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OECD PISA' 두 단어로 기사를 검색하다 보면 기가 막힌다.
거의 모든 언론이 PISA 데이터를 근거로 '한국 청소년은 프로그래밍도 못하는 질적으로 낮은 게임 쟁이들' 정도의 평가를 내린다.. 심지어 한경은 사설로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구조적인 사회 문제'로 확대 해석한다..
어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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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A 2003 자료 결과 분석 냉정할 필요 있다"
지난 25일 IT 전문 사이트 매경스팟뉴스(www.spotnews.com)가 제기한 '미국 15세 3명중 1명은 프로그래머?' 기사에 대해 PISA 2003 한국측 조사 책임 연구원은 학생들마다 프로그래밍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각 나라 응답 대상자들의 성향에 따라 응답 선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 미국 15세 3명중 1명은 프로그래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미경 연구원은 유독 한국과 일본 청소년의 프로그래밍용 컴퓨터 사용율이 낮은 점에 대해 "한국이 프로그래밍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지만 이는 나라마다 교육의 강조점이 어디냐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원은 미국, 이탈리아, 포트투갈 등 15세 청소년이 프로그래밍하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결과에 대한 신뢰 문제에 대해 "PISA 데이터는 신뢰해도 좋다"면서도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응답자가 생각하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인식 차이가 결과를 다르게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언론에서 지적되는 '고차원적인 ICT 과제 수행"에 대해서 평균치 이하로 나온 결과의 신뢰성 부분에서는 "ICT 수행 과제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항목들이라고 본다. 컴퓨터를 도구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영역에 학생들이 노출되었을 확률도 높으므로 자신감이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연구원은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서양 학생들은 '좋다'보다 '매우 좋다' 항목에 응답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에는 '매우 좋다'보다 '좋다'라는 항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경 연구원은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언론들이 지적하듯 '게임과 오락'을 동일시 여겨 마치 한국 15세 청소년들이 게임만하는 듯한 보도에 대해서 '질적 차이를 섣부르게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이 연구원은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 결과에 대해 "질적으로 낮다고 평가한 이유는 양적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석하면 된다"면서 상대적인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질적으로 낮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오락(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우리나라 학생들이 좀 많이 하는 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사 시점이 2003년인 점을 감안하면 소리바다 등 P2P와 당나귀 등 멀티미디어 자료를 무료로 다운받는 경우가 많았던 시기인 점을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다음은 이메일을 통해 이미경 연구원과 주고받은 질의 응답 내용이다.
PISA 2003 연구에 포함된 국내 설문 대상자는 총 몇 명이었는가.
전국을 대상으로 5,612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발표를 보면 질적인 부분에 있는 '프로그래밍' 관련 항목에서 유난히 한국과 일본이 낮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설문을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다(로고, 파스칼, 베이직)'이란 문항이 있던데요. 누가 요즘 이런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나?
한국과 일본에서는 학교 교육에서 프로그래밍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많이 쓰는 것이 꼭 좋은 것을 의미하는 결과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나라마다 어디에 강조를 두느냐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상식적으로 미국, 이탈리아, 포르투갈에서 15세 청소년이 프로그래밍 하는 비율이 30%가 넘는다는 것이 정확한 것인가?
결과는 PISA 데이터에 기인한 것이므로, 신뢰해도 좋다. 그러나 프로그래밍을 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고차원적인 ICT 과제 수행에 대해서 '주소록을 만들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 '웹 페이지를 구성한다', '멀티미디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든다' 등의 항목은 상식적으로 봐도 고차원적이라기 보다 '구태여 15세 학생들이 해야만 하는 내용'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호주,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이 평균 이상으로 나왔다. 이탈리아는 프로그래밍하는 비율이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이 항목에서는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어떤 유추가 가능한가?
ICT 수행 과제는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항목들이라고 본다. 컴퓨터를 도구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영역에 학생들이 노출되었을 확률도 높으므로 자신감이 더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자신감은 문화적 차이(우리나라 학생들은 '매우 좋다'보다는 '좋다'에 답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서양 학생들은 '좋다'보다는 '매우 좋다'에 응답하는 경향이 있음.)에 의한 것도 있으므로,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래밍과 ICT 과제 수행은 조금은 다른 차원이다.
인터넷과 오락(엔터테인먼트) 항목에서도 '협동 작업',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음악 다운로드' 등을 보면 일상적인 수준의 컴퓨터 활용이 활발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질적으로 낮다고 평가했던 이유가 있는가?
질적으로 낮다고 평가한 이유는 양적인 것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석하면 된다. 지적한대로 내용을 들여다 보면 질적으로 낮은 것만은 아니라고 보인다. 다만 오락의 경우는 사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좀 많이 하는 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