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인을 꿈꾸거나 언론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어하는 블로거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론인들에게는 언론인들의 규범이 있고 조직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 안에서 내외부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죠.
따라서, 아무런 저널리즘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블로거가 바로 언론인으로 변신한다거나 언론인 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바로 언론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블로거와 언론인의 역할 가운데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죠.
언론인이라면 어떤 내부적 규범을 갖고 일을 할까요? 아시다시피 규범이라 함은 '지켜야 할 것'입니다. 모두 지킬 수 있느냐, 또는 지키고 있느냐는 별개로 말이죠.
<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해외 언론 서적이나 논문들을 잘 요약해놓은 책이죠. 그 가운데 뉴스의 10계명 부분을 발췌합니다.
존 맥스웰 해밀턴과 조지 A 크림스키가 1996년 공저한 '언론 붙잡기 : 신문의 내부 이야기(Hold the Press : The Inside Story on Newspapers, Baton Bouge, Louisiana State University Press)'는 명망 있는 언론기관의 언론인들이 준수하는 10가지 규칙을 제시하면서 이것은 '뉴스의 10계명(The 10 Commandments of News)'이라고 명명했다. 뉴스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서평자 주 : 이 대목은 미국 언론계에 관한 것이지만 국내 언론계에도 참고할 만하다)
1. 인쇄물이나 방송에서 거짓말을 하지 말라(사진을 변형하기 위해 신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금지된다).
2. 취재원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위협을 가하지 말라.
3. 소문이나 미확인 정보를 보도하지 말라.
4.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을 억누르거나 빠뜨리지 말라.
5. 보도나 칼럼에서 편애나 개인적 편견을 드러내지 말라.
6. (피하지 못할 사정이 없는 한) 기사를 얻기 위해 신분을 사칭하거나 사술(詐術)을 사용하지 말라.
7. 표현이나 생각을 표절하지 말라.
8. 허락 없이는 전화대화를 엿듣거나 녹음하지 말라.
9. 개인적 이익을 위해 기자의 지위를 이용하지 말라.
10. '이해의 충돌(conflict of interest)'로 해석될 수 있는 행위는 절대 하지 말라.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블로거들은 자신들의 블로깅 행위가 이러한 규범에 얼마나 합치되는지를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블로거들이 이러한 언론인 규범을 따라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언론인들의 조직적이고 사회적인 역할과 비추어 블로거들의 지위는 어느 수준인지도 고찰이 필요할 부분입니다.
그만은 제아무리 미디어형 블로거라고 해도 이 모든 규범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미디어형 블로그라고 해도 최우선의 가치는 '솔직함'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옳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해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담을 지게 되면 그 때부터 양시론 양비론의 늪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요즘 블로그의 객관성이나 중립성 논의에 있어서 4번이나 5번과 같은 규범을 블로거들에게 요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기계적인 객관성이나 중립성이 개인 블로거에게 굳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선까지 이러한 규범을 지켜야 할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만 또한 그동안 객관성이나 중립성의 허상을 많이 지적해 왔지만 이 부분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론인들의 규범 가운데 눈여겨 봐야 할 것은, 9번과 10번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 블로그로 주목을 받으면서 스스로나 남들이 인정해주는 영향력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언론인 가운데 블로깅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인적 이익' 추구에 블로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블로거로서 어느 한쪽의 이익에 부합되는 행위가 반대의 이익을 훼손하게 만드는 경우라면 이 또한 신중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만들어가는 블로그 규범 속에서 저널리즘과 블로그 사이의 차이와 공통점을 좀더 뚜렷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수백년 뉴스의 역사가 만들어 놓은 언론인의 규범과 불과 10년짜리 미디어 도구인 블로그,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