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과 직관의 시대

Column Ring 2008/10/20 11:09 Posted by 그만

'현대 사회'라고 흔히 말하는 현재는 '산업 사회'가 전세계의 스탠더드 시스템으로 동작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촉매는 단연 '증기기관'이었다. 이후 '전기'와 '전신'과 함께 교통수단의 발달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확대시켰으며 생활 반경을 넓혔다. 산업사회의 특징은 '대량생산 체제'의 확립이었다. 많은 것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소비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는 '표준화'와 함께 '금융'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했다. 많은 국가는 이를 시행했고 이런 산업자본과 금융은 생산을 자극시켜 생산 과잉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표준화는 극단적인 획일화와 함께 효율화라는 명분으로 사람들의 노동력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만들어두었고 모든 사람들은 아침 9시에 출근해 중간에 12시에 점심을 먹고 6시에 퇴근하는 표준 근로시간을 만들었다.

근로시간이 획일화되면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은 다시 표준에 가까운 정규분포에 가까와지고 이는 다시 산업 사회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근거가 되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는 흥미롭게도 거대한 바위를 바퀴로 사용하는 전동차 같은 것이었다.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했으며 대량 소비를 미덕으로 삼았다. 부가가치는 이러한 재화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각 단계에 은밀하게 숨어 들었다. 물자의 가격은 끊이 없이 올라야 했으며 소비자들은 노동자로서 다시 생산의 원가인 인건비를 급속도로 올려야만 새로운 소비를 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은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생활의 대부분의 물자를 생산자들로부터 구해야 했으며 다시 화폐가 필요했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거품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체계다. 다른 말로는 엔트로피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산업사회의 발달에는 미디어가 일조를 하게 됐다. 매스미디어는 메시지의 집중적인 생산과 대량 소비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며 초기에 가장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 구조였다. 잡지와 신문은 사적 생산 체계였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다. 하지만 공익성을 무기로 국가는 매스미디어의 전달체계인 전파를 독점할 수 있었다. 공공재인 전파의 독점은 더욱 강력한 산업사회의 도구가 되었으며 자본주의와 산업사회의 환상을 직접적이면서도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명백한 수단이 되었다.

농경시대의 노동력에 대한 가치와 봉건시대의 권위와 종교에 대한 가치는 인간들의 심리 속에 잔존해 있지만 산업사회의 표준화된 가치에 반하는 '무작위성'에 근거하며 예측 불가능한 '심리적 혼돈'에 불과했다. 학자들은 예측할 수 있는 행동을 연구했으며 마치 거대한 사회를 거대한 기계나 시스템처럼 보기도 했다. 선형적인 세계관이 지배한 산업사회는 일차원적이며 직선적인 인과관계 분석만이 허용됐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석마저도 '전문가'라는 허울좋은 '뻥쟁이'들의 전유물이 되었다.

산업 사회에서는 자격시험이 성행했으며 평균 이상의 만들어진 정답을 제출하면 더 많은 혜택을 주도록 국가 시스템은 장려해왔다. 신흥 자본가들을 권력자로 올려놓기 위한 교묘한 시스템 조작이라고 볼 수도 있다.

산업 사회의 연장선에 지식 사회라는 환상계가 등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원하기보다 기존 사회 체계에 좀더 활력을 불어 넣는 또 다른 '도구'를 원했을 뿐이었다.

세상은 하나의 통신체계로 묶이게 됐으며 세상 각지의 소식은 누군가에 의해 빠르게 전달되고 빠르게 '만들어지게' 됐다. 미국 정부가 찍어내는 화폐는 각 나라마다 교환가치를 달리해 놓았으며 각 나라의 주식 시장은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투자자들에 의해 좌우되었다.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되었고 더 많은 정보가 생산되면서 믿을만한 정보를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했다. 누구의 해석도 믿지 못하게 되었으며 과다한 교육을 받은 멍청이들이 자본 시장을 좌지우지했다.

"왜 금융 위기가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필연성이 존재했기 때문이며 어느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의 잘못 때문"이라는 해괴망칙한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산업사회의 구조적 취약성은 자본과 생산기반, 심지어 지식과 정보 네트워크까지 얽혀있으면서 '나비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공진효과'를 낳게 만들었다. 공진효과는 다분히 심리적이며 이는 분석적이고 해석적이며 인과관계에 대한 합리적 해설을 원하는 모든 경제 참여자들에게 복잡성을 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나비효과'와 '공진효과'를 무시하는 개인들이 있는데, 우리 하나하나의 경제 참여자들의 움직임이 전세계 경제의 향방을 정할 수 있다는 심각한 논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 현재 경제 상황이 안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입에서 '우리가 어쩔 수 없는 해외발 악재' 등의 얼토당토 않은 해석을 내놓고 면피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일화는 곱씹어 볼만한다.

이른 바 2005년 있었던 'BOK 쇼크'가 그것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2005년 2월 국회에서 “투자대상 통화를 다변화하겠다”고 말한다. 이 발언은 전세계 금융가에게 충격파를 던져줬으며 전세계 4위의 외한 보유고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이 달러를 내다 팔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환율이 급락하는 사태를 맞게 되면서 엔화와 유로화까지 덩달아 춤을 추는 사태를 맞이했다. 이어 2005년 5월 박 전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더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시 전세계 외환 시장을 패닉상태로 만들었다.

한국이란 작은 나라가 이 세계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너무 미미해보인다고 말하는 자괴감 넘치는 국민이 더 많고 '대국 의존'에 목숨거는 빈약한 철학과 곤궁한 통찰력을 가진 멍청한 지식인들이 넘치는 시대다. 하지만 한국이 대증요법으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외환시장과 세계 금융가는 누구를 주목해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다.

이토록 긴 이야기를 한 것은 지나온 것에 대한 분석과 해석에 목매다는 창의력 없는 금융 자본가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도덕성과 통찰력을 갖지 않은 권력가들이 시장의 심리를 더욱 흩어놓았고 원칙과 일관성을 상실한 허울좋은 실용이라는 허무맹랑한 철학이 지금의 위기를 낳게 했다고 말한다면 너무 억지일까?

앞으로는 원칙과 일관성을 갖춘 통찰력과 직관의 시대가 되리라 본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분석은 '타산지석'을 위함이지 전망을 위한 억지 분석에 놀아날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 안전한 분석이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쯤은 이제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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