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내용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 직전 있었던 일입니다. TNM 블로거 파트너들과 함께 젊은층의 투표를 장려하자는 내용의 캠페인을 진행했다가 중간에 캠페인 진행을 중단해야 했던 상황에 대해 설명한 글입니다.
이미 TNM 파트너들에게 선거 직전 알려드린 내용이지만 공개적으로 외부에 알리면 민감해질까봐 미뤄두다 이젠 공개해도 될 시기인 것 같네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선거법이 우리의 행동을 어떻게 제약하는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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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일 : 2011년 10월 17일.
저는 개인적으로 포털에서 근무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강의도 진행해봤고 홍보기획관 회의에도 몇 차례 참석해서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소셜의 참여를 이끌어내라' 소셜 참여자들에게 투표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방법을 고안하자는 식의 말을 해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후 투표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의 홍보를 진행해왔습니다. 연예인들을 동원해 젊은이들의 투표율을 끌어모으기 위한 시도도 많았구요.
지난 6월 2일 선거에는 투표를 참여하겠다고 선언하거나 친구와 함께 투표에 참여하고 인증샷을 올리면 경품을 주는 행사도 마련했습니다.
명백하죠? "투표 참여해주세요, 그럼 선물 드려요" 입니다.
그래서 TNM은 '세상을 바꾸는 하나' 라는 캠페인 전문 기획사와 함께 명사 100인과 블로거 100인의 투표 독려 캠페인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선거가 임박했기 때문에 서로 역할을 나눴는데요. 명사 100인 섭외와 진행은 '세상을 바꾸는 하나'라는 곳이 맡고 블로거 100인은 TNM이 섭외를 하기로 한 것이죠.
컨셉트는 똑같습니다. '투표 참여해주세요, 그럼 명사와 블로거들이 선물을 드립니다' 였습니다.
그래서 캠페인 이름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4월 재보궐 선거 등에서 사용했던 '아름다운'이란 표현도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캠페인이 10월 6일부터 시작된
'아름다운 선물-세상을 바꾸는 나의 한 표'라는 젊은이들의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진보, 보수, 문화, 스포츠계 인물 등 다방면의 인사들을 섭외할 것을 목표로 삼았고 직접적으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도 투표 독려 캠페인 참여를 공식적으로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자인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 모두에게 참여를 요청하였고 박원순 후보는 요청에 응해 캠페인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 측이 13일 오후에 최종 불참 통보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나경원 후보 측이 불참을 공식적으로 통보해온 다음 날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TNM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내용은 요약컨데,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어보여 안내를 하기 위해 전화했다, 라고 하면서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으나 '후보자와 관련된 사람들(캠프 소속, 지지 공표)이 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누가 섭외를 담당하고 어디서 촬영이 진행되는지 알고 싶다"라며 "'선물'이라 했을 때 무형의 가치(만남)는 무방하나 책과 같은 물품은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명사 섭외를 담당하는 '세상을 바꾸는 하나' 대표님이 제가 지방에 내려가 있는 사이에 토요일, 15일 급하게 선관위 담당자를 만나고 와서 저녁이 다 되어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문제가 되는 분은 선거법 230조에 의거 캠페인을 주최하거나 참여한 사람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현재는 조국 교수, 김영민 평론가, 코업 양석원 대표 등이 책이나 코업 한달 이용권 등을 제시했다는 것이 문제이며 이들에게 주최측과 함께 처벌이 가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여기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요.
1. 나경원 후보측 인사들이나 보수쪽 인사들이 보이콧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특정 세력이 배제되는 상황의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는가.
2. 캠페인의 기본적인 컨셉트인 소소한 선물이나 이벤트, 보상을 명사와 블로거들이 제시하는 형태가 무너지면 이 캠페인을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가.
하나는 미디어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의 중립성에 대한 고민이고 또 하나는 투표 독려라는 좋은 취지의 캠페인마저 선거법에 의해 엉뚱하게 참여자까지 제재받는 상황에 대한 거부감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아름다운 선물' 캠페인에서 TNM이 공식적으로 공동주최자에서 빠지기로 결정했습니다. 시스템이나 기획, 디자인 서포트 등 TNM의 리소스가 투여된 상황이었고 많은 블로거들에게 이 캠페인에 참여해 달라는 섭외를 해왔던 입장에서 안타까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전후 사정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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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NM이 이번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캠페인 자체는 선물의 형태를 물질적인 것을 배제한 채 지속적으로 진행되었고 추후 총선에는 다시 TNM이 참여를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더욱 기분 상한 것은 이미 선관위에 이 캠페인의 내용이 진행되기도 전에 질의를 넣었는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다가 캠페인이 진행되고나서야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