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매체에서 "무선 마우스 하나 써볼래요?"라는 제안이 왔다. 물론 간단한 개봉기나 리뷰를 블로그에 올리는 조건이었고 큰 고민없이 응락했다.
물건이 도착한 지는 벌써 한 주가 넘었지만 사진도 찍어야 하고 간단히 실험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박스를 뜯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말을 맞아 아침부터 박스를 뜯어 제품을 비로소 만져보았다.
제품은 "Microsoft Wireless Mouse 5000" [제품 검색]이다. 검색을 해보니 시중가는 5만원대. 웬만한 무선 마우스에 비해 약 2배 이상의 가격이다. 일단 무선 마우스 치고는 가격이 상당하다. 물론 그렇다고 10만원을 훌쩍 넘는 블루투스 마우스나 30만원대를 훌쩍 넘는 로지텍의 공중 무선마우스보단 못하지만 중급 마우스 가격대인 것은 분명하다.
박스 포장이 상당히 크다. 박스를 뜯어보면 굳이 이렇게 클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떤 면에서 가격에 비례해 과대 포장의 중요성을 외면하지 않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제품 포장이 원래 좀 크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내장 구성품을 살펴보면, 마우스 본체, 무선수신기, 1.5V AA 건전지(이상한 중국산 브랜드가 아니라 에너자이저다) 2개, 사용설명서, 간단설치설명서, 보증서, 인텔리포인트 소프트에어 CD 1장이 들어 있다.
블루 트랙 기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푸른색 광원이 이 제품의 특징이다. 다른 광마우스들의 광원이 붉은 색인 점을 기억한다면 시각적으로 분명히 차이가 난다. 다른 일반적인 무선 마우스 처럼 USB 수신기를 마우스에 장착할 수 있는 홈이 배터리 덮개에 움푹 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단 크기는 처음에 '좀 큰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꽤 오랫동안 집에서 사용중인 역시 같은 회사 제품인 MS 유선 광마우스 블루와 비교해보면 딱히 커보이진 않는다. 높이가 좀더 높고 폭이 약간 넓어지면서 중량감이 느껴지는 것 뿐이다.
이 제품은 버튼이 좌우 하나씩과 측면에 얇고 긴 모양의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이 버튼들은 웹브라우저에서 '뒤로', '앞으로'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이 기능들은 소프트웨어에서 제어할 수 있다. 예전 마우스 제품보다 측면 버튼들이 실수로 눌리는 경우가 적을 것으로 보인다.
휠은 좀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드르륵' 걸리는 느낌이 나지 않고 고무 바퀴 굴리는 느낌이어서 예전의 마우스를 사용하던 사람에게는 어색할 수 있을 것 같다. 휠 버튼은 오히려 뻑뻑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휠을 돌리다가 실수로 중앙 휠버튼을 누르는 경우를 방지한 것이다.
앞에서 블루 트랙 기술이라고 했는데, 이 기술은 쉽게 말해서 일반적이지 않은 환경에서도 마우스 포인터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레이저의 광원 범위보다 넓게(약 4배) 조사하여 반사된 측정값을 통해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마우스가 종종 측정 오류를 보여 마우스 움직임이 뚝뚝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을 보이는 카페트나 인체 피부 위, 또는 의류, 심지어 반짝이는 투명 유리 위에서도 기존 마우스보다 월등한 제어 능력을 발휘한다.
보통 책상 위를 제외한 천 쇼파 위, 목재 밥상 위, TV 앞이나 통유리가 올려진 식탁 위에서 PC를 다룰 때는 마우스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가 많다. 노트북이 보편화되고 무선 공유기를 사용하는 가정이 늘었음에도 마우스포인트의 움직임은 책상 위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Microsoft Wireless Mouse 5000는 이런 불편함을 없애줄 수 있다고 장담한 셈이다.
실제로 집에서 책상 옆에 놓인 천 쇼파 위에서는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오려놓고 터치패드를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는데 이 제품은 확실히 천 쇼파 위에서도 유연하게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목재 밥상은 가끔 거실이나 TV가 놓여진 방에서 노트북을 사용할 때 이용하게 되는데 이 밥상의 표면이 반질반질해 기존의 마우스로는 뚝뚝 끊기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며 자꾸 빗자루 쓸듯이 마우스를 쓸게 되는 못된 버릇이 생기게 됬는데 이 제품은 상당히 부드러웠다.
마우스패드가 없을 때는 급하게 주변에서 책을 찾아 밑에 깔아두었던 불편함을 기억하는 사용자라면 이 제품, 괜찮을 것 같다. 아직 실험해보진 않았지만 대리석이나 공원 벤치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노트북과 같이 들고 다닐만 할 거 같다. 그런데 조금 아이러니 한 것은 제품 특성으로 보면 마우스패드가 필요 없는 상황을 감안해 이동성을 강조한 제품인 거 같은데 덩치는 모바일용으로는 좀 부담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