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자.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가 작다고 치부하고 넘어갔을 뿐이다. 하지만 곪을대로 곪았다는 표현은 억지다. 꽤 오래전부터 누구나 그 문제를 인지하고 지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문제 제기가 ‘파워블로거’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요즘 온라인에서 시끌벅적한 파워블로그 이야기다. ‘파워블로그’란 단어가 본격적으로 회자된 것은 2007년 정도부터였다. 해외에서는 주목할만한 블로그,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면서도 그 발언이나 소식 전달력이 남보다 뛰어난 발군의 블로그를 ‘알파블로그’라고 칭했다. 스스로 선언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 이름을 붙여주지도 않았다. 독자들이 “이 블로그가 알파블로그에요”라고 말해주면서 어느덧 그 블로그는 ‘알파블로그’가 되었다.
한국은 2008년부터 웹 2.0 열풍이 인터넷을 흥분시켰고 그 열풍 속에서 이미 전국민의 60% 이상이 블로그와 1인 미디어를 어떤 형태로든 사용하고 있는 마당에 해외에서의 1인 미디어에 대한 성장을 대입시키며 새롭게 주목을 받았다. 이른바 동영상을 비롯한 UCC 열풍이었다.
당시 포털들은 그동안 별 관심도 두고 있지 않던 블로거들에게 친절하게 굴기 시작했다. ‘파워블로그’니 ‘추천블로그’니 뱃지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블로그들끼리의 평가보다는 그 포털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정작 정보를 평가하고 정보에 대한 신뢰감과 블로그 운영자와의 연대감은 사라지고 오롯이 포털이 메인 페이지에서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 우루루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곳에서 열심히 블로그 글을 올리는 사람은 영웅이 되어갔다. 하지만 포털은 정치와 사회, 또는 전문적이고 비평적인 글을 올리는 블로그에는 독자들을 몰아주지 않는 철저히 이중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블로그는 모두 ‘실용’과 ‘생활’ 블로거들만 ‘파워블로거’로 인정받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미디어의 비평 영역은 철저히 외면 받아왔다.
2008년 여름 네이버가 파워블로거 간담회를 진행했을 당시 타 블로그 서비스와 달리 네이버는 요리, 인테리어 파워 블로거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1위 카테고리는 여행 블로거로 나타났으며 취미나 생활 정보가 대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시사, 사회, 정치, 문예, 비평 분야의 블로그는 거의 구경하기도 힘들만큼 적었다. 이는 포털이 의도적으로 블로그의 사회적 미디어 기능을 거세한 결과였다. 블로거들 사이에선 ‘파워블로거’란 노력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된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등 포털이 밀어주는 블로그’라는 자조도 있다.
미디어는 다양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1인 미디어의 다양성은 포털에 의해 거세된 채 미시적이고 세속적인 아이템만 ‘파워블로그’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방치하면서 파워블로거들의 상업성 경쟁이 조장되고 있었다. 적당한 결제수단을 제공하지도 않고 타 서비스의 블로그 내 서비스 적용도 어렵게 만들어서 새로 만들어지는 시장 자체를 왜곡시켜버렸다. 블로그를 통한 수익활동이 불법은 아니지만 다양성이 부족해진 상태에서는 상호 견제도 사라져버린 것이 문제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파워블로그가 수년 동안 쌓아두었던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상황이 닥치자 불현듯 포털은 한발 빼더니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이다. 한편에서는 포털이 파워블로거 관리를 강화할 것이란 이야기도 들린다. 이제와서 뭘 강화한단 말인가. 국세청은 포털을 통한 사업자등록 및 사업용계좌 표시 등을 의무화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포털이 파워블로거들을 종속시키는 수단에 불과할 것이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정작용을 강화하고 수익활동을 좀더 투명하게 하여 본격적인 미디어 활동을 위한 기반과 자율적 가이드 마련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더불어 블로거들이 직접 나서서 구조적 불합리를 조장한 포털에 대한 의존성을 배제하고 다양성을 획득해서 상호 견제하고 윤리강령 등 자정 활동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이제 포털은 믿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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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발간될 시사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사안이 사안인지라 미리 공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