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들이 내달 출판 및 인쇄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독자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인터넷서점 업계에 따르면 기존 온라인서점에 허용됐던 신간 10% 할인 판매가 개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에 의해 10월 20일부터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가능해짐에 따라 인터넷 서점뿐 아니라 오프라인서점과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온라인 서점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된다.

도서정가제 시행, 인터넷 서점 피해? 글쎄…

지난 2000년 4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인 영국 글래스고의  '존 스미스 앤드 선'이 249년만에 폐업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서점이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1997년 이후 불과 3년 만의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야후!코리아가 정식으로 지사를 설립했으며 국내 최초의 온라인 서점으로 기록되는 교보문고의 인터넷 사이트가 개설됐다. 이후 예스24 , 알라딘, 모닝365 등 온라인 전용 서점들이 편리한 검색과 파격적인 할인, 신속한 배송 등을 무기로 중소 서점들의 목을 옥죄어나갔다.

오프라인에서도 공격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는 한편 오프라인 매장을 대형화 하고 고객들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방식으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됐다. 양측의 치열한 경쟁에 피곤해진 곳은 출판사들이었다. 이들은 대규모 물량을 소화해주는 온라인 서점을 향해 지나친 할인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대립각을 세우는 듯 보였지만 의외의 해결 방식을 찾았다. 가격을 점차 늘려 나가 할인폭만큼의 수익 보전에 자체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20일 이러한 복잡한 서점가에 새로운 기준이 마련됐다. 도서 정가제 유지를 골자로 한 개정 출판 및 인쇄진흥법이 시작된 것이다.

2003년 2 월말부터 시행돼온 기존 출판 및 인쇄진흥법은 발행된 지 12개월 이내 책의 정가 판매를 의무화하되 인터넷 서점의 경우 1년 이내 책이더라도 10% 범위 내 할인판매를 허용했다. 당시 법의 적용 시한은 5년이었다.

이번에 개정법은 도서 정가제를 유지하면서 할인판매가 가능한 신간의 범위를 1년에서 18개월로 확대하고,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 모두 신간의 10% 범위 내 할인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요 대형서점은 현재 할인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곧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할인판매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존 `출판및인쇄진흥법'에서는 인터넷서점에 한해 출간 1 년 이내의 서적을 신간으로 분류해 10% 가격할인, 10% 마일리지 적립 등 총 20% 할인혜택을 줄 수 있도록 해왔다. 또 출간 1년이 넘는 책들은 서점 마음대로 할인폭을 정하도록 했다.

온라인 서점, 마일리지를 통한 실질 할인 혜택 계속

출판사는 물론 온-오프라인 서점가는 이번에 개정된 법이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뚜렷하게 전망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그동안 탄탄한 기반을 쌓아온 온라인은 온라인대로, 대형화의 길을 걸었던 오프라인은 오프라인대로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출판사다. 온라인의 할인 경쟁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받았던 출판사들은 오프라인 서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복잡한 전략을 구사해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출판인회의는 20일 개정 출판 및 인쇄진흥법 시행일에 맞춰 법 준수를 위한 '행동준칙 '을 발표했다. 행동준칙에는 정가제의 취지에 맞지 않게 영업행위를 하는 서점에 대해서는 출판인회의 실행위원회 의결을 거쳐 일시적으로 도서 공급을 중단하거나 거래를 끊을 수 있게 하는 자구책도 포함돼 있다.

아울러 출판사도 특정 서점을 통해 정가제 취지를 해치는 영업행위를 하지 않으며 , 쿠폰과 경품의 축소 및 폐지 등도 지지한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출판인회의는 10월 말 현재 동참의지를 표명한 20여개 출판사의 서명을 받았으며, 앞으로 전 회원사의 서명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개정법 시행에 맞춰 출판사들의 할인 경쟁 자제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온라인 서점가는 기존의 마일리지나 쿠폰 제도 운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10월까지는 오히려 법 개정 특수를 노려 최대 50% 이상의 할인혜택을 통해 염가 경쟁과 각종 이벤트 행사를 개최했다.

인터파크 도서는 9월의 도서전종 쿠폰 할인전에 이어 10월에는 구매금액대별 10%의 I-Point를 최고 7000포인트까지 제공하는 추가적립 이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베스트셀러 2,000종에 대해 3만원 이상 구매하는 고객 전원에게 선착순으로 카드지갑도 증정했다.

