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초기의 세상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체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생산주기 역시 길었다. 최신이라고 해봤자 '신문뉴스'가 가장 빠른 것이었다. 그러다가 온라인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콘텐츠 생산자 집단은 발빠르게 '실시간 뉴스'에 매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한 소통이 그대로 기록으로 남게 된다. 바로 블로그와 마이크로블로그, 그리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안에서 벌어지는 '잡다한 기록'들이 그것이다. 정규화된 정보에서 콘텐츠는 파격으로 치닫고 개인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검색에 의존해 '정제된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에 가까와지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가 너무 많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레이크 타호에서 개최된 테크노미 컨퍼런스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 양은 통틀어 5엑사바이트(EB)에 불과했다. 지금은 이틀마다 그만큼씩의 데이터가 새로 추가되고 있으며, 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72시간마다 인터넷 데이터 양은 두배씩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기계가 데이터를 선별해서 내게 꼭 맞는 것을 제시해줄 것이라는 기대는 이제 누구나 허황된 바람이란 것쯤은 쉽게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최근 발간된 <큐레이션>에 따르면 "큐레이션은 일상을 압도하는 콘텐츠 과잉과 우리 사이에 인간이라는 필터 하나를 더 두어서 가치를 더하려는 노력이다. 이로써 정보의 홍수가 빚어내는 잡음은 사라지고 세상은 명료해진다. 이 명료함은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우리가 신뢰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이르게 되는 상태"라고 설명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큐레이션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오픈캐스트는 여러 데이터를 모아 특정 주제나 아이템으로 모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배포가 네이버란 곳에 한정돼 있을 뿐이다. 카페나 블로그, 또는 최근 들어 유행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연예인닷컴 사이트도 모두 콘텐츠 큐레이션의 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요즘은 뉴스 사이트는 물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에서 소재를 찾아 재조합하고 이를 다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를 손쉽게 유통할 수 있는 이른 바 콘텐츠 큐레이션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러시아 최대 검색업체인 얀덱스가 인수한 트위티드 타임스(
tweetedtimes.com)와 스쿱잇(Scoop.it), 스토리파이닷컴(
www.storify.com) 등은 손쉽게 소셜 이슈들을 끌어모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야후가 인수했다가 다시 매각한 딜리셔스(
del.icio.us) 역시 소셜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페이퍼닷리(
Paper.li)는 다양한 소재를 자동으로 불러와 신문 레이아웃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질문에 답하면서 스토리 공유 사이트인 프루스트(
proust.com)라든가 최근 개편된 페이스북 타임라인 역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폴리보어(
polyvore.com)은 패션 잡지 처럼 생긴 지면에 의류나 액세서리 상품을 사용자들이 배치하여 다시 다른 소셜 친구들에게 배포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소셜 쇼핑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뉴스 통신사와 블로그 네트워크 기업이 데이터베이스를 서로 공유하여 소셜 에디터가 새로운 콘텐츠 미디어를 편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리(
kurry.net)라는 플랫폼도 준비중이다.
올드 미디어는 무한한 세상의 소식을 제한된 정보로 걸러서 다시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사안만 배치하는 것이 사명이었다. 반면 콘텐츠 큐레이터들은 이미 인터넷에서 공개돼 있는 수많은 소식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중요도를 정해 새롭게 재배열하여 친구나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새로운 차원의 콘텐츠 유통자 역할을 맡고 있다. 포털 뉴스보다 친구가 큐레이션한 콘텐츠가 더 공감할만하고 유용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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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정통시사주간지(?!) 시사인에 실린 칼럼입니다. 제목이 좀 바뀌었군요.
대중은 왜 ‘연예인닷컴’을 찾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