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싸이월드를 이야기하는 것은. 밤 늦게 몽양부활님의 흥미로운 글을 접했기 때문이다. 모두 일독을 권한다. 조만간 매일경제에서 기사화되겠지만(이미 된 것이라고.. ^^) 미리 읽어보는 맛도 있을 듯하다. 제목부터 섹시하니까. 그리고 제목에 나와 있는 '왜'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면 다시 되돌아주길 바란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니까.
일단 이 것도 읽어주기 바란다. 조금은 오래된(아마도 인터넷 세계에서는 조선왕조 시대쯤?) 이야기하는 것 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세상이 불과 6년 전 이었으니까 그리 오래 전도 아니다.
2003년도 블로그에 대한 트렌드에 천착하던 내게 2004년 소셜네트워크라는 트렌드는 새로운 먹잇감 같은 것이었다.(지금에서야 이야기지만 이렇게 기사에서 주저리주저리 구체적으로 설명해줘도 소셜 네트워크의 개념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이 내 주변엔 거의 없었다. 심지어 기자들도... --;)
2004 키워드는「사이버 인맥 구축」
명승은 기자 (ZDNet Korea) 2004/04/16
지난 해 이라크전과 함께 인터넷에서 강력하게 부상한 흐름이 블로그였다면 2004년은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ZDNet 등 주요 IT 외신들은 본격적인 경기회복 시기에 새로운 키워드로 부상하게 될 소셜 네트워킹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셜 네트워킹은 ‘인맥 구축’, ‘사회 연결망’, ‘지인 네트워크’ 등으로 불리며 올해들어 국내외 언론에서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인 구글(www.google.com)이 인맥 구축 사이트인 오컷(www.Orkut.com)이란 사이트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내년 이후에 이 사이트를 구글 검색 사이트와 통합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다.
구글의 발표 이후 MS도 인맥 관리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임을 밝혔으며 야후도 자체적으로 인맥 구축 서비스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벤처 투자자들도 인맥 구축 사이트에 대한 기술과 서비스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이 분야는 제 2의 닷컴 신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셜 네트워킹이란 직역하면 ‘사회 연결망’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의미로 보자면 ‘친구 맺기’나 우리식대로 ‘인맥 쌓기’, ‘인맥 구축’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기존 중앙집중식 커뮤니티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상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란 것은 무엇일까.
소셜 네트워킹은 이용하면 누가 어떤 주제로 어떤 사이트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내 영역을 만들어 놓고 일차적으로 가까운 내 친구들을 끌어모은다. 개인을 중심으로 된 서비스이기 때문에 내 영역에는 내가 가진 사상이나 생각, 일상 등을 솔직하게 기술할 수도 있고 이를 가까운 친구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
여기서 내 친구들도 따로 나와는 별도의 가까운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A와 B가 알고 B와 C가 서로 알지만 A와 C가 서로 모를 때 B가 A와 C를 서로 소개시켜줄 수 있고 A가 B를 거쳐 우연하게 C까지 도달해 친구를 맺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A, B, C는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확대되면 몇 단계만 건너뛰어도 자기가 만나고 싶은 지인과 교류할 수 있는 연결 통로가 생긴다. 이른바 ‘한 다리 건너 아는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그 네트워크는 무한대로 넓혀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만 봐도 어디서 많이 보아 온 모델처럼 느껴진다. 바로 SK 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싸이월드(www.cyworld.com)의 모습이다.
싸이월드 신병휘 팀장은 “현재 전세계적인 키워드가 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킹은 이미 지난 98년부터 등장한 개념”이라고 말한다. 싸이월드가 처음 생긴 99년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셜 네트워킹 개념의 서비스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수익 모델의 부재에 따라 사업 축소나 서비스 폐쇄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 신 팀장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마치 새로운 개념처럼 다시 등장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와 이를 사업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다시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야후, 구글 등이 이 분야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에 선점 효과를 노린 서비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리라는 예상이다.
