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지만 정보통신 분야의 글을 쓰다보면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일상 용어와 외래어, 그리고 국어 순화에 대한 딜레마를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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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한창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이 판을 친다고 언론이 떠들 때 즈음이었다.
당시 언론들은 혼란스러운 용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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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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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택한 정답은? 지금은 댓글이나 덧글 정도가 일상용어로 굳어지고 있지만 당시에는 '리플'이란 말이 버젓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다. 여기에 '악성'이란 말까지 더하면 '악성리플', 이것을 줄여 '악플'이라고 했다.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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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MS 윈도우는 늘 우리에게 고민을 안겨줬던 제품명이었다.
국어 연구원에서도 이 문제로 각종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데 국어 연구원의 대답은 '윈도'라는 것이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Windows'는 '오우' 발음은 '오'에서 끝나고 복수를 의미하는 's'는 붙이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Windows
윈도우
윈도
윈도즈
가지각색이다. 윈도로 쓰는 경우가 참 많지만 그만은 고집스럽게 '윈도우'라고 쓴다.
고유명사는 표기법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뚜기'와 '오뚝이'를 예로 들 수 있다. 표준어는 오뚝이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표는 '오뚜기'라고 표현해줘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생각으로(처음에는 그런 고민이 없었겠지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윈도우'라는 상표를 등록해 놓았으며 초기 윈도우 3.1을 내놓았을 때는 '한글 윈도우 3.1'이라는 상표를 박스에 표기했다.
지금은 MS도 아예 'Windows'라는 영어 단어 그대로를 보도자료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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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3.어도비 시스템즈?, 시스코 시스템즈?, 동양 시스템즈?
회사 이름에 복수를 뜻하는 's'로 끝나는 경우 '스' 또는 '즈'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 지사가 생길 때도 이들에게 기자들은 's'로 끝나는 복수형은 한글화하지 않는 것이 어법에 맞는다고 조언해줬다.
하지만 그들은 '고유명사'임을 주장하며 그대로 한국법인명을 '-즈'로 등록한다. 기자들은 이 회사명은 고유명사가 됐으므로 그대로 써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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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4.내용물이란 어색한 순화용어가 있지만 대부분 외래어로 정착된 단어 '콘텐츠'.
그런데 이것도 제각각이다.
content
콘텐츠
컨텐츠
콘텐트
컨텐트
이 용어 자체가 난감한 영어 단어다. content라고 쓸 때 이 내용물이 추상적일 때는 복수임에도 content라는 단수형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박스 안의 내용물들 이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물건들을 가르킬 때는 contents라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더 엽기적인 것은 발음. -- '오' 발음이나 '어' 발음도 있지만 '아' 발음도 있다. '칸텐트' 정도랄까. 외래어표기법에서는 원어 발음에 가깝도록 한글화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런 'o'나 'a', 또는 묵음 'g' 등의 발음은 엽기 그 자체다.
여기 또 좌절.. 그래서 일단 그만은 국어 연구원이 제시한 '콘텐츠'를 그대로 차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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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5.이젠 발음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 전 라이브닷컴을 소개할 때 '개짓'이란 표현을 썼다.
Gadget맞다 개짓.
그러나 우리는 이 용어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랬다. '가제트 형사'.
가제트와 개짓, 요즘은 또 가젯이란다.
뒤의 t는 '트'로 발음하기에는 약하다는 이견들이 있어 이를 받침 'ㅅ'으로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
위젯이 또 다른 예이다.
그러나 '카트라이더'에서 'Cart'를 '캇'이라고 하지 않는다.
--; 아.. 정말 헷갈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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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6.위와 비슷한 경우를 또 들어보자
기억하는가 P2P라는 말을 만들어내며 전세계를 '음악 공유'라는 열풍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그누텔라(Gnutela)'.
지금은 없지만 그에 대한 역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한 독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GNU'에서 파생된 'G'를 사용한 단어들은 대부분 'G'가 묵음이란다.
그도 그럴 것이 'GNU is Not Unix'라는 엽기적인 그들의 언어 유희에 우리는 난감 그 자체다.
리눅스 데스크톱 인터페이스인 '그놈(GNOME)'은 더 엽기적인 고민을 안겨줬다. 묵음으로 '놈'이라니..--;;
묵음을 하지 않아도 '그놈'이라니.. '개짓'과 함께 우리는 '그놈은 개짓을 활용했다' 같은 엽기적인 문장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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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오늘 이야기다.
청소년 스스로 음주, 군대, 입시지옥 등 다양한 사회상을 영화,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해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온라인 미디어 페스티벌이 열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청소년들의 미디어 창작활동을 지원하고자 ‘유스크리에이터 2006 미디어 페스티벌’을 다음달 3일까지 ‘유스보이스’ 사이트(youthvoice.daum.net)에서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정도면 난감함 그 자체다.
'유스크리에이터'라니..--;;
'미디어 페스티벌'이라니..
적당히 하시지.. '청소년 창작 영상 대회'라고 하면 격이 떨어져 보이나? 또는 구시대적이라고 느껴지나?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기업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제발 한글을 사랑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