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본부 인터넷팀은 지난 10월 1일부터 10월 5일까지의 주간모니터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와 다음이 특정당에 유리한 편향적인 뉴스 배치를 하고 있으며 군소 후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극도의 긴장감으로 중립적인 유통 역할에 치중하려던 포털로서는 입장이 곤란해진 결과였다.
네이버와 다음을 중심으로 조사된 이 보고서는 네이버는 중립적인 각 정당(후보자)에 대해 중립적인 기사가 132건으로 전체 기사 가운데 62.5%를 차지했고, 대상 정당(후보자)에 대해 옹호적인 기사가 28.0%를 차지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반면 전체 211건 기사 가운데, 보도 대상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는 23건으로 10.9%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이명박 후보 관련 기사 63건 가운데 40%가 옹호 기사였으며 12.7%만 이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노출되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옹호적인 편집 경향을 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면 후보자를 검증하는 잣대로 제공되는 각 후보자들 정책과 관련한 보도는 네이버에서 한나라당 3건, 민주노동당 2건, 기타에서 문국현 후보가 2건뿐이었다. 특히 다음은 전체 분석 대상 123건 가운데 통합신당의 경선과정 문제점에 대한 보도가 64건으로 전체 보도 가운데, 52.0%를 차지해 과반수를 넘었다.
이 보고서의 결과대로라면 네이버는 친 이명박 포털이 되고 다음은 친 민노당 포털인 셈이다. 이러한 결과에 네이버는 숙고 끝에 반박문을 대선미디어연대 및 언론사에 배포했다. 뉴스 생산자가 아닌 유통자로서 취합된 뉴스를 배치하고 있는 입장에서 의도적인 편향성이 있다는 결론은 한정하기 힘들다는 것이 요지였다.
네이버는 "언론사들이 생산한 대선 뉴스의 정파성을 벗어나고 군소정당이나 후보들도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균등하게 노출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대선 D-100일인 지난 9월 10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네이버는 댓글을 통한 지나친 정치색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정치 관련 댓글을 정치 토론장으로 일원화하는 조치까지 단행했다.
네이버는 이번 보고서가 취한 조사방법은 물론 기사 배치와 내용에 대한 보고서의 판단에 조목조목 이의를 제기했다.
■ 처음 실시한 포털 모니터링, 방법부터 어설펐다
양측의 주장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대선미디어연대의 포털에 대한 모니터링은 상당한 의의를 갖는다. 실제로 포털이 어떤 식의 양태로 편집되고 있는지를 수치화하는 첫 번째 시도였기 때문이다. 포털 뉴스의 계량적인 분석을 통한 객관성 검증의 방법을 갖추기 위한 토대로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 뉴스 감시가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보고서에서 밝힌 조사방법은 네이버의 경우 "메인페이지 및 메인메이지에 노출된 각 정당(후보자) 별 뉴스페이지의 상위 3개 의제별 묶음 기사"였으며 다음의 경우 "메인페이지 및 <대선뉴스>에 게재된 기사 가장 노출도가 큰 상단 박스 기사"를 매일 오전 9시, 오후 5시에 게재된 포털의 해당 페이지를 캡처해 어떤 의제를 중심으로 어떠한 기사를 얼마나 노출했는지 모니터했다고 밝히고 있다.
인터넷을 시간 단위도 아닌 하루 두 번만의 캡처로 편향성을 나누기에는 뉴스 흐름이 너무 빨라졌다. 하루 두 번 조사하는 이 방식은 신문 가판과 본판, 또는 방송 오전 종합 뉴스와 저녁 종합뉴스를 대상으로 한 조사 방법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샘플로는 시시각각 사안별로 변화하고 있는 인터넷 뉴스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접근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사용자들이 단순히 메인페이지를 타고 자연스럽게 안쪽 페이지를 검색한다는 가정은 신문을 1면부터 차례대로 본다는 식이라거나 방송 뉴스를 시간순으로 시청하는 패턴과 같을 것이라는 추측에 기인한 것이라 본다.
