업시킴으로써 남아도는 자원을 공적인 영역에 기부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그리드 컴퓨팅’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콘텐츠 미디어 업계도 이 P2P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점차 멀티미디어화 되면서 콘텐츠 대용량화 추세에 맞춰 인터넷으로 안정적으로 전송해야 할 트래픽 부담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네트워크 자원을 사용하기 위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으므로 P2P를 활용한 분산 네트워킹을 사용하면 트래픽 부담을 줄이고 인터넷 데이터 전송 품질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P2P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특히 최근 저작권 보호기술이 발전해감에 따라 파일을 다운로드하게 만들어도 콘텐츠를 비교적 안전하게 지킬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P2P 기술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배포를 결정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된 60만 시간분의 방송 프로그램을 P2P 방식으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바 있다. BBC의 야심찬 프로젝트는 유럽 최대의 통신사인 브리티시텔레콤의 도움을 받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BBC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해 말 P2P 공유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저리어스(Azureus)와 제휴를 맺고 동영상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유료 이용자가 DRM이 걸린 파일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용자들은 HD 동영상 공유사이트 ‘주데오(Zudeo)’를 통해 BBC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고선명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시청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프로그램에 링크된 블로그나 팬카페 등도 방문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주데오 서비스를 개발한 애저리어스라는 회사는 영화 배급사들이 치를 떨며 공격해왔던 비트토런트라는 P2P를 개발해 전세계에 1억3000만건 이상 배포한 장본이기도 하다.

뿔 달린 천사, P2P
P2P 방식의 인터넷전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스카이프 창업자들이 최근 공개한 HDTV 콘텐츠 제공 방식 역시 P2P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스카이프 창업자인 야누스 프리스와 니콜라우스 젠스트롬은 P2P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HDTV 콘텐츠 제공 사업인 ‘베니스 프로젝트’를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동영상을 올려 무작위 대중에게 보여지는 방식의 유튜브(YouTube) 등과 달리 IPTV 개념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HD 수준으로 실시간 송출하거나 사용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저장하거나 앞뒤로 밀거나 당길 수 있는 방식의 웹TV에 대한 모습을 설명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하나TV’에 실시간 방송을 덧붙인 모습과 닮았다. 이들은 고화질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데이터 전송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고 이러한 고품질 고용량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P2P 방식이 적당하다고 본 것이다.

‘기존 영역을 좀먹는 악마’에서 ‘효율적인 비즈니스 파트너’로, 그렇게 기술은 쓰여지는 바에 따라 변신하게 마련이다. 신기술에 대해 초기부터 신기해 하면서도 무조건적으로 우려부터하고 보는 풍토가 우리나라 미디어 업계의 현실이라면 P2P의 험난했던 질곡의 역사를 반추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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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2월호에 기고하려다 아예 글 순서를 뒤바꿔 싣게되는 바람에 기억하는 차원에서 남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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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30 01:04 2007/01/3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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