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저녁, 직장 동료들이 함께 하는 회식 자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가운데 조직의 문제를 안주거리로 삼기 시작했다.
어느 조직에서나 회식자리에서 조직의 문제, 그리고 사람의 문제에 대한 것은 좋은 화제다. 이런 이야기들이 이어지다보면 정작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뭔가 불평을 늘어놓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지우려하기 일쑤다.
그런데 직장 상사의 한 마디가 쿵 하고 와닿는다. 단순한 이야기였고 단순한 진리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냥 전하면 또 재미없으니까..^^ <배꼽> 우화풍으로 약간 각색해본다.
대야에 가득한 탁구공 가라앉히기
어느 날 스승은 제자를 물이 가득찬 대야 속으로 들어가라 시킨다. 제자가 들어간 대야는 김장을 담글 때 사용하는 커다란 대야다.
제자는 어리둥절했지만 대야 속으로 들어가 스승의 눈치를 살핀다. 사방이 팔을 뻗으면 닿을 정도의 얕은 대야. 제자가 들어가니 물이 약간 넘실거린다.
스승은 말없이 잠깐 사라지더니 탁구공 한 다발을 제자가 들어가 있는 물이 가득 찬 대야에 쏟아넣는다. 둥둥 떠 있는 탁구공이 제자의 몸 주위에서 가득히 출렁인다. 어리둥절한 제자에게 스승은 말한다.
"그 공들 모두를 바닥에 닿을 정도로 가라앉혀 놓거라"
그리고는 스승은 자리를 뜬다. 제자는 어이가 없다. 무슨 소리인가. 족히 100여개는 넘어보이는 탁구공을 어떻게 다 가라앉힌단 말인가. 하지만 스승의 목소리가 너무도 근엄하다.
제자는 열심히 탁구공을 물 아래로 밀어 넣는다. 당연히 다른 공을 잡으려 손을 떼면 탁구공은 톡톡 튀어오른다. 수 시간을 그렇게 제자는 당혹해 하면서도 스승의 명을 지키려 애쓴다.
스승은 몇 시각이 지난 뒤 제자에게 찾아온다.
그리고 조용히 제자를 대야 밖으로 나오도록 손짓 한 뒤 대야를 약간 기울인다.
물이 점점 줄어든다.
그리고 수많은 공들로 가득 찬 대야에 물이 빠져 나가자 통통 튀어 올랐던 공들은 바닥에 닿아 있다.
제자는 털썩 주저 앉는다.
우리 주위에는 정말 문제가 많죠. 도대체가 뭘 어찌해야 할지, 문제 하나가 터져 수습할라치면 다른 곳에서 다른 문제가 또 터져나오죠. 하나 둘씩 쌓여가고 하루 이틀이 지나면서 지쳐가는 우리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도 전에 우리는 대증요법에 길들여져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정작 우리는 탁구공이 바닥에 닿기를 원하면서도 그 사이에 있는 물의 존재와 깊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런지요. 어쩌면 우리는 그 대야 안에 있어서 물을 빼낼 생각을 못했던 것은 아닐런지요.
조직 내부든 국가 내부든 우리가 느끼는 문제의 원인은 사실상 몇 가지 큰 줄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처음부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기보다 순간순간의 만족감을 위한 작은 문제해결에 집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요.
깊은 밤 많은 상념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또 지겨운(?) 한 주가 시작되지만 저와 여러분 모두에게 새롭고 설레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