예스24의 경우 공지를 통해 "신간도서에 적용되는 적립금(YES 포인트 ) 및 할인쿠폰은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된다. 즉, 도서정가제 개정안 시행에 따른 판매가격정책의 변동은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리브로 역시 "적립금 및 도서별 할인쿠폰은 현행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된다"고 밝히고 우수회원제도를 통해 5%까지 추가 적립을 해주는 한편, 구매금액 제한 없는 1,000원~3,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모닝365 역시 마찬가지로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지급되는 각종 마일리지 및 쿠폰 , 카드사 혜택 등은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된다"고 밝혀 개정법 시행이 온라인 책 할인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임을 업계가 강조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고객과 함께 하는 행사로 업계 영향력 유지

이미 업계는 온라인 서점들의 전략은 가격 경쟁에서 배송 경쟁, 다시 콘텐츠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고객들이 단순히 책값이 싸서 이용하던 시절은 지났기 때문에 이번 법 개정이 그다지 큰 충격파를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온라인 서점들은 최근 들어 온오프라인 행사를 적극 유치하고 고객들의 서평과 각종 출판계 소식, 책 주변 이야기 등을 콘텐츠로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인터파크도서는 지난 10월 한달 동안 매일 인터파크도서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양질의 추천도서를 무료로 증정하는 출석이벤트를 열었다.

한 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방문하여 출석 체크한 경우 , 추첨을 통해 매주 100명에게 인터파크도서 북마스터들이 선정한 금주의 추천도서를 제공하고 , 10월 한 달 동안 결석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경품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인터파크도서의 행사는 할인행사라기 보다 이번 기회에 온라인 서점의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기회를 갖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굳이 책을 사지 않더라도, 오프라인 서점을 들리듯 볼꺼리와 놀꺼리가 풍성해졌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출석체크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매일 들러도 늘 새로운 책 정보와 함께 가장 빠른 신간 소식과 이벤트, 독자 참여행사 소식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인터파크도서가 지난 8월 말 오픈한 책 블로그서비스, '북피니언' 등을 통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다양한 읽을거리가 마련돼 있다고 홍보한다. 이 회사는 개인 공간과 커뮤니케이션 도구 , 검색 기능 강화로 인해 할인이 아닌 서비스 경쟁력까지 두루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다. 또한 책을 구매하기 전, 책의 일부를 스캔하여 보여주는 '펼쳐보기' 기능을 이용하면, 책의 구성 방식이나 내용을 대략 파악할 수 있어 오프라인 서점 못지 않게 책을 신중하게 고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인터파크도서의 이 같은 자신감은 오히려 예스24나 알라딘, 모닝365 등의 온라인 전용 서점들이 내세우는 최근의 서비스 경향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온라인 서점들이 단순한 할인행사를 넘어 그 동안 서비스해오고 있던 온라인 서재, 책 블로그 등의 서비스와 회원 서평 책 출간 , 저자와의 만남, 책 콘서트 등의 독자적인 마케팅으로 고정 고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유통상의 큰 장벽을 낮추는 노력을 계속할 예정이다.

예스24는 지난 10월 26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 <열하광인>의 김탁환 작가를 초청해 '불행한 책 읽기, 행복한 글쓰기'라는 주제로 '열하일기'와 '난중일기'를 기초로 독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연금술사 >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출간을 기념하는 '마녀파티'를 오는 11월 13일 홍대 캐치라이드 클럽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서는 박기영의 신곡 발표와 신작을 주제로 한 볼거리 많은 콘서트가 펼쳐지고, 파울로 코엘료의 '마녀'를 주제로 한 파티가 펼쳐진다. 29일 극단 연우소극장에서는 '소설 쓰는 이야기와 소설가로 사는 방법'에 대한 주제로 김연수 작가와의 만남도 준비돼 있다.

인터넷 영풍문고는 지난 10월 12일부터 29일까지 도서를 구입하는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신데렐라 어린이 뮤지컬' 공연초대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시장 경쟁 체제를 국가가 관리하는 데 따른 비판도

외형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번 법개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정된 법은 외형상으로는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가격 규제를 완화시켜 온라인 서점과 동등한 경쟁조건을 갖추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구체적 내용을 보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 출판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자유기업원은 20일 성명을 내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규제로 왜곡하고 있다며 이번 법 개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단체는 시한부 규제법으로 탄생한 법이 법 개정을 통해 영속적인 법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돼 문광부가 계속해서 신간 도서의 할인율을 규제하고 가격통제를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또한 종전보다 가격규제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유롭게 할인판매를 할 수 있는 시점이 6개월이나 늦춰져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직접적인 가격할인 이외의 누적점수제, 할인쿠폰 등의 유사 할인행위도 할인판매에 포함시켜 이 역시 소비자들의 부담을 늘렸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공정한 시장 경쟁 체제를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불이익으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며 도서정가제는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이 정해야 할 소비자의 혜택을 당국과 이해 관계자가 굳이 법으로 정한 것에는 출판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적절하게 배분되어야 할 품질 높은 콘텐츠에 대한 공급 체계를 바로 잡겠다는 명분 때문이다. 이러한 명분에는 온라인 서점 업계도 대체적으로 긍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분위기여서 향후 출판계와 유통망의 큰 손으로 실질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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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미래> 11월호에 기고한 것이므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합니다. 글이 쓰여진 시점이 10월 하순이므로 현재의 상황과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달 전에 써놓았는데.. 이것 역시 공개 시기가 늦었습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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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11/26 22:37 2007/11/2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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