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법정스님의 저작권은 사후 50년 동안 유지됩니다. 그런데 정작 법정스님은 스스로의 저작권에 대해 '포기'라거나 '공유'라거나 하는 법적인 의사 표현이 없이 그저 '저작물의 연장 발간의 중단'을 말한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의 의지와는 달리 법은 법정스님의 저작물을 50년 동안 보호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당시 언론은 '저작권에 대한 분란'을 우려하며 출판사의 상술을 비판하면서 '절판'을 종용하기에 이르죠.
그런데 이런 과정 속에 완전히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작물이 마치 저작자와 운명을 같이하는 것 처럼 대하는 태도가 그것입니다. 저작물은 세상에 내놓는 순간, 소멸되지 않는 권리를 내포하게 되는데 이것은 사회의 공동 지적 재산이 되는 과정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저작자가 살아 있을 때와 사후 50년까지만 그와 그의 유족, 또는 상속인에게 저작권의 권리를 부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재산으로, 유물로 남겨두게 된다는 의미이지요. 이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매우 중대한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정스님은 출가하신 분이고 소속이 종교계이긴 하지만 명시적인 저작권 상속인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미 그의 저작물은 '국가 귀속'이 되었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공동 소유가 되었습니다.
▶ 법정넷 www.beopjeong.net
내가 쓴 글이므로 내가 마음대로 하고 내 맘대로 소멸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저작권자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그 저작물을 창작해낼 때까지의 모든 과정을 되짚어 보면 우리가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빚지지 않은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아직도 이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저작물, 창작물, 지적재산들은 사회적인 필요와 개인적인 욕구 충족에 의해 비롯된 산물이므로 사회적인 자산으로 그 기능을 이미 담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작자들에게 좀더 통 큰 선언을 바랬던 것입니다.
저는 지난 수년 동안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변화를 요구했으며 이는 저작물이 단순한 개인 소유가 아닌 인류가 함께 향유해야 할 유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링블로그에서 그런 글을 심심치 않게 쓰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작권 관련한 기고를 지속해오기도 했습니다.(특히 굵은 글씨는 시간 날 때 읽어주기 바랍니다)
2010/07/08 '피자 효과'와 '코리안 타코' 뒤에 숨은 나눔의 문화
2010/03/13 신생 벤처 에코시스템을 위한 준비
2009/12/07 언론사, 막장 인용은 이제 그만
2009/09/22 지적 재산권이 재앙이 되는 순간
2009/07/20 [책] 집단지성의 출발은 따뜻한 인류애로부터
2009/06/26 정보독점으로 인한 저작권 딜레마
2009/06/08 블로그 상업적 이용 괜찮은 겁니까?
2008/10/01 블로거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
2008/03/10 CCL, 저작권 지키기에서 공유로 '발상전환'
2008/01/14 누구를 위한 RSS 뉴스 전송권인가
2008/01/02 저작권자의 호탕한 선언 바란다
2007/03/23 동영상 저작권, 10년 전쟁 돌입?
저작자에 대한 권리나 지적 재산에 대한 이야기는 산업사회가 지극히 미시적인 자본주의로 이전되면서 사회 공유의 영역에서 지적 산물이 재산으로 환원되는 길이 열리고 그런 과정에서 저작자가 소외받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려면 매우 철학적으로 들리나 봅니다. 어렵습니다. 그리고 저작자들의 수세적인 모습과 정책 당국자들의 저작자 위주의 정책, 경제 주체를 국가 단위가 아닌 개별 법인과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 보호하려는 경향의 극단을 보여주는 신보호무역주의(라고 불리는 신자유주의) 체계에서 '공유'를 외치는 사람은 마치 역도 처럼 비쳐지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벤처스퀘어'라는 신개념 미디어를 준비하면서 '기부'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물론 벤처스퀘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글은 CCL의 가장 강력한 단계의 공유 선언보다 한 단계 낮은 [저작자 표시-동일조건 변경허락]을 적용하고 있지요. 잘 보면 '상업적 이용'에 대해 금지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 매체는 콘텐츠 수급을 필진에 의한 자발적 기고와 재능기부 형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죠. 다른 한편으로는 비정기적으로라도 벤처 자신이나 벤처에 도움을 주고 싶은 분의 글을 더 많이 읽히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콘텐츠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체 기사 제작을 하되 저작권을 최소한으로 한정시켜 놓았지요. 이는 '콘텐츠 소유의 미디어'가 아닌 이용자들의 저작권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어 최대한 콘텐츠 배포와 전파가 쉽도록 하자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그동안 저를 비롯한 공유저작물에 대한 광범위한 활용과 그 가치에 대한 재조명을 촉구하는 분들에게 화답하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장 제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 자체가 사람들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유저작물 사용이 자유로워진다! ‘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실행 전략’ 발표[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전문 보기..