구글의 오컷과 비슷한 사이트로 유렉스터(www.eurekster.com)는 소셜 네트워킹을 활용한 기술적 진보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검색을 해서 원하는 결과를 찾으면 나와 연결된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패턴으로 검색할 것이란 가정 하에 그들에게 내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검색 결과를 최우선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이 같은 데이터베이스가 쌓이게 되면 각자 자기에게 최적인 검색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딱히 소셜 네트워킹이란 단어를 차용해 만들어진 서비스는 최근 새로 오픈한 플레너스의 하이프렌(hifren.mym.net)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블로그처럼 개인 영역에 자신의 일상들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고 이 정보를 짝꿍, 인맥, 비공개, 모두 공개 등으로 단계별로 공개할 수 있다.
최근 ‘카페’라는 이름을 놓고 다음(www.daum.net)과 신경전을 펼쳤던 NHN의 네이버(www.naver.com)도 블로그와 카페를 연동시키면서 초기적인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자동 주소록 소프트웨어 개발사인 쿠쿠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하면서 올해 안에 이를 대폭 개선한 버전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소셜 네트워킹 분야에 뛰어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어느 때보다 의기양양한 쪽은 싸이월드이다. 이미 미니홈피라는 개념을 성공시키면서 친구끼리 촌수를 맺어 서로 연결시킨다는 개념으로 6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한 데다 최근에는 하루에 3만 5000명에서 4만명 가량의 추가 회원이 등록을 하는 등 비로소 전성기에 진입했다는 자체 분석이다.
신병휘 팀장은 최근의 싸이월드 붐에 대해 “소셜 네트워크의 특성상 처음에는 네트워크가 서로 이어지는 고리가 적고 지인 폭이 넓지 못해 비즈니스 모델로서 가치가 떨어지지만 일단 개인이 개인을 다단계 방식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기 때문에 탄력이 붙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각 개인끼리 서로 아는 사이로 묶여 있어 이를 이용한 기업 프로모션이나 연예인, 정치인 등의 개인 홍보가 이뤄져도 스팸메일과 같은 거부감이 없어 효과가 더 높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는 이같은 효과를 내다보고 기업에게도 개인과 같은 방식의 홈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업 홈피는 자체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어 사이버 입소문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최근 영화배우 '최성국'이나 정치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경우에도 홈피를 이용해 사이버 지지자들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일본이나 미국 등 전 세계에서 싸이월드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문의전화가 줄을 잇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사실상 싸이월드가 다른 나라에서 본받을만한 사이트가 없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같은 개념으로 시작해도 수익 모델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도 2003년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미니홈피라는 쉽고 편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개인 공간을 마련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최근 커뮤니티와 블로그의 만남이나 모바일 기능의 강화, 메신저 기능과의 연계 등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기술적인 진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 대학연구소가 여론조사전문기관에 의뢰해 한국인의 ‘사회 연결망’을 조사한 결과 ‘3.6’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도 서너 다리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연구를 1960년대 시행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다리’ 개념으로 보면 6다리를 거치면 아는 사람과 만난다고 한다. 사이버 세상에는 과연 몇 사람의 홈피를 거치면 전부터 아는 사람과 만나게 될까? @
늘 옛날에 쓴 기사는 쑥쓰럽지만 지금봐도 재미있는 마무리였다는 생각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나 할까.
눈치 챈 사람은 있겠지만 앞의 몽양부활과 내가 오래 전에 썼던 기사에서 간과한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트렌드와 문화는 조금 다른 것이라는 점이다. 트렌드는 짧은 반복 주기를 갖고 있지만 문화는 아주 긴 흐름으로 움직인다.
싸이월드의 글로벌 진출 실패 원인을 웹표준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비겁한 변명일 뿐'
몽양부활님은 '폐쇄'와 '오픈'을 테마로 싸이월드의 흥망성쇄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싸이월드의 국내에서의 흥함의 원인과 아직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남보다 월등한 폐쇄성 때문이었다. 또한 당시 관계자의 말을 빌어 싸이월드가 웹표준을 따르지 않아 개방 자체가 어려웠다는 토로는 본질을 완전히 오판하고 있는 것이었다. 세계로 나가기 위해 웹표준을 지켜야 한다는 어떠한 조건도 없다. 단지 당시의 웹 2.0 트렌드였을 뿐.
