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이 뜨거운 시절이다.
얼마 전 그만에게 전화가 왔다. 익히 알고 지내던 기자다. 흔히 말하는 보수매체 종사자다.
그가 '촛불집회'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다.
이미 그만의 성향을 알고 있는 이였기에 흠칫 "개인적인 발언인데 혹여라도 잘못 비쳐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주간지는 본지와 다르다"고 말한다. 서로 가벼운 웃음과 함께 인터뷰를 이어갔다. 어쩌면 내게 불편한 기고를 하게 하는 것보다는 인터뷰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였을 것이다.
이 주간지는 특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내심 걱정했다. 이 민감한 시기에 어쩌면 불편한 당사자(보수매체와 1인 미디어)들끼리의 대화일지 모르는 이 인터뷰가 어떻게 실릴 것인지, 그리고 그 잡지를 흐르는 논조는 무엇일지...
그리고 잡지가 나왔다. 커버스토리 인터뷰 가운데 하나였다. 맥락을 보기 위해 커버스토리 기사를 모두 링크 건다.
[‘비디오크라시(videocracy)’ 한국 뒤흔들다] ‘1인 미디어’ 전사들의 힘 촛불을 횃불로 바꿨다
[‘비디오크라시(videocracy)’ 한국 뒤흔들다] 머릿속 이상사회 온라인 타고 현실민주주의로
[‘비디오크라시(videocracy)’ 한국 뒤흔들다] “촛불 모여 들불 되듯 1인 미디어 모여 민심의 등불 되리”
다행히 그만이 말한 온전한 뜻 그대로 전달됐다. 물론 말할 때 수위조절을 해서였는지 지나치게 무난한 발언이 돼버렸다. ^^;;
그 즈음, 또 한 명의 '보수 경제지'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부는 안부성 전화였고 일부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라고 묻는 전망에 대한 부분이었다.
전화 대화 중 이 젊은 기자는 촛불집회의 장기화와 이에 대응하기 시작한 보수 매체들의 연합전선에 자못 당혹스러워했다. 보수 언론의 네티즌과 인터넷 때리기 작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자신이 생각해도 심할 정도로 기사들이 데스크를 거치면서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는 "네티즌과 인터넷 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너무 승리감에 도취되고 있는 건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글로 봐서는 언뜻 협박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젊은이의 걱정스런 탄식이었다.
보수 매체들이 인터넷을 신뢰에 구멍이 뚫린 무법천지로 만들 것이고 결국 권력자들을 움직여 규제 정책을 펴게 되면 그의 표현대로 '역습'을 받게 될 것이란 걱정이었다.
그만은 "어쩌면 정해진 수순대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이미 정해진 수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 빤해서 걱정하고 말고의 성격도 아닌데다 흐름이 뒤틀어지거나 휘어지지 않을 것은 예상돼 있었다.
2008/06/20 포털 전방위 압박중
2008/06/19 더러운 실명제 논란... 또 시작하나?
어느 노래에서 그랬던가.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고...(슬픈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이승환 노래군요.. ㅋㅋ)
고소 고발이 없는 상태에서 인지 수사에 나선 검찰이 일반 네티즌 25명을 출국금지시켰다. 실명제 확대 이야기는 또 나오고 있다. 악플의 폐해 역시 단골 소재다. 포털의 작위적 뉴스 편집 역시 문제삼고 있으며 '상업성' '왜곡' '부정확' '무책임' '불법복제' 등 네티즌의 약점 하나하나를 물고 늘어질 것이란 예측은 너무 쉽다.
억지로 엮은 황당한 기사에서 그 기자의 이름을 확인할 때면 그가 겪어야 할 갈등의 깊이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