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신료 인상, 타이밍 잡기

Column Ring 2010/01/10 12:29 Posted by 그만
국내 유일의 공영방송(MBC도 가끔 필요할 때만 공영방송이라고 하는데 보통 MBC는 공영방송의 범주에 약간 걸쳐 있다고 봐야 한다)KBS 한국방송이 수신료 인상에 대해 다시 한 번 팔 걷고 나섰다. 이번엔 분위기가 좋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정부나 국회나 호의적이다. 심지어 수신료 인상이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던 보수 언론까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용인하는 분위기다.

좀 뜬금 없긴 하다. 지난 수년 동안 수신료 인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 처럼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KBS의 수신료 징수 행위는 준조세 형태로 가뜩이나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고지서에 함께 포함되면서 전국 가구의 98%가 알게 모르게 방송 수신료를 내고 있다.

간단하게 계산해봐도 수신료가 현 2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되면 대략 매월 375억원의 수익원이 생긴다. 주위 사업하는 사람 있으면 물어보기 바란다. 이 돈이면 은행에만 넣어놔도 앉아서 수억원의 이자가 꼬박꼬박 생긴다. 연간으로 따지면 4800억원 정도의 순수입(이것저것 다 빼도 그냥 잔고로 남는 돈)이 된다. 월 수신료가 6000원이 되면 연간 6720억원의 순수입이 생긴다.

이 순수입은 당연히 지난 해 KBS의 흑자분이 쓰여졌듯이 KBS 직원들의 후생복지와 영리 자회사 투자에 쓰여질 것이 뻔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디어 오늘 만평 캡처(원문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5265)

예전에는 'TV시청료'라는 말을 쓴 적이 있었다. 공영방송은 기본적으로 수납을 국가가 인정, 보장해주고 국가 지원금이 나오는 구조여서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었다. 광고방송까지 행했던 KBS로서는 국가기간방송(사실상 국영방송)의 지위에 오르게 된다. 국민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해도 정부가 임명하는 사람이 사장이 되는 구조였으니 끊임없이 '낙하산' 논란에 싸일 수 밖에 없는 이상한 구조로 바뀌었다.

지난 1981년부터 징수(?)되기 시작한 KBS 수신료는 그동안 몇 번의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된 바 있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언론기관의 권력화를 견제하기 위해서였고 국민들은 준조세 성격의 수신료가 'TV 보지도 않는데 돈 뺏어 간다'며 거부했다. 이 때문에 '시청하고 말고는 상관 없이 TV 수상기 있으면 내는 돈'이라는 뜻으로 수신료라는 말로 바꾸는 우여곡절도 거쳤다.

더구나 KBS1은 광고 없이 운영된다고는 하나 시청률이 제법 나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모두 KBS2에 몰아주고 상업광고로 떼돈을 벌고 있는 상업 방송사나 다름 없는 공영방송에게 수신료를 인상해줄 이유는 없다는 항변도 있었다. 특히! KBS 자회사들이 수신료 재원으로 만들어진 방송 프로그램을 영리목적으로 재판매하는 과정 자체가 부당 이득이라는 비판도 거세게 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TV 수상기를 들여놓지 않으면 한국전력에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고 납부를 거부해도 하등의 불이익은 없는 상태다.

그런데 하필 왜 이 시점에서 다시 이 이야기가 또 나오는 것일까. KBS 입장에서는 향후 공영방송 확대 KBS2 광고 중단, 디지털 전환 투자 등의 이유를 들며 수신료 인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원하고 있는데 보수 언론들까지 그동안 까칠했던 분위기에서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서부터 조금씩 인상이 쓰여진다. 모종의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라서 그렇다.

문제는 광고 물량이다. 지난 해 한국방송광고 공사의 독점 대행권한이 위헌 판결이 나면서 방송광고대행 시장이 변혁을 맞게 되었으며 이어 미디어법 '난리'를 거쳐 신문들도 방송에 진출할 수 있게 되면서 방송광고에 대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KBS의 퇴장은 그야 말로 천재일우의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프로그램 경쟁력이다. KBS가 공익에 치중하면 할수록 당연히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떨어질 것이고 방통위의 판단이 적중한다면 새로운 종합편성 채널이 누가되든 10번 이내 채널 번호를 당연히 부여받게 되면 새로운 종편은 안착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KBS로서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준조세로서의 수신료를 인상해 놓아야 다음 정권이 누가 되든 앞으로 어떤 사장이 오든 직업적 안정성을 해치지지 않는 '준공무원'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KBS의 5000여 명의 임직원 가운데 스스로를 '언론인'으로 포지셔닝 할 만한 기자와 PD가 1000명 내외라는 점 때문에라도 KBS 노조가 왜 요즘 저러나 싶은지 이해가 갈만 하다.

그렇다고 KBS 수신료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기도 힘들다. 어차피 무한 방송 경쟁 시대에 적어도 공익과 시민의 방송 참여가 보장되어 있고 상업적인 컨텐츠의 물결 사이에서 고집을 지켜줄 수 있는 '빅 마우스' 하나쯤은 시민의 편에서 있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인재도 많이 모일 정도로 안정적이어야 하며 재원도 필요하고 조직 운영의 안정성도 담보되어야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품질 높은 다큐멘터리와 지속적인 질 높은 교육방송, 해외 홍보 매체로서의 영향력 등도 국가적으로 필요하다.

신뢰나 공정성, 또는 언론의 표현의 자유 이면에는 이렇게 복잡한 '전략적 포인트'가 숨겨져 있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 KBS 수신료 인상 추진의 이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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