페이스북의 F8은 페이스북의 표준일 뿐, 웹표준과의 일부 호환성을 지닌다는 의미 외에는 표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연계 전략일 뿐이다. 오픈소셜이 더 개방적인 표준이지만 이 역시 산업계에서 통하는 서로 인정하는 표준일 뿐이다.
당시 싸이월드는 '웹표준'이 안 돼 있어서가 아니라 글로벌 진출에 대한 전략적 마인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에서 런칭한 싸이월드는 액티브X 없이도 잘 돌아가게끔 만들어졌었다)그 이야기는 얼마 전 소개한 시몽 뷔로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 세트>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글로벌 진출을 직접 도와주었던 자문역이기도 했다. 여기서는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말기로 하자.
어쨌든 싸이월드가 왜 글로벌화에 실패했느냐는 솔직히 내 관심사는 아니다. 뭐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싸이월드를 국가대표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다만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으로 대변되는 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는 영역이 어떻게 진화되어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뿐이다. 그래서 몽양부활님의 문제제기에 급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몽양부활님이 제기한 "토종 SNS가 파고들기엔 성벽이 너무 높았다.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이라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다"라는 아쉬움에 대한 대답을 하고 싶었다.
쉽게 이야기하자. 토종 SNS란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싸이월드는 과연 원조인가? 답은 쉽다. 심하게 말하면 싸이월드는 짝퉁으로 운 좋게 성공한 카피 서비스였다. 조금 순화해서 말하면 미투 서비스였다.
너무 독한가? ^^; 아주 순화하면 벤치마크를 잘 한 서비스... 정도? ^^;
SNS 원조를 굳이 따지자면 적어도 우리나라는 아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원조라고 불리는 곳은 사실 따로 있다. 홈페이지 서비스에서 각 개인 홈페이지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갖고 있었던 트라이포드닷컴(또는 트라이팟닷컴, Tripod.com)까지 포함시키긴 힘들겠지만 클래스메이트(Classmates.com)라는 서비스가 이미 1995년에 만들어졌다. 딱 봐도 아이러브스쿨이 벤치마크한 서비스다. 더구나 아이러브스쿨은 1999년에 개설됐다.(연도와 상관 없이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사업을 우습게 보지 마시길... 그런 사전 조사도 없이 사업을 시작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겠는가!)
1997년에는 소셜 네트워크, 즉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여러 논문이 이 사회과학적 성과로 주목받았던 시기였다. 이를 서비스로 구현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식스디그리즈닷컴(SixDegrees.com)이었다. 개념상 커뮤니티보다는 지인의 지인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기 때문에 지금의 SNS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당시 학연, 지연, 혈연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선거 때마다 이러한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악용과 함께 거부감이 가득할 때였다.
자, 누가 따라한 것일까? 아이러브스쿨은 당시 다모임을 비롯한 프리챌 등도 모두 1999년 설립됐다. 싸이월드 역시 1999년에 설립됐으니 SNS 원조 논쟁은 이미 의미 없다.
그렇다면 '미니홈피'라는 독창적인 서비스가 있지 않냐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미니홈피'라는 개념이 과연 완전하게 '독창적이었느냐'라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당시 커뮤니티 서비스의 흐름도도 이해하면 재미있을 것이다.
