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Ring Idea 2009/11/29 12:30 Posted by 그만
A 경제지 기자

아침 일찍 출근하니 아이폰 대책 회의가 열렸어요. 기자는 짜증부터 나요.
데스크는 얼굴을 살짝 돌리며 말해요.

아이폰 이쁘던데... 흠.. 그래도, 우리 광고주 되기는 좀 글른 거 같고.라고 은근 압박 줘요.
옆에서 말해요.
KT가 대신 광고 해주잖아요.라고 기자가 말해요.

그래봤자 삼성과 SKT가 광고 해주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지. 알지? 이들이 우리에게 광고해주는 물량이 전체 40%야. 하고 데스크가 말해요.
제길. 이미 데스크 심기는 나빠졌어요. 알아서 길 것이지 말대답 했다는 거에요. 옆에 있는 동료가 대들지 말라고 눈길을 줘요.

그래도 꿋꿋이 예판 대기자가 거의 5만명이라고 기자가 말해요.
데스크가 못 참겠다는 듯 홱 째려봐요.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고? 네 월급이 어디서 나오는지 잘 생각해봐.라며 마지막 압박을 줘요.
기자는 생각을 고쳐 먹어요. 그리고 마지막 수단으로 이렇게 말해요.

대신 제 이름은 빼주세요.
데스크가 좋아라 해요. 데스크도 어차피 광고국에 할 말은 있어야 했다고 생각했어요.

기자는 모처에 전화를 해요. 해당 회사 홍보담당자에요. 이것저것 물어요.
홍보담당자들은 기자가 왜 전화를 했는지 알아요. 보도자료를 깔끔하게 써주겠다고 약속을 해요.
기자는 보도자료 받아서 적당히 고쳐서 내면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다짐을 받아둬야 해요.
내게 보내는 자료는 다른 회사 기자들에게 보낸거랑 똑같으면 안 되는 거 알죠.라고 기자는 홍보담당자에게 말해요.
다행이에요. 적당히 우리 회사는 상위권 경제지이고 담당자들 하고도 친해서 기자와 홍보담당자들은 말이 잘 통해요.

그렇게 기자는 다음날 기사를 송고해요.
"아이폰 열풍, 국내 통신업계 경쟁 과열. 부작용도"
기자는 내심 객관적으로 썼다고 생각해요.

데스크는 기사 제목을 바꿔요. 너무 길고 중립적인 척 하면 섹시하지 않으니까요.
"아이폰 광풍, 국내 통신사 속으로 멍든다"
기자는 짜증이나요. 하지만 자긴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어차피 애플에선 전화가 오질 않아요. 물론 삼성과 SKT가 전화하는 건 참아줄 수 있어요.
그런데 광고국이나 데스크 통해서 들어오는 압박은 정말 짜증나요.
그래도 기자는 스스로 '월급은 나오니까'라며 자위해요.

기자는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장이나 업체 가서 은근 기자 신분 밝히고 아이폰을 몇 달간 공짜로 빌려 쓸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요. 물론 점심 시간에 주변에서 보는 아이폰 포스터 보고 생각만 해요. 요즘엔 빌려주기는 커녕 그런 내용을 매장직원이 블로그에 올릴까봐 겁나요.

맙소사 기사가 포탈에 나가자마자 대문에 걸렸어요.
기자는 언제부턴가 자기네 회사 사이트보다 포탈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은근히 댓글이 많은 것을 즐기던 기자는 기대반 우려반으로 댓글을 읽어요.
기자가 병신. 알바짓하느라 고생 많다. 알고나 써라. 구경은 해봤니. 라며 댓글이 기자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요.

기자는 자기 이름이 없다는 것에 안심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안 좋아요. 기자는 정신을 차리고 아는 사람들 아이디를 동원해서 반박을 해줘요.
적어도 기자를 옹호하는 사람도 있는 것 처럼 보이게 해요.

자기 이름으로 대응하는 것은 쪽팔리는 거에요. 기자 가오도 상해요.
따지고 보면 자기가 뭘 그리 잘못했나 싶어요. 기자도 열이 받아요.

댓글을 쓴 모든 사람들을 '애플빠, 또는 아이폰빠'로 규정지어요. 그리고 쳐다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야속해요. 독자들이 구독료 한 번 제대로 내준 적 없으면서 바라는 건 너무 많다고 기자는 생각해요.

이제 퇴근해야 해요. 내일 아이템은 이미 정했어요.
"아이폰, 언론 '우려' vs 네티즌 '기대'"
자기 기사에 붙은 댓글로 자기 생각을 대신 이입시키는 기사에요. 데스크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에요.
기자는 역시 자긴 잔머리가 짱이라고 생각해요.

이상 아이폰에 대한 경제지 기자의 탐구생활이었어요.
Writer profile
author image
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9/11/29 12:30 2009/11/29 12:30

TRACKBACK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1. 열이아빠의 생각

    Tracked from koko8829's me2DAY  삭제

    [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글을 읽기전에 테레비에서 탐구생활을 한번 이상 보았어야 합니다…..글을 읽으며 왠지 머릿속에 화면이 지나가는 신기한 경험을…ㅎㅎ

    2009/11/29 21:38
  2. 하민혁의 생각

    Tracked from haawoo's me2DAY  삭제

    [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http://is.gd/56UcA

    2009/11/30 02:31
  3. whiterock의 생각

    Tracked from whiterock's me2DAY  삭제

    [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이게 언론의 현실??

    2009/11/30 09:32
  4. 태터앤미디어의

    Tracked from tattermedia's me2DAY  삭제

    [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2009/11/30 11:36
  5. 제노의 느낌

    Tracked from xenologue's me2DAY  삭제

    [탐구생활] 아이폰과 기자

    2009/11/30 11:39
  6. 아셰인의 생각

    Tracked from ashein's me2DAY  삭제

    아이폰과 기자

    2009/11/30 11:44
  7. 언론플레이는 결국 독(毒)이 된다

    Tracked from 붉은매의 일본엿보기  삭제

    언론 플레이란 말이 있다. 대기업이나 정부에서 언론을 구워 삶아서 자신들의 의도대로 글을 쓰게 한다는 말이다. 방법으로는 회유나 금품살포,접대,편의제공 등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언론플레이'가 문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다. 언론의 '치부' 이기 때문에 언론에서 입을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경찰도 이런 문제는 건드리지 못한다. 경찰서장이나 검찰간부가 명절때면 기자들에게 '봉투'를 건네거나 술대접...심지어 '모텔열쇠' 까지 건..

    2009/12/02 16:48
1  ... 347 348 349 350 351 352 353 354 355  ... 1951 

카테고리

전체 (1951)
News Ring (644)
Column Ring (295)
Ring Idea (1004)
Ring Blog Net (8)
Scrap BOX(blinded) (0)

달력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링블로그-그만의 아이디어

그만's Blog is powered by TEXTCUBE / Supported by TNM
Copyright by 그만 [ http://www.ringblog.net ].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