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나고 목감기까지 걸려서 목이 컬컬하고 몸도 뻐근하네요.

추석 때 하루 정도 오프라인이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하는 온라인 상태에서는 사실 포털보다 제 블로그가 첫화면이 될 때가 많은데요..^^

댓글이 조금 쌓여 있더라구요. 그래서 댓글을 달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지금은 4, 5개 댓글인데.. 나중에 하루에 열 몇개씩 쌓이면 어쩌지?'

본말이 전도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문에 신경쓰기보다 댓글에 응대하고 댓글에 반응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것이겠죠.

야후!에서 외부 블로거를 대상으로 '미러링 블로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외부 블로그를 CP로 대접하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이 바로 야후!쪽 계정으로 자동으로 피딩되는 방식이죠. 마치 뉴스 서비스 처럼 말이죠.

그러면 야후!는 이 것을 포털 내부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게 됩니다. 메인에 노출하거나 블로그끼리 테마로 묶는다거나 뉴스와 적절히 뒤섞어 보여준다거나 등등이죠.

이 때 하루에 심하면 10만 20만 정도의 페이지뷰가 나오게 되는데 포털에 노출된 콘텐츠에 달리는 댓글은 상상을 초월할 때가 많습니다. 수백개씩 달리는 댓글에는 단순한 감상평에서 한번 끝장 토론을 제안하는 이까지 다양하죠. 이에 대해 개인 블로거가 일일이 반응할 수 있을까요? 블로거와의 대화를 염두에 두기보다 포털 뉴스 보듯이 마음대로 '싸놓고 가는 댓글'에도 반응해야 할까요?

예전에 C2 개발 책임을 맡은 박지영 본부장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초기 싸이월드 멤버이면서 미니홈 디자이너였던 그는 초기 싸이월드에서 고객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느꼈던 시절을 잠깐 이야기 하면서

"그 때는 일일이 대응해주고 친해지는 고객도 생기고 그랬죠. 지금은 그러기 힘들어졌어요. 너무 커진거죠"

그만도 아하!PC라는 잡지를 만들 때 부록 CD 콘텐츠 담당이었는데 부록 CD를 사용해보고 문의해오는 독자들에게 심하면 몇 시간씩 CD를 CD롬 드라이브에 넣는 법부터 윈도우를 재시작해야 하는 상황까지 응대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러는 거 같은데요. '올블로그' 태그를 쓰거나 '올블로그'라는 제목을 사용하면 올블 사람들이 달려와 댓글을 달아주는 거 아시죠?

하지만 네이버 정도 되면 이거 응대 자체가 힘들어지고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이 '공식적인 응대'에서 멈출 수밖에 없게 되죠. 규모가 커지면서 공식화되고 규격화되는 응대 방식이 등장하는 겁니다.

블로그, 너무 커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포스트 : 2007/09/18 그만의 블로깅 비법 10[2]

블로그의 콘텐츠 생산과 관리는 여전히 개인들입니다. 이들 개인의 블로그가 주목을 받는 것 까지는 좋다고 해도 이들 블로그가 지나치게 커져버리면 그 블로그 자체가 이상하게 기존의 블로고스피어와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곤 하죠.

엠파스 모 기획자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링블로그 팬인데요. 사실 댓글 달기가 무서워요. 다른 댓글 다시는 분들의 수준도 장난 아닌 거 같고..^^"

개인적으로 어색한 표현인 '팬'이란 말은 차치하더라도 그 분에게 제 블로그는 가까이 하기 힘든 '그 무엇'이 되었다는 의미일 겁니다. 제가 의도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어쩌면 댓글에 반응하는 제 태도가 지나치게 공식적이라고 느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돌아봐도 참 전투적으로 블로깅을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기자들에게 댓글에 반응하라고 주문하면서도 정작 과연 정말 많은 사람이 읽는 블로그라면 댓글에 응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듭니다.

그래서 블로그, 너무 커지기 전에 조절하세요. 독자들이 범접하기 힘든 그 무엇이 되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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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09/28 09:39 2007/09/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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