먼저 아이러브스쿨의 '향수'와 '관계 복원' 전략은 주효했다. 1999년 닷컴 버블과 함께 2000년 엄청난 사회적 주목을 받게 되고 오프라인에서 끊어진 관계를 복원시켜주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들을 낳게 되었다. 그러나 모교에 대한 애틋한 정은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계를 복원시켜주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온라인의 커뮤니티로 정착되어 유지되기 힘든 한계성을 함께 내포하고 있었다. 모교에서 보고 싶은 사람은 사실 몇 안 되었고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고 나서 그다음에 이 사이트에서 머물러야 할 이유가 상실되는 묘한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커뮤니티 서비스로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한 번도 시장내 1위를 해본 적 없던 다모임은 이런 상황에서는 돌파구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 학교를 매개로 한 관계 설정을 아예 개인 중심으로 돌려 프로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이름하여 아이스타일이란 프로필 서비스와 이름도 익숙한 '미니룸'이었다. 이 때가 2002년 9월. 이 아이스타일과 미니룸은 당시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비슷한 시기에 '프로필 서비스'의 하나였다.
두 서비스는 사실 서로 벤치마크하며 당시 같은 업종에 있으면서 기술적으로도 상호 교류하기도 했다. 따라서 표절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이 두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규모면에서는 프리챌 서비스의 발끝도 못따라가는 듣보잡 서비스였으므로 어찌보면 동지 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운명의 2002년, 월드컵만 이슈는 아니었다
2002년은 미국에서 프렌드스터(Friendster.com)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였고 SNS 서비스라는 분야 역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었다. 이후 2003년 마이스페이스(myspace.com)가 설립되고 이후 2004년부터 페이스북 등 서비스가 등장해 본격격적인 SNS 트렌드가 이어졌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 커뮤니티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2002년 11월 프리챌의 유료화가 전격 단행되었던 것이다. 수많은 카페가 당장 문을 닫게 되었고 프리챌 탈출 러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탈출구 중 하나가 바로 싸이월드였다.
프리챌은 사실 이 사건 이전에도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를 표절하여 법원의 서비스사용금지가처분신청까지 제기 당하는 등 하위 서비스였던 싸이월드를 오히려 도와주는 발판이 되어버렸다.
어쨌든 프리챌이라면 부러움과 시기를 갖고 있었던 싸이월드로서는 당시 프리챌의 유료화 선언은 절호의 기회였다. 싸이월드는 프리챌의 당시 실기를 역이용해 "싸이월드 평생 무료화"를 선언해버렸던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싸이월드는 SNS로 개념을 잡고 시작한 서비스가 아니라 동아리 서비스로 출발한 커뮤니티 서비스였다. 싸이월드는 프리챌 커뮤니티를 안전하게 이사해올 수 있는 툴이 개인에 의해 제공되기도 했다.(나중에 아프리카로 유명한 나우콤이 '홈피'라는 블로그+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싸이월드 데이터를 옮겨오는 이사툴을 제공하기도 했으니 세상은 참으로 돌고 돈다. ^^)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여전히 '듣보잡' 서비스였지만 일단 계정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이것저것 둘러보게 된 사용자들은 미니홈피가 자동생성되었는데 남들도 보는 미니룸과 프로필 서비스와 다름이 아닌 미니홈피가 너무 썰렁한 것을 참지 못했다.
운대가 찾아오려 했나보다. 싸이월드는 2001년 10월 사용자에게 '정액'이 아닌 아바타에게 옷을 입히고 액세서리를 사서 미니룸에 놓을 때 결제할 수 있는 도토리 서비스(이른 바 선물가게)를 시작했다. 이 역시 2000년 말 네오위즈의 온라인 캐릭터인 '아바타' 서비스의 유료화를 벤치마크한 결과였다. 2001년 10월에는 네오위즈는 아바타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시점이기도 했다. 싸이월드의 매출은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를 자본잠식 위기의 상황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당시 가시적인 매출 성과는 수익모델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며 SK컴즈가 합병을 결의하게 된 배경이 된다. 2003년 SK컴즈로 합병되면서 서비스 이용자가 순식간에 3배 가까이 늘면서 싸이월드는 세간에 '성공한 서비스'로 불리기 시작했다. 위의 기사는 2004년 절정을 향해 치닫던 시기에 쓰여진 기사라서 그 분위기를 전달하기 충분할 것 같다.
