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망명 프로젝트?

Ring Idea 2009/03/21 02:05 Posted by 그만

다음 아고라가 지난 해 이후부터 정치적, 사회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불안(?)하게 운영되고 있는 중이다.

대선 이전의 황우석 사태를 비롯해, 디워, 그리고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광우병, 촛불집회 등을 거쳐 미네르바, 최근의 최진실, 장자연 등 연예인 자살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주제로 올리고 누리꾼들이 토론해 왔던 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다음 아고라 서비스가 전 국민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고 한달 UV라고 해봤자 다음 블로거뉴스의 1200만의 2/3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정치인 등 영향력자가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인터넷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는 믿음 때문에 수많은 '말하고자 하는' 네티즌들이 주제별로 청원하고 토론하고 사회의 이런저런 일들을 자못 심각하게 문제제기 해왔다.

그런 열기로 인해 지금의 아고라는 그 뜨겁게 달아올랐고 역설적이게도 이런 인기 때문에 다음이란 기업을 곤란에 빠트리고 있다. 반면 그 서비스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이 결국은 정부의 손에 손쉽게 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누리꾼들로부터 다음은 배신감을 안겨주는 존재가 되고 있다. 미네르바와 최근 아고라 3인의 추천수 조작 등의 모든 정보는 결국 다음으로부터 뺏어갔든 순순히 내주었든 다음이 정부에게 사용자 정보를 내준 꼴이기 때문이다.

2009/03/17 아고라 3인의 '여론조작'
2009/01/17 단지 블로거일 뿐이고...[미디어 2.0 선언]


그런데 이런 문제는 결국 특정 사업자가 서비스 인프라를 제공하고 이를 무료로 이용하면서 일부의 권리를 위임하는 형태로 약관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다. 이는 좀 지났지만 레진님의 블로그가 블라인드를 당했을 때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연상하면 이제 어떤 점이 논점인지 분명해질 것 같다.

2008/09/16 이정환닷컴의 레진사태 글의 일독을 권하며
2008/09/12 블로그 이용할 것인가 운영할 것인가
2008/09/04 레진 사태, 전선을 분명히 하자

어쨌든 작금의 상황은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열성적인 사용자들이 아고라 시스템과 아고라를 바라보는 유저들을 사랑하지만 결국 아고라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이에 아고라에서 활동하던 몇몇 논객들이 현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인터넷 망명지'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에 등장한 아고라 망명객들이 찾는 사이트다. 이들은 아고라에 적혀 있는 글의 백업까지도 고려하는 미러링이자 안전한 이전 장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듯 하다.
https://www.exilekorea.net/82

아고라 망명지 프로젝트를 위한 카페도 운영되고 있다.
http://cafe.daum.net/naneoneonaism

하지만 몇몇 글을 읽어보면서 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뭔가 정밀한 시스템 구성에 대한 논의에는 동감하겠으나 이들도 걱정하듯 접속 차단 당하기 딱 좋은 시스템이 될 것 같다.

예가 적절한지 모르겠으나 국내에 서비스되는 도박 및 음란 사이트의 망명 사례와도 유사하다. 물론 특정 누군가가 장악되어 토론이 끊기거나 제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로 해외로 망명한다지만 우리나라는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결정에 따라 아예 접속이 차단 당할 수도 있다. 당장 한 때 유명했던 소라넷(http://sora.net)을 들어가보면 쉽게 이런 우려가 이해될 것이다.

열심히 만들어 놨는데 여차 하면 아예 서비스에 접속 자체가 차단 당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접속이 차단 당할 경우 일부 우회 접속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런 우회 접속 역시 '불법'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해외 서버를 이용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운영한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법망을 피할 수는 없다. 나중에 수배되었다가 입국과 동시에 구속이 될 수도 있다.(음란물 업자가 종종 이런 덫에 걸린다) 명예훼손 등에 대한 정책을 밝혀놓고 있으나 역시 내용은 자의적일 뿐 대한민국 권력 기관은 뭐든 '걸면 걸린다'는 생각에 달려들 것이다. 정 애매하면 차단해버리면 그만이다. 요즘엔 우회 조치 역시 발견 즉시 속속 차단하고 있다.

이 아고라 망명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쉽게 예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사이트가 제대로 구축되어 잘 돌아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사이틀 몰라서 못 가거나 안 가면 그냥 변방의 조용한 작은 커뮤니티 사이트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이 프로젝트에 끌린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가 회자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서글프다.

2007/03/24 익명의 힘, 그리고 천기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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