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쌀로 밥 짓는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pisode1
어느 날 퇴근 길에 라디오에서 한창 오디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죠. 진행자는 박경림, 출연자는 원더걸스였던 거 같네요. 뜬금 없이 박경림씨가 이런 질문을 합니다.
"어떠세요. 소희양도 오디션 많이 보셨나요?"
"오디션 볼 때 좀 떨리고 그러던가요?"
순간 느낌이 '이건 아니다' 싶은 거죠. 너무 당연한 이야기잖아요. 가수 하는데 길거리 캐스팅을 당하더라도 오디션은 봐야 하는 거고 오디션 볼 때 떨리지 않는 것이 이상한 거죠. 원래 오디션을 거의 보지 않았다면, 또는 오디션 볼 때 전혀 떨리지 않는 연예인이라는 것이 알려졌다면 그 이야기를 끌어내는 질문으로 가능했겠지만 대답은 모두 '예'였습니다.
그러자 박경림씨가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바로 재치있게 마무리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쌀로 밥 짓는 이야기를 했네요"
#Episode2
어제 블로그 지인이 찾아왔습니다. 자신의 회사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서였죠. 어쩌면 제게 듣고 싶은 것을 듣기 위해 왔을지 모릅니다.
마케터를 위한 솔루션을 개발한 이 분은 제게 왜 이 솔루션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는지, 왜 초기 기획하고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왔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제가 한 이야기는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케터가 숫자를 좋아하는 것 같지만 반면 정성 평가까지 숫자로 표현되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마케터의 효율성을 측정할 수 있는 솔루션은 마케터에게 권유하지 말고 C-레벨(임원급)에 권하거나 이익이 상충되지 않는 사내 리서치(연구팀)에 권유하라"
"마케터가 관심 있는 것은 자신의 대외적인 성과가 아니라 대내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어필이다. 자신의 역할과 성과에 대해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의 정교한 솔루션을 환영할리 없다"
이건 뭐... 네,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저를 찾아온 블로그 지인은 고맙다고 말을 합니다. 어쩌면 왜 실제로 지금 자신의 솔루션이 실무 마케터에게는 잘 안 먹히고 임원이나 사내 연구원들에게 호응을 받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Episode3
판도라TV의 기자 간담회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질문했습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이다. 수익 보전이 우선인가 비용 절감이 우선인가"
사실은 판도라TV는 이 부분에 대해 둘 다 고민하는 것이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경익 사장님은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줍니다. 수익이야 일단 딱히 별다른 전략이 없는 이상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는 자신의 관리 권한 밖이었으니 당연할 수밖에요.
해외로부터의 투자 유치도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동영상 사이트가 감내해야 할 숙원이었는데 이를 해결했죠. 얼마 전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는데요. 판도라TV의 흑자는 욕을 먹어도 수익에 대한 적극적인 마인드와 현실을 고려한 비용 구조, 그리고 해외 투자 유치 등이 작용하면서 시장 1위 고수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어때요? 쌀로 밥 짓는 이야기죠?
반대로 이야기해볼까요.
동영상 사이트 가운데 최근 비운의 '운영중단'과 '파산'까지 고려하고 있는 SM온라인의 '엠엔캐스트'가 있습니다. SM온라인과 판도라TV 누가 욕을 더 먹고 누가 욕을 덜 먹었습니까. 그리고 누가 더 악바리였고 누가 더 오래 살아남고 있습니까.
다모임에서 SM온라인으로까지는 잘 갈아탔다고 할 수 있습니다. SM이 동영상 UCC에 대한 투자를 기획할 때 다모임은 재빨리 움직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미 그때부터 물 건너간 서비스가 되기 시작합니다. 특정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특정 가수들과 연예인들의 유통경로로 사용될 처지에 놓였고 해외 영상 서비스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꿈 같은 사업이었죠.
다모임 시절 이규웅 대표를 만났을 때 우리는 결국 다시 쌀로 밥 짓는 이야기를 해야 했습니다.
"활로가 필요해요. UCC의 다음 단계는 뭘까요?"
"결국 규모의 경제를 이뤄 미디어가 되던가, 비용을 줄여야 할텐데요"
그러다 SM온라인은 다시 '소리바다'로 2007년 12월 넘어갑니다. SM의 전략적 승리였으며 소리바다의 전략적 패배였던 것이죠. 아무런 담보도 없이 덩치 큰 UCC 사업을 떠안다니... 차라리 웹하드 서비스를 인수하는 것이 수익에 더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그렇게 SM온라인은 소리바다에 의해 '파산' 위기로 몰려 있습니다.
수익도 생각해야 하지만 비용 절감에 대한 확신이나 해결책이 없다면 얼른 사업을 접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비용 과다로 빚만 잔뜩지고 사라지고 말 겁니다.
어때요? 쌀로 밥 짓는 이야기 맞죠?
마지막으로 쌀로 밥 짓는 이야기의 결정판으로 다음 글을 링크합니다. ^^
2009/03/27 [책] 마지막 강의의 핵심 '진실(Tru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