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의 불분명한 언론관

Column Ring 2007/10/02 01:09 Posted by 그만

문국현 후보 블로그 간담회가 몇 시간 전에 끝났다.

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가 주최하고 곰TV와 프리챌이 후원했으며 오마이뉴스가 실시간 방송을 중계했다.

다음블로그에서도 블로거 간담회가 있었으나 각 주자의 캠프가 주최를 하는 형식이었고 중계 등 제반 홍보가 미약했던 점이 아쉬웠다면 이 번 행사는 블로거가 주체로 나선 첫 간담회였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만도 나서서 몇 가지 질문을 했다. 물론 다른 참여자들의 열띤 질문을 가로막고 싶지 않아서 준비해 간 질문을 쏟아내지는 못했다.

현장에는 약 50여 명의 블로거들이 운집했으며 곳곳에 기업체 관계자들과 기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행사는 잘 치러졌다고 본다.

이번 행사는 블로거가 대선후보를 불러와 질문하고 답변을 듣는 첫 행사였고 대상자가 아직은 지지율이 낮은 후보이기 때문이었다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행사는 잘 치러졌고 큰 사고나 탈이 없었다. 또한 질문도 다방면에서 문 후보의 정책과 신념에 대한 확인 차원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토론회'가 아닌 '간담회'였다는 점도 이번 행사에서 굳이 흠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만일 기자적인 관점이었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블로그라면 좀더 날카롭거나 좀더 현실 밀착형 질문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현장 참석 기자의 평은 그대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다음 번에 질문 수나 분야를 집중하는 식으로 고치면 된다. 또한 50여 명이 전부 참관인이 아닌 질문자로 참여하는 상황이었다는 점, 그리고 문 후보의 정책과 관련한 토론이 아직 제도권에서도 미진하고 정보가 부족했다는 점은 이번 행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쨌든 여기까지는 이날 행사의 간략한 후기였고 다음은 문 후보에 대한 이야기.

문국현 후보는 일단 정치 신인답지 않은 능수능란함이 묻어나왔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든 자신감 있게 자신의 정책에 대해 밀고 나가는 뚝심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는 그의 경제 정책과 교육, 통일, 글로벌화에 대한 정책에 대한 블로거들의 믿음과 우려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에 대한 칭찬보다는 쓴소리를 해주는 것이 더 나을 듯 하다. 다만 다른 분야는 이미 다른 블로거들이 많이 이야기해줄 것이므로 이 블로그의 분야인 '미디어, 언론'에 국한해서 살펴본다.

대언론관이 뚜렷하지 않다.
간담회에서 그는 언론정책에 대해 두루뭉수리 넘어갔다.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표현하느니 좀더 우호적이고 괜찮은 말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몇 가지 사례에서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지난 7월 5~6일 제네바 글로벌 콤팩트 정상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노동권과 인권의 신장, 환경보호와 반부패를 강조한 ‘제네비선언’(일명 반기문선언)은 한국사회에 엄청난 메시지를 던진 것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이 내용은 다른 주간한국 인터뷰에도 실렸던 내용이다.)

또한 월간조선 10월호의 "추적, 문국현의 대선출마 선언과 스톡옵션 - 60억원대 '스톡옵션' 확보 사흘 뒤 대선출마 선언."이라는 기사에 대한 강한 반감이었다. 그는 <월간 조선>에 대한 민형사 소송까지 언급하면서 "허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면서 "현재는 기껏해야 100분의 1이나 60분의 1 정도의 손해배상밖에 못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지속적으로 기존 언론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좋은 것은 좋은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현 정부의 취재선진화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못을 박겠다고 했고 이명박 후보는 대못을 빼내겠다고 했다. 문후보는 이 대못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뜬금없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캠프를 열었을 때 다른 후보들의 캠프보다 훨씬 작았다. 하지만 그 공간에서 1/3을 프레스룸으로 만들어 놓았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었다. 프레스 미팅도 자주 갖고 모든 일정을 100% 투명하게 공개했다"

그러더니 집권하게 되면 아무래도 공개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을 것이라며 "개방은 원칙이지만 국가 기밀은 통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어느 한 쪽의 입장은 아니다"라며 분명한 답을 피했다.

아쉽게도 문 후보는 취재선진화방안 자체에 대해 분명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언론 자체가 개혁 대상에 포함돼 있지도 않은 듯 보였다. 또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일신하고 정책의 효용성을 함께 홍보해야 할 때 모든 언론이 자신의 진정성 그대로를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언론들이 그가 타파해야 하는 대상 세력이 될 수도 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그는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언론에서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10월 중순 이후 10% 이상 된다면 방송에서 다뤄질 것이고 이는 곧 신문에서도 자신을 다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연스럽게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론의 현재 보도 태도들이 '의도'를 배제하고 있다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이명박 후보와의 대결 구도로 굳어지더라도 이명박 후보측에서 주장하는 내용과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비대칭적으로 보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가 블로그에 대해 "블로그 담당 부서도 필요하면 만들어야죠"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지만 정작 블로그가 언론인지 아닌지에 대해 묻지 못한 것이 아쉽다. 지금이야 거대 언론에서 약간은 소외되고 있으니 블로그를 통한 인지도 확산을 기대하고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결국 대형 언론사만 챙기는 CEO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그에게는 여전히 '기득권 세력과의 단절'에 힘을 주어 말하면서도 간담회 내내 "어떻게 기득권 세력과의 단절을 원만히 이뤄낼 것이냐"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주지 못했다.

어쩌면 현재의 세력이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당선 이후 자신 이외의 기득권 세력을 어떻게든 제압하거나 어떤식으로든 달랠 수 있느냐에 따라 개혁 정책 성공여부가 결정될 수 있을텐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석자 대부분에게 확고한 믿음을 심어주기에는 그는 낙관적 이상주의자로 보였다.

다른 참석 블로거들의 더욱 날카로운 시선을 기대한다.

** 덧, 이 글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는 의견이 있군요. 어떤 의견이든 좋습니다. 어쩌면 지금 문 후보의 약점과 정책과 신념에 대한 선명성 지적이 그에게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찬양 일색으로는 아무 것도 얻어낼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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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10/02 01:09 2007/10/0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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