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루. 요즘 '핫'한 인물이다. 기자들이라면 이 이름이 가진 묘한 분위기에 끌릴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철학자이면서도 '유명인'이자 기자인 김용옥의 딸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미루가 자신의 것이라고 내민 것이 자신의 누드다. 그 누드는 더구나 세계 곳곳의 버려진 곳, 어두 침침한 지하세계, 노숙자마저 보이지 않는 폐허 한 가운데에서 촬영한 것이라 더 특별하다.

그녀가 더 유명해진 것이 바로 우리나라 언론이 '숭배'하는 뉴욕타임스에 등장했다는 사실이니 우리 언론의 아젠다세팅에는 플러스 알파가 숨어 있겠다. 이 재미있는 뉴스꺼리 자체인 김미루의 학벌 역시 화제다. 의대생이었음에도 돌연 자기 누드를 찍는 사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면 끌릴만한 소재를 한 데 다 모았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가 좋아하는 '저명성'은 물론 '배경' 및 '이색 경력', '차별성'에 '사회성'을 담은 메시지이면서 '선정성'까지 포함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 조명하든 김미루는 그 이름과 그의 프로필, 그리고 그의 작품이 소개되는 순간 모든 미디어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녀는 요즘 '핫'한 인물이다. 아마 김대중 대통령 서거가 아니었다면 더욱 뜨거운 이야깃거리를 안겨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그녀에 대한 설명과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한 여러가지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사실은 몇 달 전에 회사 임원분 한 분이 우연찮게 '참 독특한 사람이다'라며 소개시켜준 사람이 바로 김미루였고 그 이후 이 독특한 아가씨의 행적은 간간히 들려오는 외신과 함께 계속 내 무의식적인 관심 주위에 맴돌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최종적으로 내놓은 '누드'와 '폐허'라거나 그녀의 원초적인 '김용옥 딸'로서가 아닌 사진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을 스스로 덤덤하게 이야기해주는 스토리에 끌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보고 요즘 다양한 곳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접해보면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것이다. TED.com에서 이미 그는 유명인사다.(재생버튼 옆의 View subtitles를 누르고 Korean을 고르면 한글 자막을 볼 수 있다)



혹시 안 보인다면 다음 링크로 들어가면 영상을 볼 수 있다. (한글 자막도 함께 볼 수 있다. 심지어 한글 자막을 보충해줄 수도 있다.)

http://www.ted.com/talks/lang/kor/miru_kim_s_underground_art.html

미리 그녀의 몸이 어떤지를 힐끔거리며 탐색하기 전에 '김용옥 딸'의 '알몸'이 어떤 모습인지 상상하기 전에 이 동영상을 보면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왜냐 하면, 이 스토리는 '의식과 사상의 흐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가 동물 해부를 진행하면서 느낀 쥐에 대한 연민과 애착, 그리고 그 쥐를 따라 들어간 도심 속 버려진 지하 터널 공간, 그 안에서 느낀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상. 그곳에서 다시 사물 속에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인물을 누드로, 그 누드는 결국 자신의 누드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덤덤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부분의 영원할 것이라고 믿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덧없음을 직접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었고 그의 스토리를 듣는 순간, 단순히 자극적이었던 여인의 누드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역사 여행을 위한 작품 감상에 빠지게 된다.

바로 예술적 체험인 것이다.

뉴스 속 스토리. 이것이 사실 미디어 2.0의 힘이다.

참고 : 김미루 홈페이지 http://www.miruk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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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22:52 2009/08/24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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