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티브 광고, 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MCN), 큐레이션 미디어, 카드 콘텐츠, 인포그래픽, 개방형 콘텐츠 관리 시스템(CMS), 몰아보기(binge-viewing)…. 최근 미디어 업계에는 각종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이런 신조어들에는 새로운 미디어 기술 환경과 사회문화적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유심히 봐야 할 변화는 기존 고품질 콘텐츠 유통 체계와 아마추어 콘텐츠 생산 체계(User Generated Content ·UGC) 사이 틈새를 노린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MCN은 전문성과 입담을 지닌 개인들이 인터넷 영상을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연예기획사 같은 구실을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국내에서 자신이 게임하는 모습을 중계해 커다란 팬덤을 형성한 ‘대도서관(본명 나동현)’과 ‘양띵’, 화장법 영상을 선보이는 ‘씬님’ 등이 모두 MCN 사업자들이 관리하는 영상 블로거, 즉 브이로거(Vlogger:비디오와 블로거를 합성한 신조어)들이다.
MCN은 신종 사업이어서 특별한 요건이나 사업 범위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대개 유명한 인터넷 영상 운영자들과 계약해 각종 활동을 돕고 수익을 분배하거나, 아예 연예 기획사가 연예인을 직접 교육해 데뷔시키듯 교육을 병행한다. 스튜디오, 음원, 촬영 장비, 각종 행정 처리 등을 대행해주면서 소속 브이로거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일부를 분배받고 이들에게 새로운 스케줄이나 강연 사업 같은 부가 수익을 기획해주기도 한다. 1인 창작자들에게 유용한 인프라를 제공해주는 구실이다.
게임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대도서관’은 CJ E&M 소속 브이로거다. 해외에서는 이미 월트디즈니, 드림웍스, 타임워너, RTL그룹, 컴 캐스트 같은 대형 미디어 기업이 MCN 관련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에 나설 정도로 빠르게 시장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MCN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어썸니스 TV는 2012년 3300만 달러를 받고 드림웍스에 인수됐고, 메이커 스튜디오는 지난해 3월 월트디즈니에 1조원에 팔렸다.
국내에서는 1년 전부터 CJ E&M의 크리에이터 그룹이 MCN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이 크리에이터 그룹에 속해 있는 파트너(브이로거)는 현재 248팀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양띵’과 ‘대도서관’이 CJ E&M 소속이다. CJ E&M은 자사가 저작권을 보유한 음원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최근 문을 연 스튜디오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브이로거들의 제작을 지원하는 데 집중한다. 인터넷 방송국 아프리카TV 역시 최근 MCN 사업을 본격화하고 BJ(온라인 방송 진행자) 가운데 40여 명을 선정해 유튜브 등 외부 동영상 플랫폼으로 진출하거나 대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시대의 고민
동영상 서비스 업체 판도라TV는 설립 10주년을 맞아 1인 미디어들이 모바일에서 더 쉽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아이앱’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이앱은 개인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판도라TV에 영상을 올린 후 ‘앱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1분 만에 모바일 앱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며 원할 경우 구글 플레이 마켓에 등록을 대행해주기까지 한다. 창작자와 앱을 내려받은 고객이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아 팬 관리를 직접 할 수 있다. 판도라TV는 이 서비스를 특허 출원했다.
MCN의 확산으로 개인들이 매스미디어 채널에 의존하지 않고도 스스로 온라인 유명인이 될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그러나 이런 개인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몇 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의 경우 콘텐츠 이용자들이 점점 외면하고 있는데도 그동안 사회적인 이슈를 제기하거나 토론을 진행하고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등 공공성의 문맥을 갖춰온 게 사실이다.
이에 비해 MCN을 통해 유통되는 영상 콘텐츠들은 대개 사적이고 엽기적이며 보편적이지 않은 화제성에만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이거나 역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을 담은 이슈, 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의 환기를 위한 공익적 콘텐츠는 갈수록 더 외면받기 십상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고민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 시사IN에 기고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