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치도록 바쁩니다. 아니 요즘 미치도록 쓰고 싶은 글이 넘치는데 그 글이 너무 많아서 두려워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블로깅을 하면서 종종 찾아오는 '압박감' 같은 것이랄까, 아니면 '의무감' 같은 것이랄까요. ^^;
그럴 때 종종 제가 블로그를 대하는 태도는 '외면'입니다. ^^ 어쩔 때는 한 달 가까이 포스팅을 멈추고 너무 쓰고 싶은 글들이 나를 떠밀지 않고 기다려줄 때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가끔 그럽니다. 여전히 그럴 거구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블로그로 밥 벌어 먹기보다 밥 벌어 먹는 데 블로그 활용하기, 또는 밥 벌어 먹으면서 취미로 블로그 하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기재 같은 것이죠.
그럼에도 블로고스피어를 외면하지 못합니다. 넘치는 떡밥들에 눈이 현란해지고 이걸 어떻게 요리해먹을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러다 시기도 놓치고 그렇게 앙금을 남긴 채 바쁜 일상 속으로 되돌아 오곤 하지죠.
하지만 오늘은 간단하게나마 이 떡밥 맛이라도 봐야겠습니다.
예전에 기자라는 직업적인 틀을 깨트리며 등장한 오마이뉴스와 최근 소위 뜬다고 하는 블로그 사이의 시각차를 그만 스스로 정리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너무 지나간 떡밥에 쉰내가 느껴지는 찰라 놀랍게도 현란한 요리솜씨로 다듬어준 블로그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왜 블로그에 실패했는가[生...황홀→새벽 / R=V(Vivid)+D(Dream)]
이전 재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왜 '촛불'에서 위기의식을 느꼈나[오연호 리포트]
한미커뮤니케이션학회(KACA)의 창립30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오연호 대표가 <촛불과 미디어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한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이 글에는 수많은 트랙백이 달려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몽양부활님의 떡밥 시식이 시작됩니다.
▶오연호 대표의 기조발제문을 보며 든 생각들[고민하고 토론하고 사랑하고]
오연호 대표가 말한 내용들 가운데 블로그에 대한 현실인식에 초점을 맞춰 글을 썼죠.
-오연호 대표는 왜 블로그를 밀쳐내려 할까
-파워블로거에게 포털은 신디케이션 대상
-블로그는 내집살이 오마이뉴스는 셋방살이
중간 제목들만으로도 충분히 오연호 대표의 글에서 느낀 서운한 감정과 오마이뉴스를 거친 블로거로서 오마이뉴스를 바라보는 시선을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분들의 논의 역시 이 떡밥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새로운 채널로서의 블로그와 시민저널리즘[nalm's Blog]
▶미디어는 왜 촛불에게 위기의식을 느끼나[사악하게 세상보기]
▶블로그와 오마이뉴스 시스템은 어떤 것이 더 나은가?[5월의 작은 선인장]
몽양부활님의 글에 약간은 격앙된 어조의 오연호 대표의 글로 인해 이 떡밥은 더 맛깔나게 바뀝니다.
▶다음, 네이버 대표에겐 왜 '정연주'가 없을까?[오연호리포트]
이쯤되면 오연호 대표가 몽양부활님이 미디어다음 종사자인 것을 드러내며 포털과 오마이뉴스, 그리고 그 사이에 끼여 있는 블로그를 핑퐁 탁구로 만들어 버렸죠.
이 정도면 정말 한 두 사람이 먹기에는 넘칠 수 있는 크기의 떡밥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그런 가운데 주목되는 두 분의 글이 올라옵니다.
▶오마이뉴스와 블로그[젊은영과 태터앤미디어]
▶온라인에서의 집합적 저널리즘 활동 : 오마이뉴스와 블로그[정윤호닷컴:미디어의 미래]
이 두 글을 주목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들을 아는 사람이라서 일수도 있고 어찌보면 오연호 대표가 떡밥에 소스를 뿌리기 위해 몽양부활님의 미디어다음 종사자임을 드러냈듯이 저도 이 두 분이 오마이뉴스 출신이라는 점, 게다가 몽양부활님까지 오마이뉴스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맛있는 떡밥입니까. 블로거들의 활동이 사회적인 유의미한 영향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략하고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에 대한 의존도를 거론하는 오연호 대표를 보는 저는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류지향 비주류'의 바쁜 걸음과 그의 땀이 오히려 블로거들을 폭넓게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돌려서 말하는 건 여기까지구요. 이젠 그만의 링블로그 이야기입니다.
그만이 링블로그를 만든 이유는 두 가지였죠. 전직 기자들을 모으는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전현직 기자들을 블로그에 '투신'시키자.
그러나 상황은 좀 바뀝니다. '링블로그'라는 브랜드 아래로 들어오려는 기자가 없더라는 것이죠.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가운데 '링블로그'는 연대의 브랜드, '그만의 아이디어'는 개인 브랜드였는데 이게 통째로 제 블로그 브랜드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 하나, 왜 다른 사람들은 링블로그로 연대하지 않고 자기 도메인을 구입하고 브랜드를 관리하기 시작했을까요. 블로그에 투신한 전현직 기자들은 제 예상을 보기좋게 빗나가서 각자의 브랜드를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각자의 방법으로...
