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문제 다른 곳으로 돌리기

Ring Idea 2009/09/07 09:29 Posted by 그만
심리학 용어에 '투사'란 것이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자신의 잘못된 부분에 대해 '남탓'하는 사람이거나 자신의 열등감이 투영된 남을 타박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투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투사란 것은 남들이 자신을 보는 외연에 대한 표출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남들이 '나이에 맞게 행동해' 따위의 규범을 강요하면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나가고 문제가 생길 때 남에게 문제의 원인을 따져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가 싫다거나 애인이 싫다거나 집에 들어가기 싫다거나 할 때 우리는 뭔가 원인을 생각해내는데 보통 타인이나 다른 요인에 의한 문제점을 끄집어 내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문제의 원인일 때가 많습니다. 단지 자기 속의 문제를 끄집어 내기 싫어서 자기방어기제를 동원하면서 외부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이지요.

어제 2PM의 박재범이 수년 전 마이스페이스에 올려 놓은 신세타령 글이 회자되는 모습을 보면서 네티즌의 집단 투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교포나 해외파 연예인의 병역 미필, 엄청난 인기와 금전적 수익 등 눈에 보이는 조건들을 내가 갖지 못한다는 상대적 박탈감에 의해 꼬투리 잡힐 꺼리만 나오면 비난을 퍼붓는 모습을 보면서 '소셜투사'의 전형을 발견하게 됩니다.(박재범 군의 헛소리를 옹호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란 거 아시죠? ^^)


투사(投射 projection)
자아방어 메커니즘을 일컫는 심리학·정신의학 용어. 투영(投影)이라고도 한다. 무의식작용으로 자신의 자질·욕구·감정 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그러한 감정이 자기 것이 아니라 타인이나 사물에 있는 듯이 느끼는 작용이다. 즉 타인에게 적의와 연정을 느끼는데,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그 적의나 연애감정이 자기 속에서는 억제되고 상대에게 투사되어 마치 상대가 자기를 미워하거나 사랑한다고 느끼는 메커니즘이다. 질병에서는 편집광이나 공포증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으로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독신여성에게서 보이는 피해망상은 그녀 자신의 애정욕구에 대한 투사이고,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정시공포는 주위에 대한 공격성투사이며 자신의 결점을 타인에게서 쉽게 발견하는 것도 투사이다. 이러한 투사는 일상적 심리기제 속에서도 많이 나타나 주위 사람들의 감정을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원인이 된다. 메커니즘이 이러한 투사로부터 해방되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하여는 자기에게 있는 불쾌한 감정이나 자질·욕구로부터 해방될 필요가 있다.
출처 : 야후!코리아 백과사전

적절한 예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투사'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 두 가지 에피소드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심리학 이야기를 꺼내봤습니다.

링블로그 독자 여러분, 이번 한 주도 즐겁고 신나는 날들로 채워나가시기 바랍니다.

# Episode 1>
어느 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늪에 빠졌다.
마침, 그 주변에서 순찰을 돌던 구조대원이 그를 발견했다.

"이런, 늪에 빠졌네요. 자 이 줄을 잡고 빠져나오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하느님의 처분에 맡겨야지요. 하느님은 곧 저를 도우실 것입니다."

신자는 허리 높이까지 늪에 빠져들었다. 소방관이 걱정스럽게 다시 물었다.

"허리까지 차오르는데요. 정말 괜찮겠어요?"
"네, 물론이죠. 지금까지 제가 하느님을 얼마나 충실히 믿고 따랐는지 하느님 역시 알고 계실 것이기 때문에 저는 걱정 없어요."

늪은 신자를 계속 빨아들여 목 부위까지 차 올랐다. 간신히 팔을 뻗을 수 있는 정도였다. 소방관은 줄을 뻗어 신자에게 재촉했다.

"안 되겠어요. 이제 당신의 하느님이고 뭐고 내가 당신을 구해야겠어요. 어서 줄을 잡아요."
"무슨 말씀을. 하느님께서 하시는 모든 일은 다 이유가 있답니다. 하느님의 권능을 의심하지 마세요."

늪은 그를 완전히 빨아들였고 그는 죽었다.

저승에서 하느님 앞에 선 신자는 서러운 목소리로 따졌다.

"하느님 어찌 저를 버리셨나이까. 제가 하느님만을 믿고 살아왔다는 것을 아시면서 왜 저를 구하지 않으시고 죽게 놔두셨습니까."

하느님은 신자를 보며 어이없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소리니? 내가 이미 소방관을 보내 세번이나 널 구하려고 했는데 니가 싫다며?!"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1권에 소개된 에피소드 재구성 수정 인용



# Episode 2>
50대 중반의 남편 A. 뉴스를 보다가 사람의 노화는 눈이나 기타 장기가 아닌 바로 '청력'에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남편 A. 저녁에 집에 돌아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많이 늙어보인다. 어쩌면 아내의 노화는 더 빨리 진행되고 있을지 모른다. 여자들의 피부 노화가 더 빨리 진행되듯이 말이다.

남편 A. 아내의 뒤에 대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여보, 오늘 저녁 국거리는 뭐야?"

테스트를 위한 것이어서 작게 이야기 한 탓일까? 대답이 없다. 조마조마해진 남편 A. 다시 물어본다.

"여.. 여보, 오늘 저녁 국거리는 뭐냐니까?"

역시 대답이 없다. 이제 남편 A는 인생의 회한에 접어들며 와락 눈물이 쏟아지려 한다. 아내는 분명 노화가 이미 많이 진행된 것이 분명하다. 어쩌다 이렇게 귀가 잘 안 들릴 때까지 난 몰랐을까. 울먹이며 다시 물어본다.

"여.. 보.. 훌쩍. 오늘 저녁 국거리는 뭐냐니까.. 안 들려? 내 말..."

아내가 홱 돌아보며 남편 A에게 소리 지른다.

"이 양반이 왜 이래. 북어국이라고 세번이나 말했잖아."

- MBC 라디오 지상렬 노사연의 2시만세 9월 6일 방송분 재구성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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