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댓글 대응 '긁어 부스럼'

Ring Idea 2009/09/10 06:12 Posted by 그만

9월 9일 휴가였습니다만 간간히 휴대폰으로 트위터를 보고 있었습니다. 입력이나 응답은 여전히 휴대폰으로는 쉽지 않네요.

그런데 @phploveme님에게서 심상치 않은 글이 계속 올라오는군요.

  • Streisand 사건은 그녀가 자초한 것이지만 기상청 사건은 상부의 지시로 이루어진 것이라 홍보담당자가 위험에 빠집니다. 그를 보호할 장치가 먼저 필요합니다 RT @3pisod3: 기상청사건은 말로만 듣던 Streisand effect 아닌가요?
  • [공개사과] 기상청 홍보담당 이종하님께 사과드립니다. 홍보담당자는 조직 상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습니다. 아무쪼록 제 글이 귀하의 업무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좀전에 기상청의 이종하 홍보담당관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상당히 다급하신 목소리. 사실 저도 기상청에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그분들의 엉뚱한 노력이 안쓰러울 뿐. 일단 삭제하고 나중에 다시 통화하기로... 그런데 사이트가 죽었나?
  • 도와주세요! 기상청 슈퍼컴퓨터가 제 블로그를 공격하나 봐요. ㅠㅠ; http://lovesera.com/tt/432
  • 앗! 빠르다 벌써 그분이 제 블로그에 오셨습니다. http://bit.ly/10ZRJz 정말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구라청'을 찾나봐요 RT @ujeani: 이 글도 "구라청" 메일 받지 않으실까요?: 대한민국 기상청(일명:구라청)은 노라조를 닮아라
  • 대한민국 기상청(일명:구라청)은 노라조를 닮아라: 1. 사건의 발달기상청이 '구라청'이라고 쓴 개인 블로그를 찾아 다니며삭제 요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기상중계청,구라청 아닙니다. 기상청입니다. "구라청.. http://bit.ly/10ZRJz
  • 대한민국 기상청(일명:구라청)은 노라조를 닮아라 http://lovesera.com/tt/432 , 기상청! 축하한다. 제대로 낚였다.

    그리고 그의 글은 지워지고 수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기상청은 노라조를 닮아라 [lovesera.com: ART of VIRTUE]

    이 사건에 대해 PR 전문가이신 정용민 대표의 관전평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기관의 온라인 위기 대응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과연 이러한 engagement가 효과적일까 하는 부분은 물론이고, 왜 이런 프로그램을 비교적 장기간 진행하게 되었고, 누가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걸까 하는 게 의문이다. 

    Engagement를 위해서는 그 대상과 미디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진정으로 engagement하려 한다면 하나 하나의 포스팅에 모두 personal/customized approach가 필요한거 아닌가. 

    댓글에서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거다. 생각하는 사람 말이다.
    모 기관의 블로거 engagement 방식 감상 [Communications as Ikor]


    일단 효과가 있을 것이냐의 문제는 지금 보시는 바와 같이 최소한 저 같은 사람이 강의나 강연할 때마다, 또는 다른 블로거나 업계 분들과 대화할 때마다 앞으로 주구장창 써먹을 사례가 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의 실패'라고 할 수 있겠네요. 게다가 막상 지금도 해당 글을 지우는 사람도 있지만 지우지 않고 '항거'하는 분도 많으니 문제가 더 커지네요.

    댓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이 대부분 부정적이라는 점에서도 이러한 댓글로 '삭제'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정도가 훨씬 다르지만 예전의 던킨 도너츠 사례를 다시 상기하게 됩니다.

    2008/11/14 미래에셋, 제 2의 던킨도너츠 사례되나?
    2007/05/02 던킨 도너츠, 그리고 그만의 단편적 생각들
    2007/05/01 던킨도너츠 공식 입장
    2007/05/01 던킨도너츠 사건과 블로거의 명예훼손죄 여부
    2007/04/30 던킨 도너츠, 위기 관리 고작 이 정도인가.

    이번 건의 경우를 정리하면,

    1. 대부분의 경우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안을 과잉 대응으로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는 점(별 관심도 없었고 사람들이 그냥 비아냥조로 흘려 말했던 것을 작정하고 말하게 했다는 점에서)과

    2. 즉시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라고 해서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

    3.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특별한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정서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점(사실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

    4. 유사한 사례를 개별 대응하지 않고 매스미디어식 대응을 했다는 점(멘트가 복사한 듯이 똑같았다는),

    5. 조직이 온라인상의 개인들에게 '삭제' 등을 운운하면서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져 결국 '항거 정신'을 일깨웠다는 점(자칫 표현의 자유라는 거창한 사상적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

    등을 지적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입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로고스피어든 트위터든 소셜 네트워크의 같은 일원도 아니고 커뮤니티를 이뤄서 정서적 교감을 나눠본 적도 없는 조직 관계자의 당부나 부탁은 '압박'이나 '강요', 또는 심지어 '협박' 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에 대한 대응이 미숙한 곳은 행동하기 전에 매우 신중한 접근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 덧, 위에 언급돼 있는 @3pisod3 님의 Streisand effect(스트라이샌드 이펙트)에 대한 위키백과(http://en.wikipedia.org/wiki/Streisand_effect)와 관련된 글(스트라이샌드 효과(Streisand Effect)를 배우시길.[까칠한 마냐님])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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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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