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최근 한 신문사 특강을 하고 난 뒤 이메일을 통해 질문 받아 대답한 내용입니다.

1. 20년 글쓴 사람이 신문에 있다고 저널리스트가 아니냐?고 하셨는데, 질문만 하고 의견을 말씀안하셨습니다.

20년 동안 글 쓴 사람이 신문에 없다고 저널리스트가 아니냐? 고 묻는 것이었구요. ^^ (강연중에 저 처럼 20년 동안 글을 써온 사람은 신문사에 속해 있지 않다고 해서 저널리스트가 아니고 갓 입사해서 수습 뗀 친구를 신문 기자라고 해서 저널리스트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을 했었지요.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요.)

쉽게 생각하면 기자란 아무나 될 수 있는 직업이냐, 누군가 자격을 인증해줘야 하는 직업이냐라는 철학적인 문제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기자라는 직업적 특성은 반드시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민 각자가 주권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 각자가 알릴 권리와 사상적 자유를 누릴 권리의 구체적인 확장으로 사회적 글쓰기를 봐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행위자가 스스로 저널리스트라고 한다면 그 자격 검증 여부와 상관 없이 그 선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 일반적으로 기대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수용자들이 외면하는 조건이 되겠죠.

2. '마포(?)에서 자기 딸 잃어버렸다고 해서 네티즌들이 찾아줬더니 그 딸은 머리 깍여서 울고 있더라" 이런 경우에 책임은 어디에 있을까요? 최초의 발설자나 주장자에 대한 검증없이 어떤 행위에 가담하거나 그 주장을 실어나르는 일은 정당한가요?  

마포가 아니라 공덕역 사건이죠. 이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이번주 시사인 기고문으로 대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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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24일 오후 1시경 미국의 뉴스통신사인 AP통신의 트위터에 "백악관에 2차례 폭발이 있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상을 입었다"라는 내용을 내보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수없이 많은 리트윗이 발생했다. 뉴욕증시의 S&P 500지수가 장중 한 때 1% 이상 폭락하면서 2분만에 1천360억 달러가 증발됐다.
이후 AP통신의 트위터가 해킹되었으며 이 때문에 오보가 나간 것으로 알려지자 주가는 다시 회복됐다.

장면 둘. 19일 미국 소셜미디어 사이트(Reddit)는 보스턴 폭탄테러의 용의자를 브라운 대학의 인도계 학생으로 지목했다. 그 근거는 당시 미국 경찰의 무전통신이 대중에게 일부 공개되었고 이 음성 데이터에 근거해 당시 실종상태였던 인도계 학생의 이름을 유추해 내었다. 일부 네티즌은 현장에서 그를 본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CBS 카메라맨 캐빈 미카엘은 잘못된 용의자 이름을 트위터로 올리고 해커단체 어나니머스가 이 내용을 다시 리트윗하면서 수천번의 리트윗이 이뤄졌다.

결론적으로 오보였으며 전혀 다른 체첸계 형제가 용의자로 지목되었으며 당초 용의자 이름으로 거론된 것 역시 처음부터 잘못된 유추인 것으로 밝혀졌다.

장면 셋. 작년 6월 인터넷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에서 게시판에 있는 한 남성이 자신의 가출한 딸을 찾아달라는 제보 내용을 알렸다. 이 내용은 수많은 리트윗을 받았고 이 가출한 딸은 '공덕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알려진다. 네티즌과 경찰과 언론이 이 여성을 찾아내었고 결국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딸의 아버지라 주장했던 이는 사실상 7년 동안 가혹행위를 해왔던 장본인이었다. 집에 돌려보내진 후에도 가혹행위가 있었고 이 남자는 구속됐다.

이쯤되면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 그래야 노땅 스타일의 완성이다.

그런데 위 사건들을 하나씩 뜯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먼저, 어디서부터가 잘못되었는가이다. 잘못된 최초 인식이 그럴 듯 했다는 것이다. 누구도 ‘범죄 의도’를 갖고 이 소식을 전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으니 전달하자’라고 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의식을 ‘사이버 자경단’ 현상으로 말할 수 있다.

