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세컨드라이프도 한국에서 철수하는군요.

수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는 서비스임에도 한국에서의 세컨드라이프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던 글이 있었죠.

2007/09/19 세컨드라이프, 몇 년 못 갑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라고 봅니다.

제 입장에서 이 세컨드라이프는 그래픽도 구리고 시스템도 여기저기 아이디어를 도용한 흔적이 많습니다. 독창적이라고 할만한 요소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픽처리나 네트워크 기술 면에서 봐도 국내 3D MMORPG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선진적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가상현실 속 머니(돈)의 흐름을 장려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언뜻 우리나라에서 이미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게임머니 현금화에 대한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경제권에 대해 장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제도권으로 편입되기에는 매우 위험한 발상임이 틀림없습니다. 디지털 머니는 무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면으로 봤을 때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금화 할 수 있는 가상통화를 누가 조절할 것이냐는 매우 민감한 문제입니다. 린든랩 측에서 이를 공정하게 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입장일 뿐 현실 경제와의 접목은 어불성설이죠.

또한 세컨드라이프의 가장 큰 취약점은 현재 모든 3D 게임 플랫폼이 갖고 있는 그것입니다. '몰입도와 사용량'을 위한 '닫힌 플랫폼'이라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 기반의 이 3D 게임 소프트웨어는 멀티테스킹이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세컨드라이프 안에서 브라우징하고 메일 확인하고 그런다구요? 그거 하려고 그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죠.^^

이 독립실행 방식의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실행하고 접속하기 전까지 아무런 위력도 없으며 접속해서 활동한다면 다시 현실 세계와 분리되는 선천적인 장애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도대체가 성공적이기 힘든 플랫폼이라는 말이죠. 그 안의 경제권도 빠른 시간 안에 1억명을 돌파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의 조이월드나 다다월드의 운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사업적 한계가 있다고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이 서비스(SNS, 소셜 아바타 게임 등)의 잠재적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도 아주 건조하게 기존 언론 톤으로 언급했던 적도 있습니다.

2008/04/12 모니터 속 또 다른 인생 ‘세컨드라이프’

제가 주목한 것은 사실 이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가상화폐의 흐름과 현물 화폐와의 교환 가치였습니다.

2009/09/21 소셜 이코노미, 사이버 화폐는 '진짜 돈'인가

어쨌든 우리나라 서비스가 해외로 나가 성공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싸이월드 국제판들이 줄줄이 폐쇄되고 있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마이스페이스가 철수하고 구글은 현지화한답시고 초기 얼굴 바꾸는 것을 보면 국내와 해외의 IT 사이에 어지간한 벽이 생기고 있구나 싶습니다.

김형중 교수가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한 [DT 시론] `세컨드라이프` 철수서 얻는 교훈에서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한국은 일등을 쫓아가며 베끼던 시대를 지나 일등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인터넷 서비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계적인 서비스가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에 주목하기 보다 이제는 한국 안에서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서비스에 주목하고 그것을 키울 준비를 하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인지 모른다.
서비스가 전세계 공통인 것은 없습니다. 공통일 필요도 없죠. 획일성을 강조해서도 안 됩니다. 더구나 해외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오고 '운영 원칙과 사상'을 받아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 아이디어를 현지에 안착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서비스들이 고전한다고 해서 좋아할 일도 아니고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 서비스들이 고전을 겪고 있다고 아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냥 왜 이 서비스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왜곡시키지 말고 어떤 가치가 있는 서비스를 만들 것인지 집중해야 합니다. 지역의 구분에 집착하면 잘못된 범주화에 빠지고 지나치게 지역 구분을 외면하면 획일성에 사로잡혀 순발력과 적응력을 잃게 됩니다.

'우리 서비스의 세계화'에 집착하기보다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는 여전히 세계를 주름잡으며 벤처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서 웹 서비스들이 배웠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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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0:33 2009/11/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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