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뜬금없이 책 하나가 배달돼왔다. '일리'라는 출판사에서 읽어보라고 보내온 책이었다.
제목은 거창한 '구글, 신화와 야망'에 부제는 '세상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라'였다. 거창하고 거만하기까지 한 제목이 아닌가. 구글에 대한 환상을 하나 더 심어주려는 책이구나 했다. 왜 많지 않은가. 미쯔비시 성공학이라거나 잭 웰치를 거의 신으로 추앙하는 책이라거나 실리콘밸리에서 서성였다는 이유만으로 영웅이 되는 식의 책들 말이다. 그런 부류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도 앞에 읽던 책을 의외로 너무 빨리 완독했기에 다음 책을 고르다 이 책을 집었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사 칭찬으로 도배돼 있는 이 책이 얼마나 날 설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도 들었고, 책을 손에 들고 훑어보다 전세계 도서 스캔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이 걸려들어 뭐라고 썼는지도 궁금했던 차였다.
슈미트는 구글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집대성하겠다는 임무를 완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간단하게 계산을 해본 결과 300년이라는 답을 얻었다고 말했다. - 312p
“구글은 전통적 기준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사업을 종종 벌인다. 그런데 구글은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 - 35p
구글 문화에는 검증되지 않은 확신도 있다. 즉, 구글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한다고 믿거나, 구글의 모든 새로운 서비스는 인류를 위한 진보로 해석하는 것 등이다. - 147p
이 책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거의 70% 정도는 각종 보도나 내가 개인적으로 확보한 자료에서 충분히 알고 있었던 내용이었지만 나머지 30%에서 빛을 발휘했다. 의외로 차분했으며 방정맞게 최상급 표현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구글과 연계된 주변 이야기를 맛깔나게 엮었으며 구글의 실수담이나 망신살 뻗치는 어이없는 상황도 있는 그대로 덤덤하게 서술해 나갔다.
구글이 이뤄놓은 여러가지 문화적 충격과 사회적인 논란, 그리고 비즈니스의 영속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주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문제는 이 책 역시 6개월 안에 읽지 않으면 시효가 만료될 것만 같다는 인상이다. 기술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 일인지 저자도 알 것이다. 소위 '이바닥' 칼럼니스트들은 불과 몇 년 전에는 성공의 모델이었던 것이 지금은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다른 누구에게도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없는 요인이 특정한 기업에게는 성공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되고 마는 이상한 비즈니스의 나라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점을 살펴봤을 때 저자는 몇 가지 현명한 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구글이 걸어온 길을 '계획'과 '실천'으로만 묘사하는 것이 아닌 '운'과 '타인의 실수' 요소를 한데 뒤섞어 놓아 결국 '운명적'이라는 점을 설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구글 혼자의 재능으로 지금의 성공을 이뤘다기보다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실수가 있있고 사회적 분위기가 그러했고 웹을 대하는 사람들의 행동방식이 그러했다. '미친짓'이라고 표현했던 검색 광고 도입에 대한 구글 경영진의 어이없이 형편없었던 통찰력이라든가 저작권자에 대한 낮은 배려와 엔지니어 중심의 차별적 사고방식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고 매우 객관적이면서도 집중력 있는 시각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물론 매스미디어 글쟁이들의 고질적인 '단정짓기'라거나 '일반화시키기' 등의 문체가 일부 보이지만 책을 읽는 순간에는 상당히 깔끔하게 읽힌다. 최고는 아니지만 괜찮은 책이다.
이 책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왜 미국에는 기다려주는 투자자가 많고 우리나라에는 기술벤처에게 수익모델을 설명하라는 투자자가 많을까. 구글은 1998년 창업당시부터 상당 기간 동안 만성적자 기업이었으며 비용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 하마였다. 광고에 대해서는 지극히 부정적이었으며 공공연히 경영진들이 검색 광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기다렸다. 아마 구글의 성공보다 이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해준 투자자들의 안목이 미스테리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