싸이월드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의 이면에는 이런 시대적인 배경이 깔려 있었다. 따라서 모든 성공이 그렇듯이 싸이월드만의 독창성과 우수성이 싸이월드의 성공을 만든 것일 수도 있지만(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도 오는 법이니까) 적어도 '토종', '원조'라는 말을 듣기에는 뭔가 쑥쓰럽지 않을까 싶다.
환상계와 현실계, 개인 관계 형성 문화와 심리
기실, 해외 서비스에서 싸이월드를 벤치마크했던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았다. 이 도토리 서비스의 기가막힌 성공이었다. 사람들이 왜 가상의 상품인 미니룸 액세서리와 미니미 캐릭터 옷을, 그것도 일정한 기간 동안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결제를 하는지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그리고 '파도타기'를 통해 친밀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국내 사용자들의 특성을 흥미롭게 보았던 것이다. 싸이월드의 '기술?' '표준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그것을 해외 사용자들이 요구하지도 않았다.
2004~2006년 싸이월드의 전성기를 거쳐 지금은 차분해진 싸이월드를 누구는 실패한 서비스라고 하고 누구는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서비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싸이월드는 세계인이 사랑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아직까진 한국인이, 그것도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가끔 해외 SNS와 국내 SNS의 차이를 묻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 그걸 왜 구분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답은 해줘야 하겠기에 '환상계'와 '현실계'의 묘한 엇갈림이라고 답하곤 한다.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일반화의 오류에 빠진 분류법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굳이 설명하자면 싸이월드는 실명제라서 이미 노출돼 있는 자신의 일부분이 과장되도록 부각하는데 몰입한다.
나르시즘을 강화시키는 '얼짱각도'라든가 근사한 '스크랩', 그리고 자신의 심리 상태를 나타내주는 아이콘 정보나 관계를 과시하는 일촌 파도타기 등이 그런 환상계로 안내한다. 반면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의 관계가 직접 반영되어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행위보다는 기존의 현실계 관계를 강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서양 SNS는 오히려 실명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기 스스로를 현실계로 드러내기 위한 노력에 분주하다. 생얼을 드러내고 자신의 활동과 자신의 주변을 드러내 자신의 존재가 현실임을 인지시키려는 노력을 한다. 가끔 그 동네 서비스를 보다 보면 주근깨가 드러난 당당한 프로필 사진에 기겁하는 이유다.
반대로 관계는 철저하게 환상계다. 뉴욕에 있는 사람이 저 멀리 캘리포니아에 있는 친구를 새로 사귀고 그 친구를 거쳐 저 멀리 유럽에 있는 친구까지 이어진다. 현실적으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온라인에서는 모두 친구다. 이들의 관계는 '환상계'에 놓여 있다.
상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싸이월드 '일촌'은 '친함'을 의미하지만, 일방향 관계로도 충분한 페이스북 '팬 되기'는 '관심'을 의미한다. 이것은 서비스의 본질적인 차이일 뿐 어느 것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마늘장아찌가 왜 세계화 되지 않는지 의문을 갖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것이다.
해외에서는 그들에게 맞는 서비스가 있는 것이고 그들은 그런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연령대별 선호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아래 그림과 같이 여전히 싸이월드와 가장 유사한 '베보', '마이스페이스'는 어린 연령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들에게 이미 쓸만한 서비스가 있는데 해외에서 날리고 있는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그 서비스로 옮겨 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자, 이제 조금 멀리 돌아왔는데 앞으로 돌아가서 몽양부활님의 기사 "SNS 원조 한국, 왜 뒤졌나?" 제목이 수정되어 기사화되길 바란다. 한국은 SNS의 원조도 아니고 뒤지고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점이다.
* 뭐야... 이거 땜에 너무 늦어버렸잖아! ㅠ,.ㅠ 아... 졸려서 이만...
* 덧, 역시 밤에 쓰면 오탈자에 비문이 양산될 수밖에 없군요. ^^; 몇 가지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2010-05-24 오전 10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