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서로 이름을 알고는 있었으나 오늘 처음 뵙는 분이 있었습니다.
모 언론사의 인터넷담당 팀장이시죠.
어쨌든 그 팀 모 기자의 초청에 의해 오늘 아침 일찍 방문을 했습니다. 블로그에 대해 이것저것 말해달라는 것이 그쪽의 주문이었는데요. 딱히 뭐 준비해 간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분들이 더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 분들이 제게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해 답해주기 위해 간 자리였습니다.
한 달 전, 모 홍보 대행사에서 초청한 행사에 갔을 때와는 또 다른 문제 의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빠른 말로 이어갔습니다. 말하는 도중에 뭘 이야기해야 하는지에 대해 막막해 하면서~^^
아침부터 분주한 분들인데 인터넷에 대한 작은 세미나 비슷한 것(사내 공부?)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와중에 이번의 주제를 블로그로 잡은 듯 보였습니다.
어쨌든 질문을 받아보면서 몇 가지 언론사들의 공통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가 다니던 언론사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거든요.
질문의 요점은 이것이었습니다.
"언론사에게 블로그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막연하죠? ㅋㅋ.. 일단 그만의 생각을 몇 가지 들려드렸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레베카 블러드(Rebecca Blood)는 저널리즘(언론)과 블로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블로그와 저널리즘은 아주 다르다. 블로그가 하는 일을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해내기란 불가능하며 저널리즘이 하는 일을 블로그가 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블로거는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며 자신 이외의 누구에게도 응답하지 않는다. 블로거들이 커뮤니티에 일반적으로 남겨 놓는 기사는 적어도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 기사와는 다른 것이다. <블로그(blog) 1인 미디어 시대>, 정명진 인용
레베카 블러드의 논점은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블로그가 저널리즘의 굴레를 쓰는 것에 대해 그다지 탐탁지 않아 하는 듯이 보입니다.
사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문제에 대해 그만은 다음의 포스트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죠.
2007/02/26 기자 블로그, 기회와 함정그리고 이 글에 대해 서명덕 기자는
'기자블로그, 기회와 함정'에 덧붙여라는 글을 통해 좀더 구체적으로 기자와 블로그에 대해 이야기했죠.
그 팀장님은 또 다른 의미로 '언론사의 블로그 서비스'에 대해 물어본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언론사(또는 언론사닷컴)의 블로그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는 '폐쇄성'과 '필진 구성'이라고 답했습니다.
언론사가 전략적으로 취해야 하는 블로그 서비스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그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전세계 모든 언론사들이 실험하고 있는 중이며 그 실험이 성공할 것인지 아닌지 누구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죠.
하지만 이런 예는 어떻습니까.
미국 언론들의 블로그 인수, 봇물 터질까?[JI.DIGITAL]
미국의 사례는 여전히 언론사들이 블로그를 저널리즘의 영역으로 흡수시키려는 모습입니다. 반대로 기자들을 블로거화 시키려는 무모한 시도 역시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그리 쉬워보이진 않는군요.
또는
ZDNet.com 처럼 블로그 컬럼 지향 성격의 사이트도 꽤나 흥미로운 사례죠.
또는 미디어몹의
오픈블로그, 전자신문인터넷의
이버즈 블로그, 일간스포츠의
블로그플러스, 한겨레인터넷의
필통 또는
연합뉴스와
올블로그의 기사와 실시간 인기글 교류,
오마이뉴스의 오마이뉴스 E, 매경인터넷이 최근 선보인
오렌지블로그.. 등등.. 메타 블로그 형태의 언론형 블로그 집합 모델이죠.
기존의 언론사를 중심으로 시민이 모여들기 바랬던 시민 저널리즘 영역이 점차 다양한 서비스로 분산과 집중을 거듭하면서 블로그가 모여 있는 곳마다 성향들이 뚜렷해지고 주제와 목적과 의도가 뚜렷한 글들이 모이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언론사는 꾸준히 블로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또한 제가 듣기로도 몇 곳에서는 블로그 메타 영역에 대해 새로운 니치 영역이 있을 것이란 기대로 특정한 주제의 특화형 메타 블로그들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일간스포츠가 블로그플러스에 올라온 글을 선별해 지면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형태에 대한 아이디어도 종이 신문에서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고 합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적어도 언론사에게 블로그는 경쟁자의 영역이 아니라 새롭게 도전하고 끌어 안아야 할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저를 초청한 곳에서도 블로그를 통한 독자와의 소통, 그리고 독자와 기자, 그리고 언론사 사이의 벽을 허물기 위한 준비를 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그 언론사가 어떠한 성향을 지녔건 블로그와 친해지려는 노력이 뚜렷이 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이래저래 '대세는 블로그'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