'많이 본 뉴스', '댓글이 많은 뉴스' 따위의 각 페이지마다 배치돼 있는 뉴스 모듈까지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물론 이런 모듈은 기계적인 통계에 근거한 자동 편집이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의 패턴은 내가 관심있는 뉴스를 찾아다니다가도 남들이 관심을 갖는 뉴스에 대한 호기심으로 뉴스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보고서의 문제점은 기성 언론사들의 뉴스를 취합해 뉴스를 배치해야 하는 포털뉴스의 한계를 도외시 한 채 '편향돼 있을 것'이란 전제로 편집을 봤다는 점이다. 이는 기계적인 중립성 확보에 매몰되고 있는 포털에게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원천적으로 주요 뉴스 공급원의 문제와 함께 엮여 있는 우리나라 언론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봐야 한다. 차라리 포털이 지나치게 주요 언론사 뉴스 노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지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고서가 지적한 한나라당 뉴스의 편중 현상이라거나 군소후보나 정책 공약 해설 기사 외면 등은 기성 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가 그대로 포털로 전이되고 있는 불길한 현상을 그대로 노출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 각종 정치 기사들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느냐도 연계해서 분석해야 했다.
■ 소극적인 포털, 새로운 미디어 2.0 선언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2007 대선 뉴스 이렇게 운영합니다'라는 비장한 편집자 레터를 공지한 바 있다. 이 내용 가운데 네이버가 내세운 원칙은 ▲균형성 ▲독립성 ▲정확성이었다. 뉴스의 편집 방향에 대한 기준을 내세웠다는 점에는 환영할만하지만 선언적인 공평무사, 불편부당, 공정중립 등의 허울 좋은 구호를 내세우면서 각종 편향된 시각의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들과 마찬가지로 실현 불가능한 구호처럼 보인다. 오히려 지나친 이러한 자기 검열의 결과가 대선과 정치로부터 유권자의 관심을 괴리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포털은 지금껏 '매개'에 충실했으며 새로운 차원의 '공론장'과 '뉴스백화점'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네티즌의 반응에 적극 대처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구태의연한 정치권과 권력화에 집착하고 있는 언론사들 사이에서 '견제 받지 않는 권력'으로 비판을 받으면서 지나치게 의기소침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규제기관과 언론의 압박에 사용자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조치를 군소리 없이 처리해주고 있다.
언론이 아니라면서 편집 규칙을 제정해 기계적인 중립성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한 포털의 소극적인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을 갈구해온 네티즌 역시 실망하고 있는 눈치다.
미디어 패러다임이 한 단계 도약하고 있는 지금 부담스러운 짐들은 떨궈놓아야 한다. 애드벌룬도 상승을 위해서는 무게를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특권의식과 무질서한 관행, 무작위 중복투자, 낮은 비용효율성, 국내에 안주하려는 정체성, 콘텐츠 품질보다 자극적인 소재만을 쫓는 취재 시스템, 아날로그식 업무 프로세스, 의미없는 논란 재생산, 지나친 선민의식 등은 지금 언론사가 새로운 차원의 시대에 진입할 때 가져가서는 안 될 것들이다.
반면 포털 역시 과도한 기계적 중립성, 기존 언론에 대한 지나친 의존, 혁신을 가로막고 있는 관행, 기술과 인력 사용의 불균형, 지나친 광고 의존도, 공공성보다 자극성만을 위한 기획, 네티즌의 눈높이에서 괴리된 편집 시스템, 콘텐츠 생산에 대한 미흡한 지원, 펌질을 장려하는 문화, 정치권 눈치보기 등은 버려야 할 것들일 것이다.
규제와 통제를 당연하게 여기는 이땅의 권력자들 역시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구태의연한 방식의 미디어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언로를 풀고 권력 견제에 대한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좀더 충실한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동어반복에 빠져버린 '포털이 언론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말고도 미디어 2.0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
관련 포스트 :
2007/10/14 대선연대의 포털 편파 주장에 네이버 반박
2007/10/11 네이버는 한나라당편, 다음은 민노당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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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전자신문인터넷 이버즈에 오늘 날짜로 송고된 칼럼입니다.
** 댓글에 이 글에 대한(제 개인에 대한?) 비판이 소개돼 있어 본문으로 올립니다.
명승은씨의 일방적 네이버 옹호론을 비판한다[빅뉴스]
http://bignews.co.kr/news/article.html?no=177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