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산업은 경영의 측면에서 안고 있는 몇가지 딜레마가 있다. 고정비용구조가 과다하는 것인데 이는 신문산업의 역사가 계속 안고 있었던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가 좀더 경제 효율성을 지향하다보니 이전의 지사적 성격과 명분을 중요시하던 언론사의 조직내부 분위기와 달리 경영적인 측면에서는 기자들의 급여와 복지 문제에 신경쓸 여력이 없어지고 그로 인해 인력 이탈이 심화되는 등의 악순환 고리가 도드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뉴미디어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비용구조 딜레마를 더욱 크게 확대하고 있는중이다.
매출 증가 대비 인건비 증가폭이 더 크다.
신문은 종종 타 산업의 인건비 비중이 큰 것을 두고 비용 효율성이 적다는 둥, 인당 노동 생산성이 선진국 대비 떨어진다는 등의 논조를 펼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정작 자신은 어떨까? 미디어경영연구소가 지난 10년 동안 기업공시 신문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9년도 신문산업 인건비 종합분석"에 의하면 기업공시 신문사의 지난 10년간 1인당 매출액 증가율은 7.1%이나 1인당 인건비 증가율은 39.7%로 나타나 인건비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32.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산업의 총비용 중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23.2%로서 신문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산업과 비교하여 매우 높게 나타났다.[
출처] 메이저와 마이너로 나눠보면 임금격차가 1.7배에 이르고 마이너일수록 인건비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한 것이 이런 임금의 상대적 상승분은 현장의 목소리와 전혀 또 다르다는 것이다. 기자들의 임금 인상이나 상여 인상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억제 받아온 터였으며 10여 년 동안 인력을 늘이기보다 줄여왔었던 분위기를 감안하면 적잖이 난감한 상황이다.
임금 상승률은 올라가는데 신규인력 유입은 적고 현장 실질 임금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구조조정은 상시적이다. 이런 인건비 문제는 언론사 내부적으로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진공청소기 처럼 빨아들이고 심지어 고위 관료 자녀들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손쉽게 확보하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또한 언론사이기도 했다. 실제로 언론사는 광고나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라도 대기업 임원의 자녀나 정관계 인사의 자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메이저 신문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인재 유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전에는 동종 신문사끼리는 상대 기자를 빼오는 것에 대해 경계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난 90년대 후반부터 경력 기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신생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퇴직 기자들의 인터넷신문 창간러시가 이어지면서 기자들이 소속을 바꾸는 일이 다반사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구조는 결국 신입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구조로 이어졌다. 더구나 경력직을 서로 돌려서 쓰다보니 조직 내부에 '성골'과 '진골'이라는 이상한 출신성분을 두고 벌어지는 웃지 못할 정치판이 벌어지기 일쑤였다.
종이값과 윤전기 설비 감가상각
신문산업에 있어서 종이는 원재료에 속한다. 그런데 이 원재료는 상당히 불확실한 위치에 놓여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과 원자재값, 전세계적인 환경 이슈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국내에서는 종이값의 상승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다.
신문사에 따라 제품원가에 대한 신문용지 매입량이 차이는 있지만 최고 38.28%에서 최저 34.38% 정도로 분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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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 동안 신문은 각종 혜택을 정부에 요구하며 종이값 상승을 저지하려 애쓰고 있지만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일반 종이값은 40%대의 인상률을 기록했는데 반해 신문 용지 가격은 절반 정도의 인상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인상 압력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문사들이 자신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제지사에게 떠넘기면서 제지사 역시 부실해지는 악순환 고리에 빠졌다는 점은 더욱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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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윤전기에 대한 투자 역시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대표적인 신문산업의 설비인 윤전기는 장비를 끊임없이 돌려야 하며 윤전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임대할 수 있어야 일간신문 등록 요건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수요가 적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투자비와 감가상각이다.
지난 해 우리나라 10대 종합일간지의 경영실적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일부 흑자전환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 임금 삭감 등을 통해 얻어낸 몸집 줄이기를 통한 다이어트 효과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10대 종합일간지의 경영실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중앙일보다.
신문과방송 5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0대 종합일간지는 381억 적자를 기록했으며 32개 신문사의 2009년 매출액 규모는 2조 1,312억 원으로 전년도 2조 2,786억보다 1,473억 원 감소하였고, 당기순이익은 211억 원 적자이지만 전년보다 219억 원의 적자규모를 줄였다. 영업이익은 5억 원 수준으로 전년도 영업 손실에 비하면 매우 증가하여 흑자로 전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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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곳이 중앙일보다.
표에서도 보다시피 중앙일보는 큰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매출은 떨어지고 적자는 늘어나는 심각한 경영상 난관이 부딪혔다.
이런 상황은 베를리너판 윤전기를 도입하기 전에도 몰랐을 리 없다. 그래서 2005년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면 중앙일보 관계자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 윤전기 성능만 놓고 보면 중앙일보는 ‘마이너 신문’에 속해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 관계자는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적 팽창의 시대에서 현재와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이라며 “윤전시설에 투자해서 컬러 광고단가를 높일 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수백억원짜리 윤전기가 남아 돈다 <미디어오늘> 2005년 06월 29일
그러던 중앙일보가 2009년 초 최신형 윤전기를 들여오면서 들인 돈이 1000억원이다. 이 돈을 뽑으려면 최소한 12년 정도는 지나야 할 것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적자증가가 유지된다면 투자금 역시 그대로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시대는 변하고 현재 상황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렇다고 뉴미디어로 가자니 내 먹이는 아닌 것 같고 신문산업이 안고 있는 비용구조 딜레마는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니, 어쩌면 이젠 절대 풀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라면 몇 가지 돌파구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완전 환골탈태할 수 있는 방법. 그렇다. 바로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발돋움하면서 본지와 방송, 잡지, 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미디어 분야를 섭렵하여 규모를 키우는 방법밖에 없다. 물론 이런 방법은 얼마 전 무너져 버린 C& 그룹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지만 지금 상태라면 같이 굶어가며 위축되는 산업계 안에서 아웅다웅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신문업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신문 발행을 중단하고 새로운 뉴미디어에 적극 나서고 외부 콘텐츠 소싱을 적극적으로 하여 내부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줄여가는 방법이다. 하지만 물론 이 방법이 옮다고만 볼 수도 없는 것이 신문 발행 중단은 곧 브랜드 영향력 하락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뉴미디어 영역에서 신문산업의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우열이 크지 않아 영향력 우위를 지키기 힘들 수 있다.
어찌됐든 신문산업이 신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바깥에서는 큰 권력을 휘두르고 거대한 집단 처럼 보이지만 기껏해야 일년 매출이 고작 3, 4천억원대이고 10대 일간지라고 모두 매출을 합쳐봐야 네이버의 총매출 근처에도 다다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문산업의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속에 신문-방송 겸영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부채비율만 수천 %에 이르는 우리나라 신문들이 살 방법이 정치적인 타협 말고 과연 무엇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론은, 결국 자기 살길은 자기가 해결해야 한다는 뻔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지켜내려는 것이 아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해체해 놓고 다시 조립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그런 해체와 재조립의 시간이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그 시간마저 촉박한 상태다.
조선일보 관계자의 말이라고 업계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빨리 죽느냐, 천천히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