이 의문의 답은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 이야기합니다.
호스팅으로 몇 번의 트래픽 초과.. 당시 트래픽 초과 당시의 글을 보면 하루 2000히트가 넘어가면 조마조마한 상태였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07/01/24 이사를 준비하며 당분간 포스팅 없습니다.
2006/10/17 또 트래픽 초과..ㅠ.ㅠ
2006/10/17 링블로그 트래픽을 공개합니다.
2006/08/29 아.. 낚시는 그만 해야 겠다.[트래픽 초과 위험]
웹 호스팅만으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티스토리를 감안했는데요. 역시 '포털 종속'을 벗어난 모델을 찾고 실험해야 했던 저로서는 티스토리는 '응급 백업용', 또는 '블로거뉴스 송고용' 페이지로 만들고 여전히 바깥으로 돌아다닙니다.
티스토리는 왜 안 들어가냐구요? 당연하죠. 포털을 벗어나서 생태계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티스토리는 여전히 다음의 관리 권한 아래 있었고 지금 더욱 그렇지만 초기부터 어차피 포털 아래서는 포털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글이 제멋대로 차단되고 삭제되는 상황을 맞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죠.
블로거뉴스는 어떠냐구요? 아래 RSS 구독자 변화를 보세요. 답이 나옵니다. 2007년 10월경부터 종종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를 이용했더니 트래픽 폭탄이 몰려들더군요. 이들이 RSS 구독률을 높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트래픽 폭탄은 잠깐의 황홀감을 줄 수 있고 어쩌면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주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죠. 하지만 꾸준한 독자들의 증가가 가능한지, 포털의 블로거뉴스를 제외한 생태계란 것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블로거뉴스 송고를 멈춥니다. RSS 구독자수는 다시 안정을 찾고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줍니다.
요즘 가끔 필요할 때마다 블로거뉴스의 도움을 받기 위해 송고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이용'일뿐이지 링블로그 만큼은 블로거뉴스에 종속적이지 않습니다. 블로거뉴스의 도움을 받고 난 다음에는 꼭 하루 이틀 정도 냉각기를 거치는 이유는 허수 독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작업이죠.
예전에는 일 2000히트 정도를 기준으로 삼았고 점차 4000, 6000, 8000 정도를 일평균 히트 적정선으로 생각하고 이보다 급격한 상승이 있을 경우에는 잠시 블로깅을 멈추기도 합니다. 사실 그런 핑계로 블로깅을 잠깐 쉬는 것일 수도 있겠죠. ^^;
어찌됐든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블로거뉴스에 절대 종속적이지 않으며 블로거뉴스에 의존도도 매우 낮습니다. 조만간 필요에 의해 '이용'하거나 '활용'하는 경우가 있겠지만 절대 의존하지 않을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여기까지만 말하고 정리해야겠습니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처음의 글이었던 오마이뉴스는 왜 블로그에 실패했는가에서 소개된 제가 젊은영님 블로그에 달았던 댓글을 설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 대표의 파워블로그는 포털 의존적이라는 말에 확 깼습니다. ^^;; 그거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노력해왔던 많은 블로거들을 모욕하는 것 처럼 느껴지더군요. 어쨌든 이 재미있는 떡밥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까 고민중..ㅋㅋ" (그만)
오연호 대표의 오마이뉴스는 절대 이제 혁신적이지 않습니다. 내외부 비판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시민기자'가 곧 '블로거'이다라는 모호한 등치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시민기자'는 오마이뉴스와 오연호대표가 그 역할과 책임을 정의해둔 일반용어화 된 단어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쓴 글을 기사로 인정해야 그 기사를 쓴 사람을 기자로 인정해주는 시스템과 블로그는 참여자들의 주체성 자체가 다를 수 있습니다.
'블로그'와 '블로거'로서의 자존감과 존재가치, 그리고 이런 용어의 정의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이 툴의 활용 방법까지도 스스로 결정해버리는 블로고스피어와 상근기자에 의해 지면을 놓고 경쟁하는데 이 역시 선택 여부가 '조직'에 있는 오마이뉴스를 등치 비교할 필요도 없고 비교해서도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E를 만들지 않았냐고 반문하시겠지만 그 시스템은 오마이뉴스화 된 메타 블로그에 불과합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야 하는 시민 기자들의 기사 송고 시스템과
메타블로그 사이트들을 자기 중심적으로 활용해 세상과 직접 '통'하려는 블로고스피어의 시스템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블로거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규정짓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콘텐츠' '브랜드' '캐릭터'의 오너십(ownership)이 블로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나 그와 비슷한 하니리포터 등과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미디어니 저널리즘이니 사회적 가치니.. 이런 말 좀 집어치우고 솔직해집시다. 내가 노력해서 쓴 글 그냥 내가 남들에게 보여줄랍니다. 이게 블로거이구요. 내가 노력해서 쓴 글, '오마이뉴스'를 통해 남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기사 취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시스템입니다.
**덧, '기자 만들기'로 시민기자를 양성할 수 있지만 '블로거 만들기'로 블로거를 양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블로그를 만드는 순간 누구나 블로거가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만들기'가 아닌 '해보세요', 또는 '해볼까?' 정도로도 블로거는 급격하게 증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