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하다랄까. 전통적인 기술 벤처들이 홍보에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특정 서비스 영역의 기업들은 홍보에 상당히 강하다.
예를 들어 소셜커머스는 '반값'이란 아이템을 잠식하며 다른 모든 복잡한 연상을 가라앉혔다. 중소 상인들의 마케팅 수단이라든가, 입소문의 변형된 모습이라든가 발로 뛰는 영업이나 쿠폰, 포인트 따위의 복잡성은 일단 '반값'이란 단어로 수렴되어버렸다. 소셜커머스의 진원지가 '함께 사서 싸다'는 공동구매에 있음에도 다들 '입소문'에 근거한 '소셜'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행운 가운데 하나였을 터다.
또 하나의 분야가 뜨고 있다. 소셜 데이팅 서비스. 말 참 잘 만들어낸다.
그냥 사람 소개하고 젊은 청춘 남녀들이 짝 찾는 서비스다. 마치 새로운 종류나 새로운 분야인 것 처럼 놀라는 척 하지 말자. 이미 우린 채팅을 매개로 한 짝 찾기 서비스를 수없이 봐 왔고 메신저를 기반으로 우연을 가장한 메신저 펜팔도 지나갔다. 상대방이 보내온 쪽지를 열어볼 때마다 실망하면서도 돈을 주고 사둔 쿠폰을 소진하는 불쌍한 솔로들의 간절함을 비즈니스로 여럿이 시도하고 있다.
이음이 그러하다. 이음 서비스를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좀 특별해 보인다. 솔직히 특별하지 않다. 모바일과 우연을 몇 개 뒤섞어 놓았을 뿐. 남이 하니까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면 그냥 '이음'이란 업체가 유명해졌을 뿐 만남 서비스 자체는 이미 이 사회에 널브러져 있는 아이템이란 말이다.
여기 업계 2위인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음은 1:1 매칭이라는데 업계 2위라는 코코아북은 3:3 매칭으로 사랑의 작대기를 댄다고 한다.
이들의 언론을 상대로 하는 보도자료는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자사 서비스의 회원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 배포하면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방법을 취한다. 예를 들어 "애인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파이낸셜뉴스]" 따위의 뉴스들 말이다.
직장인 몇 프로는 어떻다더라는 식의 취업 사이트들의 홍보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물론 효율적이다. 우리나라 처럼 확인절차도 없고 통계에 대한 이해도 없는 기자들이 많은 나라에서 끊임없이 '욕망'을 대변하는 포털에 날려야 할 기사에 굶주린 기자들에게 이런 보도자료는 참으로 고마운 일용할 양식이니 말이다.
이거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하다. 장난이 아니다. 인간끼리의 인연을 이어주는 어떤 수단이든 그것을 장난으로 여기면 안 된다. 하루 종일 3명 중 누군가 내게 호기심이 있다고 연락이 오고 나는 또 그 3명 중 한명에게 사랑의 작대기를 대어본다. 하루가 지난 다음에 우리는 결과를 알게 된다고 하니 이 얼마나 오금 저리는 상황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 영역의 비즈니스를 나쁘게만 볼 이유는 없다. 나중에 어떻게 변질이 될지 눈에 선하긴 하지만 '운명'과 '우연'이란 요소로 인해 '만남'에 대한 저속한 상상은 아직 현실화되진 않고 있어 다행이다.
코코아북을 서비스하는 에이프릴세븐이란 업체는 고작 2년 된 업체다. 사실상 꽤 오래 준비해서 인터넷 어학 학습 플랫폼을 구상해서 세상에 내놓았다. '고마워요' 사람들은 그들을 고마워 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콘텐츠 업체들이 그러했듯, 이미 대다수의 교육 커뮤니티가 그러했듯 그들은 그 고마움만으로는 회사 운영을 하기 힘들었다.
빨리 변신을 해야 했다. 다행히 세상은 변하고 있었고 모바일이 있었고 세상에 솔로들은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도 솔로들이 아닌가.
두 달 전 보도자료에 그들의 회원수는 8만 명이 넘었다고 적었지만 3월 말 현재 회원수는 13만명이다. 인구의 5분의 1은 솔로일터이니 앞으로 너 늘 것은 불문가지다. 8명 정도의 인원이고 대부분 2, 30대 젊은이에 한양대학교 안에서 비비고 있으니 운영비가 그다지 과다하지도 않다.
누구는 투자를 더 받아야 한다고 난리이지만 이정훈 공동대표는 생각이 좀 복잡하다. 투자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사실 지금은 이미 이익이 나고 있는 시점이고 사업이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구태여 더 큰 성장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남의 돈을 끌어들이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어쩌면 이익을 내고 있는 그들에게 투자 제안이 오고 있는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자신감 같은 것이다. 그 스스로도 절박할 때는 아무도 안 봐주더니 성장하고 이익을 내고 있으니 투자하고 싶다는 곳에서 연락이 온다고 한다.
그 역시 사무실을 옮기고는 싶은데 그것도 굳이 비싼 곳으로 폼 재면서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 젊은이 왜 그럴까?
코코아북 서비스 운영사 에이프릴세븐 이정훈 공동대표.
이정훈 공동대표의 입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위기를 넘겼다"란 말이 나왔다.
아, 이 사람 염치가 있는 청년 기업가구나. 사업 초기 1년의 실패의 시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정부에서 지원 받은 자금이었다. 앞이 막막하고 사업을 접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기에 버티게 해준 큰 힘이었다. 스스로 "큰 도움이 되었다기보다 쿠션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
84년생 03학번인 이 대표는 학교를 9년만에 졸업했다. 그의 입장에서 학교와 정부는 이들의 사업을 보호해준 후견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회사가 어려워지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고 비즈니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과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다.
그렇다고 진취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다른 나라에 좀더 공격적으로 나가고는 싶다. 아마 투자를 받게 되면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 때문일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에게 청년 창업에 대해 물어보았다.
"부모님도 대기업에서 먼저 경험해 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근데 솔직히 지금 리스크를 감당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나이 먹고 가장이 되어서 리스크를 감내하기 힘들 거 같아요. 그리고 지금 사업을 하는 것도 어차피 사회 경험이니까요. 사회 경험한 뒤에 사업을 하느니 사업으로 사회 경험을 해보는 것이죠."
매치메이킹 사업 분야는 아직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행여라도 남녀의 인연에 대한 가벼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이정훈, 김진환 공동대표가 그런 걱정을 말끔히 없애주었으면 한다.
2012/04/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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