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는 무엇을 원할까?

Column Ring 2007/08/29 09:42 Posted by 그만

"블로거들은 무엇을 원하나요?"

개인적으로 강의하러 다니는 곳에서 종종 나오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너무나 당혹스럽다.

"당신은 무엇을 원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쉽지만 "우리는 무엇을 원할까요?", 또는 "우리나라 사람은 무엇을 원하나요?"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쉽지 않으니까 말이다.

이럴 때는 이렇게 받아준다.

"블로거가 되시면 블로거들이 원하는 것을 느낄 겁니다. 그런데 당신이 느끼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겁니다."

미디어의 영입 대상 '블로거'
괜한 자부심을 가지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미디어들이 '좋은 블로거', 또는 '유명한 블로거'를 내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여기서 미디어는 포털도 미디어이고 신문도 미디어이며 각종 커뮤니티, 잡지사까지 포괄하는 의미다.

어느 곳에서는 이런 말도 한다.

"우리는 돈도 없어요. 블로거들 요새 돈을 좀 줘야 하는데... 이러다 우리 회사만 뒤처지는 거 아닌지 몰라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사연일까? 아니면 '에라 이 멍충아, 그건 아냐!'라며 꿀밤을 먹여야 할까?

그만이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외부 블로거를 TNM과 손잡고 영입하려 하고 있다. 야후! 역시 외부 블로거가 대상이지만 타 포털사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블로거보다는 자신의 도메인을 소유했거나 호스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거가 대상이다. 이들에게 다음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제시했다. 그리고 불확실하지만 트래픽을 몰아주는 대신 광고비 분배의 모델을 만들려고 준비중이다.

네이버는 블로거가 아닌 유명인사를 블로거로 만들기 위해 영입 작전을 세우고 있다. 최근의 박범신 작가의 블로그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크거나 작거나 많은 출판사들이 조금 유명하다 싶은 블로거들을 상대로 책을 써볼 의향이 있느냐는 메일을 보내고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역시 인세 등의 수입 등이 이들에게는 중요한 유인책이다.

교보문고는 블로거들과 함께 유명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나 리뷰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기획중이다.

조선일보는 떡이떡이로 유명한 기자 블로거의 대명사 서명덕 기자를 영입했다. 파격적인 조건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근무 여건이나 경력 관리에 있어서 서명덕 기자에게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ZDNet Korea는 스마트플레이스와 스마트가젯 팀 블로그를 섹션화 해서 고정 노출 시켜주고 있다. ZDNet Korea는 예전에 블루문님을 블로거로 영입해 고정 영역을 주고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한 바 있다.

전자신문인터넷은 아예 칼럼니스트로 영입하는 경우다. 구글 이야기로 유명한 이삼구님에게 고정 칼럼을 맡겨 이를 다시 포털로 재전송했었다. 이삼구님은 원고료 외에도 포털 전송으로 인한 개인 브랜드 상승이라는 득을 함께 봤을 것이다.

진정 블로거들이 원하는 것은?
그렇다면 정녕 블로거들은 미디어라는 '제왕'이 삼고초려할만한 '장수'일까? 블로거들은 그만한 가치를 미디어기업에게 줄 수 있을 것인가?

반대로 블로거들은 준비된 채로 이런 손짓에 응하는 것일까?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확신을 얼마나 유지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예전에 그만이 쓴 프로 블로거(또는 전업블로거)에 대해 상상한 글은 꽤나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이런 프로 블로거에 대한 이야기는 몇 가지 전제가 있었다.

얼마 전 최진순 기자님이 그만에게 프로 블로거에 대한 질문을 해왔다. 메신저 대화를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전업블로그가 국내에서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언제쯤일지, 어떻게 블로그들이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
환경적인 면에서 신디케이션 모델이 토착화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죠.
그렇지 않다면 이동진닷컴이나 민훈기닷컴 정도가 개인 CP로 독점 공급하는 형태의 모습 정도가 과도기적인 모습이라고 봅니다.

결국 기업이나 전통매체의 역할도 중요한 것인가?
신디케이션이란 동일 콘텐츠나 동일 콘텐츠 플랫폼으로 여러 유통망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수익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까지 나온 비즈 모델은...수입원은 애드센스나 이런거인데...
예를 들면 일간스포츠에서 블로그 글을 이미 발행된 것을 지면화 하면서 돈을 따로 주는 양태도 괜찮은 방법이죠.

애드센스 같은 게 가능성있을까? 부정클릭 등 불만도 크던데.
크죠.. 매우 위험합니다. 광고주나 블로거나 양쪽 측면에서
특히나 부정클릭 이슈에 대해 개인들은 어떠한 방어도 할 수 없으니까요..

