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발전의 방향은 대부분 ‘자동화’에 맞춰진 듯 하다.

애플의 자동응답기능을 갖춘 소프트웨어 시리(Siri)에 대해 사람들이 환호했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소개한 가정용 로봇 페퍼 역시 사람과 대화하고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자동화된 대화 소프트웨어를 갖췄다는 점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구글이 유투브에 적용한 자동 음성인식-자막생성 기능과 자동 번역 프로그램과의 궁합은 실시간 자막 번역이란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자동화 기술 안에는 광범위하게 실시간으로 쌓이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과 단말기의 빨라진 프로세서 기술 등이 복합적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자동화 등의 용어가 특수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쓰는 용어였다면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자동화 된 신세계 안에서 사람들은 행복할까? 그리고 비즈니스적으로 이런 자동화 기능들이 기업들과 고객을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당당하게 ‘자동이 아닌 수동이 더 편할 때가 있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예약 문화에 있어서 이제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오픈테이블(OpenTable)’ 서비스는 일찌감치 1998년부터 출발해 현재 3만 1천 개의 레스토랑이 사용하고 있는 예약 전문 플랫폼이다. 지난 2013년 4분기에만 약 3,850만 건의 예약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으며 지난 2009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는 4배 이상 뛰었다. 지난 달 13일 프라이라인이 2조6500억원이란 거금을 들여 인수하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경쟁자가 거의 없다시피 한 이 서비스의 ‘매력’은 예약의 최종 단계에서 사람이 예약 확인 전화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메일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예약 확인을 해주지만 온라인 예약시 에약 확인 전화를 선택을 해두면 예약 당일 직접 전화로 예약을 일깨워준다. “예약을 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의 예약이 가능한 시간이나 근처의 예약이 가능하지만 맛이 훌륭한 레스토랑을 찾고 싶다”는 욕구를 채워주는 자동화 예약 시스템의 마지막 단계에는 레스토랑에서 예약 확인 전화를 걸어준다. 사람이 직접.

국내에서도 ‘예약왕 포잉’이란 서비스가 최근 옐로모바일로부터 투자를 받아 주목을 끌었는데 역시 이 서비스도 모바일 앱으로 사용자가 레스토랑을 예약하기 위해 버튼을 누르면 자동전화예약시스템으로 가맹 음식점에게 전화를 걸게 된다. 이때 가맹점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이 테이블 상황을 봐서 예약이 가능한지 여부를 다시 시스템에게 알려주는 방식으로 결국 사람이 중간에 직접 ‘개입’한다.

전세계 106조원, 한국만 따져도 10조원의 시장이라고 하는 배달음식 시장. 최근 TV 광고 등으로 치열하게 경쟁중인 요기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 역시 중간의 사람의 역할은 중요하다.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에 따르면 애플리케이션으로 고객들이 주문 버튼을 누를 경우 업체들이 자동으로 이 주문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전화를 걸어 “어디에서 짜장면, 탕수육 2인분을 시켰다”고 말하고 몇 분 안에 도착하는지를 물어보면 다시 이 주문 상황을 고객에게 문자로 알려주는 역할 역시 사람이 한다는 것이다.

PC, 단말기, TTS, ARS 등 많은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 사람의 목소리로 직접 전달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것이 이들의 전언이다.

최근에는 사람의 음성으로 직접 뉴스를 읽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데일리(day.ly)는 필요한 뉴스를 골라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듣는 음성 서비스다. 99초(1분 30초), 199초(3분), 299초(5분) 뉴스를 매일 밤 11시에 콘텐츠를 골라 아나운서들이 직접 읽어서 녹음한 뒤 이를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매일 서비스한다는 개념이다. 목소리 생성 방식을 자동화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도 있겠지만 아직 기계음 합성 방식은 사람들의 귀에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충격과 공포의 서비스’라고 칭해 더 유명해진 드라마앤컴퍼니의 명함 정보 입력 서비스인 ‘리멤버’ 역시 놀랍게도 ‘수동 인식, 수동 입력’ 방식이다. OCR이라고 해서 자동화된 명함 인식 서비스가 존재하지만 인식률이 95%라고 해도 여전히 한번 인식한 뒤 검수하고 수정해서 다시 입력하는 시간을 거쳐본 사용자라면 자동인식율에 대한 믿음은 금방 깨진다는 점을 노렸다.

이 회사는 최근 1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수동 입력을 담당하는 아르바이트 타이피스트가 1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올해 서비스를 시작한 이들이 입력한 명함은 무려 100만장. 올해 안에 500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이 회사는 명함더미를 택배로 받아 입력을 대행해주는 사업까지 확장했다.
기술위주의 IT 분야지만, 그 안에서 여전히 사람의 노동력과 인지력은 자동화되지 않은 마지막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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