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새로운 언론사를 구상할 때였다.
조직에 의한 폐해와 집단 이기주의와 상업논리에 의한 저널리즘 훼손 현상을 10년 가까이 직접 몸소 체험하고 지근 거리에서 목격하면서 뭔가 기본을 지키면서도 다른 방식의 저널리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했다.
물론 오마이뉴스가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까지 광고를 안정적으로 받아왔고 소프트뱅크에 의해 거액을 투자받고도 결국 다시 10만인 클럽을 통해 독자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는 그만하기로 했다. 오마이뉴스의 상근 기자들이 득실거리며 결국 이리저리 자신들의 사이트의 메인면을 '배치'하는 행위는 역시 특정한 주체에 의한 게이트키핑이라는 점도 한계가 분명했다.
어쨌든 그렇다 치고 그럼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까.
일단 3가지 원칙을 정해보았다. 사람이라면 갖고 있을 3가지 욕망과도 연결되는 것이었다.
먼저,
무(無)기획.사전에 기획하지 않는다. 온라인의 특성이란 것이 기획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면의 제약과 시간의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굳이 사전에 모든 내용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기획한다는 것은 곧 특정한 세력에 의한 '주관 개입'을 용인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통제하고 그 통제 속에서 사전에 기획되는 것을 '논조'라고 말하는 얼치기 언론전문가가 있다면 냉큼 멀리하기 바란다. 그것은 그냥 소수인 매체 운영자가 '지금 관심갖고 말하고 싶은 것'일 뿐이다.
그래서 거꾸로 '발생'에 의한 '관심'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물론 한글날이 다가오면 한글에 더 관심이 있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그것은 많은 언론사들의 관행에 불과하지 않은가. 왜 우리는 연말에만 불우이웃돕기에 관심을 갖고 왜 여름에는 물놀이 조심 기사를 매년 반복적으로 접해야만 하는가. 차라리 어제 무한도전이 재미없었다는 이야기를 오늘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발생'을 예견하는 것으로 인한 심리적 강박과 매번 일정한 수준 이상의 효과를 노려야 하는 콘텐츠 생산 관행은 저널리즘을 상당부분 제약해 왔다. 발생을 예측해서 기업들이 '보도자료'를 미리 배포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다. 나사(NASA)의 발표가 예견됐기 때문에 뉴스가 되었는지 그 뉴스가 가치가 있기 때문에 뉴스가 되었는지는 다른 문제라는 거다.
그래서 어쩌면 흐름을 중간 정리하는 행사 기획과 사업 진행에 반영하는 순발력 있는 실행력이 더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다음으로,
무(無)집중.누구는 왜 tnm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홍보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누구는 왜 한 곳으로 카테고리별로 tnm 파트너들의 글을 배열해 보여주지 않느냐고 말한다.
'언로'가 집중되면 트래픽이 몰리고 '파괴력'과 '영향력'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안다. 그런 유혹을 많이 받았고 내외부적으로도 권유가 많았다. 특정 사이트에 블로그 글을 모아 놓고 광고로 장사하자는 방식을 말이다.
그렇지만 '언로'를 한 곳으로 모아 보여주게 되면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차원의 '데스킹'이 필요한 일이며 콘텐츠를 다시 누군가의 기준으로 '배열'해야 함을 말한다. 역시 필연적으로 소수의 판단에 의한 다수의 '소외'를 수반하게 된다. 또한 별도로 그 한곳으로 집중되는 관심으로 인해 오히려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지는 경향성이 발견된다. 더구나 그렇게 모여진 트래픽이 수익기반이 될 것이란 환상은 애초에 접었다.
집중 노출은 포기하자. 차라리 각각이 독립적인 매체인 블로그의 광고와 콘텐츠 데이터 인프라를 뒤에서 제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220여개의 분산된 블로그가 발생시키는 방문자 트래픽이 웬만한 포털사이트의 뉴스섹션와 견주어서 모자르지 않다는 것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무(無)소유.사람들의 탐욕은 소유로부터 나온다고 했던가. 소유와 독점은 상대적 소외를 유발시킨다. 요즘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기사를 소유하고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그 '소식'의 배포에 제약이 생기게 됐다. 이는 기사들이 소유돼 있기 때문인데 사실 '소식'조차 소유가 되어버리면 오히려 광고주와 언론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알리고자 하는 욕구'는 제한받게 돼 있다.
이는 전통적인 패러독스인데, 정보와 소식은 풀고 가치 있는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차별적으로 제한하는 묘안이 아직 뚜렷하게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언론사들의 신디케이션(콘텐츠 유통)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겪게 되었고 배포와 유통에 큰 강점을 가진 포털사에 울며 겨자먹기로 콘텐츠를 헌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유명한 브랜드의 언론사와 신생 언론사의 격차는 상당한 수준으로 벌어진다.
매체중개 유통업으로 생각한 이유는 '소식'을 소유하지 않기 위해서였고 그 '소유하지 않음'은 '생산에 대한 카리스마'를 획득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것'을 유통할 콘텐츠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콘텐츠 생산자를 인위적으로 고용하지 않고 각계 각층의 블로거들과의 연대를 통해 콘텐츠 생산과 유통의 흐름을 재구성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tnm은 이들 블로거들을'소속 회원'이 아니라 '파트너'라고 표현한다.
벤처스퀘어(
venturesquare.net)의 경우 콘텐츠 모두가 웹에 있거나 자발적 필진들에 의해 무상으로 수집되는 글이다. 이 글은 추후 무상으로 재배포될 예정이다.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소외된 벤처 소식이 더 많이 노출되기 위해 고안한 '소셜한' 매체 기획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이야기하면서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이야기하지만 내 관심사는 끊임없이 '인간'의 내적 가치와 외연적 능력 발휘이며 이를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고 조직화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말하고자 하는 욕망'과 '알리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는 미디어형 인간들의 조직체를 꿈꾼다.
그렇게 하면 신뢰와 정직 그리고 소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저널리즘 커뮤니티가 만들어질테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선순환을 거쳐 수익화될 수 있을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다.
- 내년도 사업구상을 하며 기본 원칙과 개념을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지금 tnm 과 벤처스퀘어 라는 정의하기 모호한 언론사를 설명해줄 것입니다. 가끔 학부 학생들이 물어보는 내용이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