불만이란 게 노고에 비해. 돈벌이가 안된다. 이런 불만이 크다 이건데, 그렇다면 그만이 보기에 현재까지 국내 블로그들의 주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모델인 온라인 광고모델이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문제점을 극복해야 할지 말해 달라.

일단 유통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면 수익 다변화는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일단 노출이 하루 10만 이상만 되어도 CPM이나 CPS, CPA,  CPC까지 고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은 CPM, CPS, CPA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유의미한 트래픽을 갖고 있지 못하죠.
트래픽을 확보할만한 유통망의 확보가 시급하다고 봅니다.

유통을 어떻게 해결? 포털 플랫폼을 활용하는거도 한 사례가 되는가?
그렇죠.. 그래서 야후가 우수 블로거들에게 트래픽을 몰아주고 광고를 붙일 수 있도록 영업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만일 그렇다면 블로거들이 자신들의 영향력과 지위를 스스로 형성하지 못하고, 포털에 얽매인다는 비판이 있지 않을까? 물론 긍정적인 부분이 있겠지만. 부정적 측면은 없을까 해서.
그 부분도 다른 포털 처럼 독점권으로 끌어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우리는 단지 여러 유통 경로 중 하나일 뿐이죠.
블로거들이 개별적으로 서적출판, 다른 포털과의 계약을 진행한다고 해도 CP로서의 지위를 인정해 줄 생각이죠.

그런데. 말씀하신대로 부정적인 측면은 오히려 개인 CP로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가, 1, 2천명 대 수준의 방문객과 댓글 기껏해야 수십 개 정도를 처리하던 방식에서 수만, 수십만명대의 방문자가 하루에 들어오고 수많은 악플이 달리거나 논쟁에 휘말릴 경우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결국 개인CP로서의 준비가 돼 있는지는 미지수죠.
지금이야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좋겠다 정도인데 그만큼의 책임도 따르고 의무감도 있어야 하고.. 유명세도 치러야 하는데 과연 그걸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도 문제죠. 반대로 예전에는 없던 권력이 생기면 이를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전반적으로 우려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전업블로거가 되기 위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이 있다면?
책임감! 일관성, 그리고 프로 의식입니다.
일반 개인들에게는 사실 좀 무리한 요구일 수 있겠죠..
그런데 일반블로그로 만족하지 않고 전업블로그가 되고 싶다면 그 정도는 정말 고민 많이 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전략적인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외국 파워 블로거나 블로고스피어와 비교할 때 국내의 가장 큰 문제는? 또는 단점이라면?
블로거라는 것이 스펙트럼이 워낙 넓으니까요.. 딱히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콘텐츠'와 '논란'을 생산을 스스로 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전업블로그로서의 가치라고 봅니다.
일정 영역의 전문 전업블로그가 컬럼 형식이 위주라면 주관과 색깔이 뚜렷해야 하고요..
정보 형식이라면 정말 어디서 배껴낸 것이 아닌 자신만의 새로운 정보 가공 능력이 필요한거죠.

그만이 보기에 월수 7~8000달러 버는 전업블로그 시대는 언제 올거 같은가?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 버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 블로그 트래픽만으로 그 정도 수익을 얻으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거 같구요. 하지만 서적 출판, 오프라인 강연, 컨설팅, 기고 등 기타 수익 모델 다변화를 꾀하면.. 충분히 내년 정도에는 나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왜 우리나라엔 지식인(기자포함), 학계 있는 사람들의 블로깅이 부족한걸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이 보기에.
우리나라 기자를 포함한 지식인들은 효용성을 따졌을 때 기존 언론사에 기고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거겠죠. 신디케이션 모델의 생산자 위치에 있기보다 그냥 유통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가공해주는 역할에만 오랫동안 길들여져 왔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오프라인 영향력을 유지시켜왔고 그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 거 같습니다. 딱히 돈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이 블로그 한다고 해서 다른 수입이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으니까요..

전업 블로그를 이야기할때.국내에서 그 가능성의 측면에서 한국어의 한계는 결정적이라고 보는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영문 블로그라면 더 뜨기 힘들거에요. 한국어이기 때문에 작은 성공이 더 많을 수 있는거라고 봅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전업 블로그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 프로의식을 가진 창조적 콘텐츠 생산자이냐가 더 중요한 거 같습니다..
블로그는 단지 툴에 불과하니까요. 전업블로그에 대한 환상을 쫓기보다 자신의 글솜씨와 논리적 배경이 되는 지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독자들과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녕 블로거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사실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어쩌면 당신이 블로거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블로고스피어에서 찾아라. 또는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위해 블로거가 되어라.

전업 블로거는 '원하는 일을 하면서 밥 먹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는 발상이 깔려있지만 정작 프로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로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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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2007/08/29 09:42 2007/08/2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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