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 우버(스마트폰 앱으로 주변의 차량을 호출해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글로벌 모바일 서비스 회사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했다. 서울시는 우버가 불법 운송 중개업이라며 차단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고 우버코리아는 서울시의 과거회귀형 행정을 질타했다. “이번에 서울시가 발표한 성명은 서울이 아직 과거에 정체 되어 있으며, 글로벌 ‘공유경제’ 흐름에 뒤쳐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평소 한국 택시업의 낡은 차량이나 불친절한 종사자들에게 불만이 높은 시민이라면, 좋은 차량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어떤 경우에는 '상부상조'의 윤리적 만족감까지 주는 우버가 행정기관의 압박을 받는 것에 분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상적 시각에서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이 불법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버는 원칙상 불법이다. 경계도 아니고 그냥 불법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제34조는 자동차대여업자의 운전기사 알선, 자동차임차인의 재대여나 유상운송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당장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우버는 두 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법을 자세히 공부해서 법대로 한국 비즈니스를 펼치거나 한국 법을 위반하거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디지털 자문단 간담회에서 “우버의 현재 모습이 불법인 것은 맞지만 법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면 법을 고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잘못 알려진 것 처럼 서울시에서 직접 우버를 대체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생각은 없고 민간 사업자들이 합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한다. 법과 제도 운영에 대한 고민을 내비친 것이다. 사실 제도는 현실을 뒤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필자가 외국계 포털 한국 지사에 다닐 때였다. 한국에서 선거법에 의해 댓글에 실명제를 달아야 한다고 본사에 이야기했다. 본사는 물론 아시아 지역의 지사 임원들도 이 상황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결국 한국에서 포털 댓글 실명제는 강행되었다.
그러고 난 뒤 얼마 후에 전세계 지사들이 경악할만한 일이 또 벌어진다. 신문 등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나왔는데 제 10조에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의 의무 조항으로 “인터넷 뉴스 서비스 사업자는 제공 또는 매개하는 기사와 독자가 생산한 의견 등을 혼동되지 아니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분하여 표시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다. 본사는 이 법안의 해석을 요구했고 쉽게 말해 “블로그 글이나 카페 글을 포털의 뉴스 메인 영역에 언론사들이 쓴 뉴스들 사이에 섞어 배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포털은 메인 화면에 자체적으로 고용한 기자나 칼럼니스트의 글을 올리기도 하고 각 지역의 뉴스사들과 블로거들의 글을 자율적으로 배치하는 상황이어서 한국만 유독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실명제(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위헌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유튜브는 한국 사용자들이 동영상을 올릴 수 없었다.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구글 본사가 결국 한국 사용자만 업로드를 할 수 없도록 차단했기 때문이다. 구글로서는 한국법을 지키면서도 서비스는 그대로 가능한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한국의 조치는 세계 언론의 토픽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중국의 알리바바 그룹이 알리페이(원클릭으로 온라인 결제를 완료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등 금융업으로 빠르게 진출하는 것을 두고 경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에도 이런 서비스가 도입될 수 있을까? 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잘 이용하는 ‘금피아’들은 IT업체의 금융업 진출에 어떻게 반응할까.
악법도 법이다. 그러나 필요하면 바꿔야 한다. 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인 글로컬 시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빠른 논의와 법규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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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4/08/05 11:07
2014/08/05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