여기에 이런 소식들이 전파되는 현상 자체를 관찰하던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의 역할이 더해진다. 전달하거나 의견을 덧붙이는 것이다. 보통 이런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영향력자’로 분류되어 전파 단계에서 중요한 확산단계의 씨앗 역할을 한다. 이렇게 ‘소식’은 다양한 의견이 덧붙여지며 확산되어간다. 이 확산의 시간은 전자적인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순식간’이 된다.

그리고 나서 어느 정도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공감’의 증폭 작용이 되면 매체를 접촉하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 자리잡게 된다. 이전과 다른 광범위한 ‘뉴스의 되먹임’에 대한 현상이다.

이제 소셜미디어를 비난하거나 소셜네트워크에 대한 부작용을 논할 필요가 없다. 이미 매스미디어 종사자들이 소셜미디어 안에서 뉴스 거리를 찾고 있고 이를 소재로 글을 쓰고 취재하고 있다. 더 이상 누워서 침을 뱉을 필요가 있을까.

영국의 매체 가디언은 구글의 닥스(Docs) 서비스를 이용해 자신들의 취재 일정, 아이템, 담당 기자들의 배정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독자들은 별도로 자신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사를 제보하고 공동 취재를 제안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이야기하자고 한다. 그리고 함께 확인하자고 한다. 소셜미디어와 기존 언론의 시너지는 여기서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뉴욕타임즈 편집인인 에이브럼슨은 미국 오스틴에서 열린 온라인저널리즘 심포지움에 참석해서 "기사의 속보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무엇보다 정확한 기사를 원하고 있다"며 "보스턴 테러 사건에서 다른 언론들이 한 잘못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다. 오늘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탄 비행기에서 신문을 봤을 때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 광풍에 떠밀리는 것은 저널리즘이 아니라 자기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는 기자들의 아집일 뿐이다. 이제 먼저 이야기할 기회를 놓친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확인할 기회를 놓친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확인 해주는 것’이야 말로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특별한 역할인 셈이다.

지난 해 치러진 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의 연말 어워드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필자는 중앙일보 뉴미디어편집국 이현택 기자, 장은영 인턴기자가 쓴 ‘내 친구가 전방GOP서 총 3발 맞아‘라는 특종 사례에 주목했다. 이 기사는 어워드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특종의 최초 정보원은 소위 말하는 유머게시판이었다. 누구나 허투루 보고 지나칠 수 있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제보를 받는 것이 아니라 게시판에서 팩트의 흔적을 잡아내어 국방부 등을 취재하여 억울한 사연을 세상에 꺼내놓았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르지 말고 기술과의 되먹임과 뒤섞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적인 오오프 미디어의 되먹임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을 이해 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오리지널 대결이 아닌 온오프라인의 융합 자체가 오리지널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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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늘날, sns사용자가 1인 미디어이자 저널리스트라고 주장하는 현재, 저널리즘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뉴스는 무엇일까요? 뉴스의 가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널리즘은 많은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교과서에서도 나와 있듯이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되겠죠.

현대의 저널리즘은 아무래도 (정치나 경제)권력과의 긴장관계를 통한 사회적 안정에 초점을 맞춰놓고 있지요. 이는 산업사회가 만들어놓은 틀이기도 한데요.

사회주의 체계에서는 이같은 사회적 안정과 통제에 초점을 더 맞추고 있다면 민주주의는 의견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널리즘은 개인이나 조직이 사회적 표현을 통해 특정한 이익이나 주장을 공감시키기 위한 행위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때 사회적 표현을 하는 도구로 매스미디어 도구도 존재 하지만 그 존재 목적과는 달리 소셜미디어도 일부 그 역할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겠죠.

뉴스 역시 저널리즘의 수단 가운데 사회적 의미를 가진(보통 뉴스 가치로 표현되는) 새로운 소식 정도로 큰 틀을 맞춰두면 될 것 같습니다. 미디어가 제시하는 맛집 정보와 개인이 제공하는 맛집 블로그 글이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시대라는 점이 감안되어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수용자의 관점입니다.

감사합니다.

기타 관련된 글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사이버 자경단, 어디까지가 정의일까
 신기술 저널리즘과 게으른 기자
 적극 의존해 미디어를 수용하다 'Lean on 시대'
 뉴스와 뒤섞이면 안 되는 블로그 글[신문법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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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13/05/13 12:11 2013/05/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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