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었다. 여느 아침과 달랐다.
'쿵' '쿵' '쿠궁'...
우리가 살고 있는 작은 아파트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새벽 5시 조금 넘은 시각 이리저리 둘러봐도 뭔가를 큰 물체가 건물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만 들리고 어디서 나오는 소리인지 몰랐다. 바람은 세차게 불었고 눈을 비비고 나온 내게 비바람이 따갑게 쏟아졌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지하주차장에 아귀가 맞지 않는 철문이 제대로 닫히지 못한 채 왔다갔다 하며 건물을 때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급하게 문을 열어 놓은 채로 근처의 버려진 탁구채로 괴어 놓았다. 소리는 멈췄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어서 출근 준비를 서두르며 휴대폰을 꺼내 DMB를 시청했다. 방송에서는 전국에 나가 있는 취재 기자들의 긴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안방에는 IPTV가 설치돼 있는데 이것으로 실시간 방송을 틀어놓았다.
잠시 후. 잠깐의 정전이 있었다. 바깥에서는 뭔가 부서지는 소리 뭔가 날라다니며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뭔가 떨어져서 나뒹구는 소리가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들렸다. 1호선 전철은 불통이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생긴 듯 했다.
트위터를 들여다보니 난리도 아니다. 여기저기서 자신의 피해, 지나가다 보게 된 기가 막힌 태풍 피해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고하고 전달하고 있었다. 취재 기자 주변에서만 머무는 방송사 카메라가 민망하게 느껴졌다. 트위터 안에서는 뭔가 더 실감나는 현장이 펼쳐지고 사람들이 서로들 깜짝 놀라는 멘트로, 링크로, 사진으로 이 상황을 전달하고 있었다.
아이를 처가에 맡긴 채 언덕을 내려오는 길. 사람들이 삼삼오오 서서 어딘가를 바라보면 놀라와하고 있었다.
수령 310년 정도로 추정되는 보호수가 그야 말로 찟겨지며 부러져 있는 것이다.
얼른 사진 몇 장을 찍었다. 고해상으로 찍어놓고 나서 3G 무선망을 이용해 트위터로 날리려니 아무래도 버거웠는지 버벅거리는 것이다.
위의 사진을 누르면 원본 파일로 볼 수 있다. 갤럭시 S로 최대해상도로 놓고 찍은 사진이다.
너무 용량이 크다 싶어서 얼른 작은 해상도로 설정해서 마지막 한 장을 찍었다.
아침에 이 사진을 본 많은 트위터 친구들의 RT가 시작됐다. 현재까지 276건의 링크 소개가 이어지고 있다.
기사로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내 트위터에 소개된 사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례의 소스로 트위터가 이용되고 있다. 기자들도 깜짝 놀랐는지 트위터의 속보력에 놀라는 기사를 스스로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오마이뉴스는 아예 내 트윗을 제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곤파스 때문에 310년 된 보호수 부러졌어요"[오마이뉴스]
그동안 정치인, 연예인, 기업 CEO 등 유명한 취재원의 직접적인 발언을 담아내는 역할을 하거나 유명한 사건이나 사고에 대한 누리꾼의 코멘트 수집 공간으로 이용되던 트위터와 소셜미디어가 이제 매스미디어의 속보 능력을 뛰어 넘어 가장 직접적이고 현장감 넘치는 속보 매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태풍 곤파스가 트위터를 태풍의 눈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