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승은 편집장 [2004/10/06]
인터넷은 정말 자유롭다. 어찌나 자유로운지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까맣게 잊은 채 한 두 시간씩 ‘싸이질’, ‘블로깅’, ‘정보 게시물 등록’, ‘릴레이 리플’에 빠져 사는 네티즌이 수두룩하다.
많은 사람들이 게시물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만 간간이 정말 금과옥조같은 글도 발견된다. 아마도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독자가 기자에게 ‘블로그를 차근차근 써놓고 나서 나중에 책으로 내려 했는데 출판사 측에서 저작권이 어디에 귀속되어 있는지를 물어왔다’며 ‘내가 인터넷에 쓴 내용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왔다.
이러한 질문의 정답은 ‘이용 약관’에 나와 있다. 처음 회원 가입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의함’이란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 법적인 권리 행사는 ‘이용 약관’에 나와 있는 저작권 항목에 근거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독자는 자신의 글이므로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은 그의 글이 이미 출판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출판사가 문의를 해온 것이다. 2차 저작물이 되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커뮤니티, 홈페이지 운영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다시 한 번 해당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살펴보기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쓴 글이 당신 것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쓴 글이라도 회사가 제멋대로 사용한다고 해서 뭐라고 항변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국민의 싸이질 열풍을 몰고 온 네이트닷컴의 이용약관이다. 다음은 네이트닷컴이 운영하는 싸이월드의 서비스 이용 약관 중 게시물과 저작권 항목의 일부이다.
제 3 장 서비스 이용
제 13조 (회원의 게시물)
요약하자면 게시물에 대한 책임은 회원에게 있고 게시물의 활용 및 저작권은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 커뮤니케이션즈가 갖겠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게시물에 대한 ‘회사 맘대로 활용’에 대한 조항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다음은 네이버 블로그의 이용 약관이다.
제9조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등)
...(중략)...
이것도 요약하자면 네이버가 회원들의 개인적인 게시물을 단행본 출판 등 2차 저작물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쯤 되면 다른 곳도 다 그런 것 아니냐며 따지고 들 독자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하나 더 소개한다.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의 이용약관 중 저작권 조항이다.
제17조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정보는 만든 이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네티즌으로 불리는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 제공자’와 ‘정보 소비자’라는 늘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정확한 수치는 조사된 바 없지만 글을 순수하게 창작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하는 정보 제공자는 네티즌의 10% 정도에 그친다고 봤을 때 나머지는 남의 것을 스크랩해오고 베껴서 가져오는 등의 행위로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꾸미게 된다.
네티즌 스스로 타인의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낮다 보니 자신의 저작권이 서비스 회사들에게 이용당하고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게 된다. 또한 자신의 저작물에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수많은 엽기 지식인들이 판치는 지식 검색 서비스 답변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인터넷 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글은 남에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고도의 정제된 작업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쉬운 덧글 시스템 때문에 익명의 욕설과 비방이 판을 치고 있다. 악성은 아니지만 전혀 생각없이 적어대는 ‘하오체’와 ‘순위권 경쟁’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저작권에 신경 쓸리는 만무할 것이다.
반면 많은 사색의 시간을 들여 공들여 써 놓은 시 한 편,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 놓은 그림과 사진들이 남에게 출처도 없이 도용될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해 보라. 누가 정성들여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로 가꿔가겠는가.
기자는 일부 블로그에 ‘전문 블로거를 육성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전문 블로거 스스로 블로깅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전문적인 식견을 펼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일하기도 하지만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이 훌륭한 블로거를 영입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창작이었을 경우 가질 수 있는 저작권이라는 큰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영화, 음반, 소프트웨어 저작권자들이 떠들어대는 저작권 보호에 대해 반감을 갖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가 자신에게 닥칠 상황이라면 좀더 저작권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왜 회원들의 게시물에 대해 무한한 권리를 가지려 하는 것일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회원들의 저작권 일부를 양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저작권 양도 절차에 대해 회원들은 인지하고 있을까?
PC가 단순히 개인용 컴퓨터였던 시절, 내가 PC에서 만든 모든 것은 내 것이었으며 내가 원할 때만 남에게 복사해줄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내것과 네것을 쉽게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무한 복제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디지털이 가진 속성 가운데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특징이 또한 ‘무한 복제’라는 말이다. 사실상 ‘무한 복제’의 의미에는 ‘원본 그대로’라는 말이 포함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원본을 보고 있는 것일까? 원본이 가진 의미와 복사본과 차이는 무엇이며 수정본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표절과 무단 복제, 무단 전송으로 얼룩지게 만든 장본인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인터넷은 네티즌의 저작권 희생을 거름삼아 성장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지금도 넘쳐나는 수많은 출처 불명의 ‘펀글’ 시리즈들이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 강국에서 인터넷 컨텐트 강국으로의 도약에는 네티즌의 저작권에 대한 권리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
인터넷은 정말 자유롭다. 어찌나 자유로운지 내가 무엇을 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까맣게 잊은 채 한 두 시간씩 ‘싸이질’, ‘블로깅’, ‘정보 게시물 등록’, ‘릴레이 리플’에 빠져 사는 네티즌이 수두룩하다.
