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트위터의 음란성을 판단하여 소라넷 관련 아이디를 차단한데 이어 북한의 일방적 입장을 전달하는 트위터 계정을 국내 IP에서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19일 오후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어 국내 인터넷망사업자(ISP)들을 상대로 북한 체제선전 게시글을 담고 있는 트위터 계정의 국내 접속차단 조치를 취하라는 시정요구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날 소위를 통해  `우리민족` 트위터 계정(@uriminzok)이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며, 주체사상에 입각한 대남혁명 통일투쟁을 지지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된다고보고 이같이 의결했다.

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국가정보원 및 경찰청의 의뢰를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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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사회라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상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보안법이 있고 성인·폭력물에 대한 단속을 합리화시켜주는 청소년보호법 등이 존재하고 있는 마당에 이런 조치를 위법이냐 적법이냐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듯 싶다.

이번 계정 차단 조치를 덤덤히 받아들이며 그냥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보려 한다.

1. 해외 서비스의 국내 유입 서비스의 경우 국내 IP에서 해외 서비스 가운데 특정 서버(IP단위)나 URL을 차단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결론은 짧게 말해 '가능'하다. 심지어 정밀하게 규제할 경우 특정 PC로 특정 서버의 서비스에 접근하는 것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인터넷의 구조상 역으로 VPN을 통해 상호 허용된 서비스와 PC만 소통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서 그렇다.

2. 그렇다면 트위터 같이 해외 서비스의 계정을 차단시키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남는다. 트위터는 가능하다. 아니,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특정할 수 있는 URL을 갖고 있으면 기술적으로 국내 IP를 사용하는 곳에서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URL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터넷 서비스가 URL 단위로 쪼개져서 고유한 주소를 보여줄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해외 서비스의 경우 전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그 퍼머링크를 막는 것이다. 이번 경우에는 국내 IP의 http://twitter.com/uriminzok 라는 주소의 접근을 막겠다는 의미다.

* URL이 아닌 데이터 집합일 경우 패킷 분석과 선별적 차단이 있어야 하는 문제인데 이건 정말 정치적으로 큰 폭발력을 갖고 있어서 선택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트위터의 오픈API를 통해 데이터를 호출하는 클라이언트 어플리케이션 등에서는 계정 차단과 상관 없이 교류가 가능하다. 또한 RT나 Reply로 해당 글이 옮겨질 경우 새로운 URL이기 때문에 이것을 쫓아다니며 차단하려면 특별한 검색 시스템을 두어 매번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없다.

3. 그럼 이런 차단을 실행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청소년보호 등 권한을 갖고 있는 곳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요청을 하면 방통위는 다시 국내 ISP에게 이같은 차단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이것은 국내 ISP 사업권에 대한 규제 부서가 방통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국내에서 해외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모든 패킷은 중간에 이들 ISP에 의해 블로킹(차단)될 수도 있으며 패킷 감청 장비만 가동하면 모든 패킷 분석도 가능하다. 물론 이런 패킷 감청까지 가면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신중해져야 한다. 일단 결론은 ISP를 움직이면 뭐든 상상하는대로 된다. 다만 효율성이 문제일 뿐. 100개 정도의 계정이 차단되는 것은 막겠지만 하루에 100개씩 새로 생성하면서 똑같은 내용을 올린다면? 이건 자원 효율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4.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차단'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사실상 위의 우리민족끼리 어쩌구가 과연 우리나라 트위터를 사용할 정도의 지적 수준을 갖춘 사람들에게 뭔가 특별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가정을 이 나라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감은 음란, 폭력물에 대한 사회적인 거부감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사람들이 정치를 싫어하는 이유는 매스미디어가 중간에 정치를 마치 야생동물들을 통째로 요리한 것처럼 보여지도록 만들어(이를테면 혐오식품 처럼) 구경은 할 수 있으나 수저를 찔러 넣을 수 없는 상황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관심사' 중심으로 모여지는 소셜미디어 상황에서도 비슷하게 여겨진다. 남이 당하는 것을 보면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감정 이입과 함께 공포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5. 그럼 어쩌자는거냐고 묻는 사람이 꼭 있다. 사실 나라고 답이 있겠는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를 막아야 하고 어느 정도를 풀어줘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양 극단에서는 별로 이견이 없지만 중간 지점에서 충돌이 생기게 마련이다. 사회적인 합의는 이 때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반문해보는 거다. 지금 우리가 차단하고 있는 것들이 정말 국민 모두에게 절대적인 해악을 끼칠 만한 것인지, 우리 사회는 그 문제를 자연스럽게 극복하지 못할 정도로 저급한 수준인지... 정작 난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믿지만 국가는 국민의 의식수준이 아주 낮을 것으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트위터 계정 차단 문제는 '기술'이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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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0 10:50 2010/08/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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