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나올 때가 됐는데...?"
신문발행부수가 조만간 공개된다는 소리를 얼핏 들었던 터라 별 소리 없이 지나가나보다 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여기저기를 둘러보는데, 이런! 이미 발표가 났었다. 너무나 조용하게 지나가는 바람에 내가 놓친 것이다.
한국ABC협회는 지난해말 2010년도 일간신문 공사보고서 발간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심지어 미디어 전문지인 미디어오늘과 기자협회보조차 이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일간지 가운데 한국ABC협회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2010년(2011년이 아니다!) 인증부수를 보도자료와 함께 공개한 사실을 보도한 중앙일간지는 조선일보, 국민일보
뿐이었다.
조선일보 발행부수 압도적 1위 [조선일보] 12월 29일 (목)
일간신문 2010년 발행부수 공개… 국민일보, 2009년 이어 4위 [국민일보] 12월 29일 (목)
내용을 쉽게 살펴보기 위해 아래 축약된 도표를 만들어보았다. 1만부 이하의 신문은 전국지의 의미가 거의 없다고 보아 도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실 1만부도 안 찍는 신문 역시 잘 나간다는 시사 주간지보다 수량이 적다. 시사주간지 가운데
한겨레21이나 시사인의 경우 발행부수가 약 4만부 정도 된다.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일간신문 인증기관으로 한국ABC협회를 지정했으므로 각급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1만부 이하의 신문에는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등의 기준 설정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감안했다.
자료에는 가나다순으로 나열돼 있어서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정렬했다.
오래 전부터 서로 200만부라고 주장해왔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중반 이후로 200만부를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이제 200만부
이상의 발행부수를 가진 신문은 없는 것이다. 지난 2009년 조선일보 발행부수는 1,844,783부였으니 발행부수 자체가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01년 조선일보는 243만부, 중앙일보 212만부, 동아일보 201만부였다. 2010년 현재 유가부수로만 따지면 100만부 넘는 신문은 조선일보가 유일해졌다.
이 정도로 그치면 좀 심심하다.
한국ABC협회가 조사한 이 자료는 우리나라 신문시장 환경을 제대로 조사한 내용일까? 실제로 자료에 나와 있는 유료부수란 "지국 및
가판업자가 구독자에게 판매한 부수"를 말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묘한 차이가 나타나는데 "제값을 받았느냐"에 대한 문제다.
만일 700원짜리 신문을 350원에 팔았다면 이것은 유가부수일까? 아니면 전체적으로 50% 할인된 가격이므로 절반만 유가부수로 인정해주어야 할까?
이런 문제제기로 인해 한국신문협회와 한국ABC협회는 상당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지국공사원에 따른 인증률 편차가 20%에 이르는 등 ABC 유류부수 공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의심되고, 완화된 유류부수 공사기준으로 지역신문시장에서 세트신문(중앙지와 지방지 끼워팔기)이 확산될 조짐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유류부수 중심으로 돼 있는 부수공사방식을 발행부수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건의서를 협회에 제출했었다.
부수공사를 유류부수에서 발행부수 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신문협회의 이 같은 주장은 그러나 발행부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공인 부수를
늘리기 위해 발행부수를 늘려 찍을 가능성이 있고, 판촉경쟁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부수공사의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당착적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신문협회는 또 유류부수 책정기준이 ‘구독료 50%’로 완화된 것이 중앙일간지와
지역신문을 끼워파는 ‘세트판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변경 사유로 들고 있으나 발행부수 기준으로 부수공사를 할 경우
세트판매를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신문협회, ABC협 유료부수 공개 거부 왜? [미디어 오늘] 2011년 08월 31일
여기서 주목할만한 내용이 이것이다.
유료부수를 공개할 때 유료부수의 기준이 바로 '구독료 50%'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지와 지방지의 공동 판촉의 경우 한 가구에 3개월의 중앙지를 공짜로 공급하면서 지방지를 6개월 더 끼워주는 조건이라거나 중앙지를 두 개 넣으면서 한 신문 구독료만 받아도 유가부수로 인정하겠다는 말이다.