많은 사람들이 게시물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만 간간이 정말 금과옥조같은 글도 발견된다. 아마도 그런 글을 올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독자가 기자에게 ‘블로그를 차근차근 써놓고 나서 나중에 책으로 내려 했는데 출판사 측에서 저작권이 어디에 귀속되어 있는지를 물어왔다’며 ‘내가 인터넷에 쓴 내용이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왔다.
이러한 질문의 정답은 ‘이용 약관’에 나와 있다. 처음 회원 가입을 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 ‘동의함’이란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모든 법적인 권리 행사는 ‘이용 약관’에 나와 있는 저작권 항목에 근거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 독자는 자신의 글이므로 자신의 책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잘 살펴봐야 하는 것은 그의 글이 이미 출판됐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출판사가 문의를 해온 것이다. 2차 저작물이 되면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블로그나 미니홈피, 커뮤니티, 홈페이지 운영을 하고 있는 독자라면 다시 한 번 해당 서비스의 이용 약관을 살펴보기 바란다. 어쩌면 당신이 쓴 글이 당신 것이 아닐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쓴 글이라도 회사가 제멋대로 사용한다고 해서 뭐라고 항변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온국민의 싸이질 열풍을 몰고 온 네이트닷컴의 이용약관이다. 다음은 네이트닷컴이 운영하는 싸이월드의 서비스 이용 약관 중 게시물과 저작권 항목의 일부이다.
제 3 장 서비스 이용
제 13조 (회원의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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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회원은 자신이 창작, 등록한 게시물에 대하여 회사가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 전시, 전송배포 또는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음의 각호에 행위를 할 수 있는, 세계적이고 사용료 없는 비독점적 사용권을 회사에게 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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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 이용 약관
이것도 요약하자면 네이버가 회원들의 개인적인 게시물을 단행본 출판 등 2차 저작물로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쯤 되면 다른 곳도 다 그런 것 아니냐며 따지고 들 독자가 생길 것 같다. 그래서 하나 더 소개한다.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의 이용약관 중 저작권 조항이다.
제17조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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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는 만든 이가 권리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네티즌으로 불리는 인터넷 사용자는 ‘정보 제공자’와 ‘정보 소비자’라는 늘 두 가지 얼굴을 갖고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정확한 수치는 조사된 바 없지만 글을 순수하게 창작하고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하는 정보 제공자는 네티즌의 10% 정도에 그친다고 봤을 때 나머지는 남의 것을 스크랩해오고 베껴서 가져오는 등의 행위로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꾸미게 된다.
네티즌 스스로 타인의 저작권에 대한 의식이 낮다 보니 자신의 저작권이 서비스 회사들에게 이용당하고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게 된다. 또한 자신의 저작물에도 책임지려하지 않는 수많은 엽기 지식인들이 판치는 지식 검색 서비스 답변들을 보면서 이 나라의 인터넷 문화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글은 남에게 내 생각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고도의 정제된 작업이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나 쉬운 덧글 시스템 때문에 익명의 욕설과 비방이 판을 치고 있다. 악성은 아니지만 전혀 생각없이 적어대는 ‘하오체’와 ‘순위권 경쟁’도 마찬가지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저작권에 신경 쓸리는 만무할 것이다.
반면 많은 사색의 시간을 들여 공들여 써 놓은 시 한 편, 오랜 시간 동안 작업해 놓은 그림과 사진들이 남에게 출처도 없이 도용될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해 보라. 누가 정성들여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로 가꿔가겠는가.
기자는 일부 블로그에 ‘전문 블로거를 육성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한 적이 있다. 해외에서 블로그가 1인 미디어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전문 블로거 스스로 블로깅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전문적인 식견을 펼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개인적인 만족을 위해 일하기도 하지만 블로그 서비스 업체들이 훌륭한 블로거를 영입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는 단 한 줄의 글이라도 창작이었을 경우 가질 수 있는 저작권이라는 큰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영화, 음반, 소프트웨어 저작권자들이 떠들어대는 저작권 보호에 대해 반감을 갖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겠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가 자신에게 닥칠 상황이라면 좀더 저작권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갖춰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왜 회원들의 게시물에 대해 무한한 권리를 가지려 하는 것일까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회원들의 저작권 일부를 양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저작권 양도 절차에 대해 회원들은 인지하고 있을까?
PC가 단순히 개인용 컴퓨터였던 시절, 내가 PC에서 만든 모든 것은 내 것이었으며 내가 원할 때만 남에게 복사해줄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어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 내것과 네것을 쉽게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무한 복제의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디지털이 가진 속성 가운데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니고 있는 특징이 또한 ‘무한 복제’라는 말이다. 사실상 ‘무한 복제’의 의미에는 ‘원본 그대로’라는 말이 포함돼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원본을 보고 있는 것일까? 원본이 가진 의미와 복사본과 차이는 무엇이며 수정본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표절과 무단 복제, 무단 전송으로 얼룩지게 만든 장본인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인터넷은 네티즌의 저작권 희생을 거름삼아 성장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지금도 넘쳐나는 수많은 출처 불명의 ‘펀글’ 시리즈들이 인터넷을 정처 없이 떠다니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 강국에서 인터넷 컨텐트 강국으로의 도약에는 네티즌의 저작권에 대한 권리 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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