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은 기자( ZDNet Korea ) 2003/11/28
음악 파일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사이트 폐쇄, 운영자 고소·고발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해온 음반업계가 드디어 일반 소리바다 이용자까지 겨냥하고 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지난 27일 소리바다 등 온라인 음악 불법복제에 대해 강력 대응하기 위해 소리바다 이용자 50명을 고소·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음반협 박경춘 회장은 "소리바다를 이용해 허가받지 않고 대량으로 음악 파일을 다운받아 이를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 50명을 선정, 15일 이내에 형사 고소할 것"이라고 말하고 "불법복제 행위가 근절되지 않을 경우 추가로 더 많은 이용자를 고발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또 "미성년자인 이용자가 고발될 경우 법적인 책임을 지는 보호자가 검·경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불법 공유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금까지 음반산업협회를 비롯한 저작권자들이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온 것과 달리 이번 소송은 일반 네티즌을 소송의 대상으로 제기한 것이어서 향후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음반협회에서는 이번 형사고발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직접 P2P 모니터링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지난 9월부터 소리바다에 자주 접속해 다량의 파일을 배포하는 이용자들의 아이디를 증거자료로 확보해온 것으로 밝혀져 소리바다 이용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협회는 이 자료를 토대로 컴퓨터 수사부에 요청해 이들 불법 이용자들의 신원을 확인한 후 고발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음반협회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건의 진행과도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미국음반산업협회(RIAA)가 지난 9월 초 인터넷에서 MP3 파일을 공유해온 261명의 개인 네티즌들을 고소한데 이어 지난 10월 30일에는 또다시 80명을 추가 고소한 바 있다.
고소 대상자들은 P2P 서비스 사용자 중 1000개 이상의 음악파일을 무단으로 내려 받아 불법 유포시킨 개인들로, RIAA 측은 이들에게 저작권 침해 혐의로 곡당 15만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저작권자들의 무차별적인 고소고발 조치가 ‘악수’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우선 아이디를 근거로 개인정보를 확보해야 하는 데 개인정보 유출 논란을 불러 올 수 있으며 아직까지도 이러한 공유를 통해 정확하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 근거를 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상자가 저작권법으로도 명시돼 있는 사적 공유에 대한 부분을 건드릴 만큼 적극적으로 중대한 범죄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논란이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 네티즌은 밤새 이 소식을 듣고 “왜 50명이냐, 불법행위를 한 모든 사용자를 고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파일 공유 프로그램이 소리바다만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며 소리바다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음반협회가 이처럼 일반 네티즌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지난 5월 15일에 있었던 법원의 공소기각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방조범을 기소할 때는 그 전제조건이 되는 정범의 범죄를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의 경우 정범인 네티즌들의 ID만 명시했을 뿐 이들이 언제 어떻게 음반 제작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