한 지방지 편집국장이 토로한 내용도 한국의 신문 판매 현실은 이와 비슷하다.
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기준은 신문사 본사 입금 여부에 관계없이 지국에서 구독료의 50%만 받으면 되고, 서비스기간을 6개월이나
인정합니다. 지국에서 월 1만5000원 수준인 전국지는 7500원, 1만원인 지역신문은 5000원이상을 1년중에 6개월만 받으면
된다는 얘깁니다. 이는 명백히 신문사들의 독자확보를 위한 출혈경쟁을 조장하는 것이지요.
더욱이 전국지를 배달하는
지국들이 지역신문시장까지 장악하고, 전국지와 지역지를 병독하는 독자가 태반인 실정에서 지역신문 유료부수 산정은 ‘답’이 안나오는
얘깁니다. 신문지국들이 지역지는 독자에게 무료 서비스로 주고 월 1만5000원인 전국지 구독료를 받아서 1부당
1200~1700원정도만 지역신문사에 주면 되는 구조적 모순이 제주를 비롯한 각 지역에 고착화 돼있습니다. 해서 구독료가 월
1만원 수준인 지역지가 실제로는 1200~1700원 수준의 저가품이 돼서 중앙지 구독의 ‘미끼’로 전락한 것이 지역신문시장의 오랜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한국ABC협회가 ‘미끼’에 불과한 지역신문을 유료부수로 인정해서 되레 끼워팔기를 부추기는 것이 과연
합당하고 공신력이 있는 것인지요.
한국ABC협회의 역주행 [제주도민일보] 2011년 12월 11일
이 지방지 편집국장의 말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우리나라 신문 시장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자료에도 보면 알겠지만 전국일간지라고 등록돼 있는 신문 가운데 5만부 미만 유가 판매부수를 기록하고 있는 곳이 총 44개사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곳이며, 97개 지역일간지 가운데 1만부를 넘지 못하는 곳 역시 50%가 넘는 50곳이나 된다. 그럼에도 왜 다들 신문을 하려 할까?
이렇게 경쟁력 없는 신문들이 난립돼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에게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들은 누구이며 이들 광고비는 어떤 기준으로 책정돼 있는가.
지난 해 한 지방정부기관에서 했던 강의에서 한 공보담당관이 와서 "지방지들 때문에 미치겠어요. 광고를 안 주면 온갖 협박을 하고 자꾸만 '까는 기사'를 쓰고 그러니 답답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나는 "그냥 상대해주지 않으면 되지 않나요?"라고 철없는 척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에이, 아시면서..."
요즘 0%대를 기록하고 있는 종편 뉴스를 걱정하면서 기업들이 70%대의 광고비를 거하게 나눠주고 있다고 한다. 아니 보이지도 않고 영향력도 없어 보이는 방송사의 뉴스에 왜 그리 신경을 쓰는 것일까? 그리고 떳떳하며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순진하게 다시 물어본다.
2010/10/19 좀비언론을 양산하는 광고주의 하소연?* 종이가 줄었다고 해도 다들 인터넷에서 보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시는 분 있네요. ^^ 네, 문제는 현재 그 덩치를 꾸려나가기에는 온라인 매출이 고작해야 20분의 1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움직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종이를 붙들고 있기에도 힘들게 됐다는 것이구요. 그래서 방송으로 갔는데 안타깝게도 매출은 얼마나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문보다 비용이 3, 4배 더 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이 문제군요. 더 큰 문제는
수용자들의 적극적 소비 상황에서 이제 조중동이 절대적인 가치를 갖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좀더 자세히 풀어보지요~.
* 이 글에 비밀댓글이 달렸어요. '종이신문이 어렵다, 시장이 왜곡돼 있다'는 이야기에 '조중동 왜 까냐'고 하네요.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본문에 포함시킵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분도 글쓰기 좀 배워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