국민과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의 사용이 자유로워진다. 저작권에 제한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유저작물을 대폭 확대하여, 전자책 산업, 디지털교과서, 1인 기업 및 스토리산업을 활성화 시키는 공유저작물*경제ㆍ문화적 활용전략 계획이 발표된 것. 오는 7월 28일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된 이번 ‘공유저작물 창조자원화 실행 전략’은 공유저작물의 발굴·확보, 활용 기반 마련,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공유저작물의 활용능력이 미래 창조경제사회의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각국은 공유저작물 확보에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구글북스, 유럽은 유로피아나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300만 건, 700만 건의 만료저작물을 확보해 놓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3만 건에 불과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문, 음악, 미술 등 분야별로 저작물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저작권이 만료*된 저작물을 발굴하고, 저작권 기증*, 자유이용허락* 등을 통한 저작권 나눔을 사회문화운동을 전개해 가치 있는 공유저작물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공공저작물의 활용 수요를 반영해,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공공저작물은 우선적으로 개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민-관 공동협력을 통한 공유저작물 디지털화의 추진
확보된 공유저작물은 ‘공유저작물 가상은행 사이트’를 통해 소재정보에서 원문DB 연계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된다. 디지털화되지 않은 공유저작물은 시장성이나 학술적 가치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DB화하되, 시장성이 높은 분야는 민간에서, 시장성은 부족하나 학술적 가치 등 보존가치가 높은 분야는 공공분야에서 디지털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저작물의 무료 개방이 어려운 공공저작물*은 관계 부처와 협의해 관련법을 개정하고, 저작자를 알 수 없는 고아저작물*이나 출판권리가 소멸된 절판저작물도 사장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도 검토할 계획이다.
공유저작물이 새로운 창조자원으로 재생산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활용 방안도 마련하며, 특히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으로 다량의 저작물을 이용해야 하는 교육 현장이나, 전자책 시장 등에서 우선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된다. 스토리텔링이나 1인 창조기업 지원 사업 등과 연계해 공유저작물을 창작소재로 활용토록 제공한다.
특히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저작권 보호 추세로 2003년 1만 건이던 저작권 침해 분쟁이 작년에는 9만 건으로 아홉 배나 늘어나는 등 사회전반의 창작의욕이 위축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그동안 보호에 치중되었던 저작권 정책을 이용활성화와 조화시키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금년 하반기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을 거쳐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초부터 본격 시동에 들어간다.
*관련 용어 설명*
공유저작물 |
만료저작물, 기증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CCL 등)저작물, 민간개방 대상 공공저작물 등 국민과 기업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을 통칭 |
만료저작물 |
저작권 보호기간(저작권법 제35조)이 끝나 저작권이 소멸된 저작물 |
기증저작물 |
저작물 권리자가 권리를 국가에 기증(저작권법 제135조)하여 그 저작재산권 등을 국가가 가지고 있는 저작물 (예 : 애국가) |
자유이용허락표시(CCL) |
Creative Commons License.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일정한 조건 하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물 자유이용허락 표시’ 방법으로서, 민간의 자율적인 운동으로 확산되어 전 세계 53개국에서 적용 보급 |
공공저작물 |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 공공부문에서 작성하였거나 보유·관리하고 있는 저작물 |
공공기관저작물 |
공공기관(산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이 보유ㆍ관리하고 있는 저작물 |
고아저작물 |
저작권은 존재하나 저작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소재불명인 저작물 |
문의/저작권산업과 02-3704-9485
구체적인 자료는 아래에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mcst.go.kr/web/notifyCourt/press/mctPressView.jsp
그나저나 이런 정책을 좀 진작에 시행했더라면 그 고생을 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말이죠. ㅋ
어쨋든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게 보이는 정책이지만 그 취지나 정책 방향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미디어 발행인으로서도 적극 동참할 생각입니다. 근데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 할지는 이 자료만 갖고는 잘 모르겠네요. 또 무슨 근엄하게 차려 입은 인사들과 교수님들이 원탁에 앉아서 행사 한 번 하고 말지도 모를 일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기대를 해봅니다. '공유 저작물'이 인류가 쌓고 있는 지적 재산을 좀더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