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미디어(Organic Media, http://organicmedialab.com)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웹 2.0의 개념을 공부하면서 미디어 2.0이란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느꼈을 때, 이후 추천사 한 줄 써달라며 보내온 큐레이션 책을 받아들고 서문을 쓰고 싶다고 출판사에 제안했을 때의 흥분이 있었다.




미디어 2.0
명승은
큐레이션
스티븐 로젠바움 저/이시은


이런 단어들이 내가 세상을 이해하고 IT와 미디어를 해설하는 데 쓰고 있는 여러 개념들을 함축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느꼈던 기술계와 언론계의 괴리감을 몸소 체험하고 있을 때 누군가는 더 알뜰살뜰 잘 챙겨서 설명하고 실험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매스미디어의 시대는 끝났다.
첫째, 매스미디어는 신문, TV, 라디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사회관계를 만드는 미디어를 말한다. 매스미디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터넷이 TV를 대체한다는 말이 아니다. 대중이라는 사회관계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불특정 다수라는 그룹은 변화무쌍한 네트워크로 대체될 것이다.
둘째, 소셜 미디어와 사물인터넷 등의 현상은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이 아니다. 미디어의 본래 개념을 일깨워주는 현상일 뿐이다. 즉 미디어가 단순한 메시지 전달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관계를 매개하는 노드이며, 심지어 이 노드 자체도 진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주는 사회, 기술적 현상이다.(오가닉 미디어, 11~12p)


여기까지 읽고 전문가들의 역할이 줄어든다고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넘쳐나는 콘텐츠가 사람들을 계속 연결시키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소중한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콘텐츠를 만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콘텐츠 생산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은 아마추어들이 근접할 수 없는 자원과 노하우를 이용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같은 책, 66p)


이 책이 갖고 있는 미덕은 '빨리 읽히지만 빨리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컨텍스트, 즉 문맥은 유려하여 읽기 쉽지만 이 속에 쓰인 개념은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T 전반의 최신 단어와 용어들이 나열돼 있고 아마존과 허핑턴포스트, 페이스북 사례들이 등장하며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최근의 IT 트렌드를 대표하는 이야기들이 맛깔스럽게 분류되고 정리돼 있다.

더불어 이 책 안에는 미디어에 대한 근원적 고찰이 들어가 있다. 이는 매스미디어와 언론이 '미디어'를 대변하는 모든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주장하듯 미디어는 원래 의미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 방법, 도구'라는 내 인식과 일치한다.

가치 중립적으로 보자면 이제 미디어는 그 네트워크 안에서의 역할과 다른 노드와의 결속력, 구성 방식이 바뀌니 권력 구조도 바뀌고 영향력도 바뀌는 것 뿐이다.

이 책에서 조금씩 언급되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 내가 상담하고 있는 많은 인터넷, 모바일 스타트업들의 본질적인 업이 '미디어'임을 눈치채고 있다면 이 책은 꼭 읽어보기 바란다.

미디어 비즈니스란 내가 만든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는 사람들의 관심도와 시간을 광고주에게 파는 행위로 돈을 버는 것이다. 현재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블로거들에게도 필독서다. 기본적으로 이 모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미디어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어 나갈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보길 권한다.

그만의 생각과 미래 비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그만의 생각과 유사하다. 이 책이 빨리 나와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난 미디어 2.0과 큐레이션 이후 또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서 밤샘을 각오하고 책을 쓸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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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4/03/17 17:34 2014/03/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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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 지원이 4월8일 종료된다. 우려스러운 것은 보안이다. 특히 금융권의 대처가 안일하다. ATM 운영체제의 90%가 윈도XP다.

화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화산이 지금은 안 터지니까 괜찮아’라고 안심한다. 하지만 제3자가 보기에는 이들의 삶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미용실에 놓인 공용 PC를 켜면서 ‘이들도 화산 옆에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PC에 깔려 있던 운영체제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의 지원이 오는 4월8일 종료되기 때문이다. 지원이 종료된다고 해서 윈도XP를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기능·보안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윈도 2003, 인터넷 익스플로러 6도 지원 대상에서 함께 빠진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무엇보다 보안 문제다. 윈도XP, 인터넷 익스플로러 6을 겨냥한 해킹이나 바이러스 침입 시도가 발생해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일부 전용 프로그램이 나오기야 하겠지만 근본적 방어는 힘들 것이다.

이런 우려를 알면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중단한다고 하니 야속하다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려 14년이 넘는 동안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주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도 없다. 아마 이런 문제를 모르고 있는 윈도XP 사용자도 없을 것이다. 윈도XP에서 지원 종료를 예고하는 메시지를 계속 띄우고 있기 때문이다.

윈도XP 사용자는 반드시 중요한 데이터를 백업하고 윈도를 업그레이드하거나 PC를 당장 교체해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계속 윈도XP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인터넷 접속 없이 홀로 사용하는 PC라면 앞으로 수십 년간 윈도XP를 계속 사용해도 무방하겠지만 인터넷에 접속된 PC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른 인터넷 사용자의 PC에 피해를 주는 ‘민폐 PC’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량의 ‘좀비 PC’가 동시다발적으로 접속해 웹사이트 기능을 마비시키는 분산서비스거부 공격(DDoS)의 도구로 쓰이거나, 사용자도 모르게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로의 중간 기착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액티브엑스 등을 고수하는 한국 IT 정책
일반인은 그나마 대부분 PC 교체 등의 방법으로 대책을 세워놨지만 막상 금융권의 대처는 안일하기 짝이 없다. 자동화기기(ATM)의 경우 윈도XP로 운영되는 경우가 무려 90%에 달한다. 이를 교체하는 데 들어갈 비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기기 교체 외에 운영체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라이선스 비용 따위 명목으로 은행마다 수백억원이 든다. 여기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금융계로선 그야말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국내 금융권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주문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윈도XP 등 위험천만한 구시대 지뢰를 하나도 내려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윈도XP 지원 종료를 홍보해온 마이크로소프트 처지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와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새로운 버전을 내놓을 때마다 한국 정부의 항의를 받는 기이한 상황을 겪어왔다. 액티브엑스가 동작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부터 지원이 종료되는 상황을 미뤄달라는 읍소까지 다양한 ‘꼴불견’이 연출됐다.

액티브엑스와 더불어 윈도XP는 한국 IT 폭발의 시기에 큰 족적을 남긴 동시에 더 이상 안고 갈 수 없는 계륵이 되어버렸다. 만일 윈도XP 대란이 일어난다면 전적으로 인재(人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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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339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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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13 14:03 2014/03/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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