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스마트 TV의 조건 5

Column Ring 2010/05/21 23:21 Posted by 그만

구글이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구글TV 프로젝트의 출발을 알렸다. 물론 이런 식의 공략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어 온 웹 진영의 거실 점령전의 3차 버전 쯤 된다고 볼 수 있다. PC 진영에서 이미 거실 점령을 시도했지만 TV카드에 머물러야 했으며 반대로 통신 진영에서는 인터랙티브 TV를 셋톱박스를 통해 전달하기 위한 시도를 IPTV라는 형태로 진행했지만 너무 늦게 시작되어 그 가능성을 꽃피우기도 전에 허덕거리고 있는 시점이다.

3차 버전은 가장 오래되고 가장 끈질기고 가장 역동적인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거물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다. 운영체제에 TV에 연결해서 볼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시나리오를 들이대 '윈도우 미디어센터'라는 저주받은 걸작을 내놓았던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시작되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기술을 보여주는 전시관 이름이 '홈'이며 거실과 주방은 신제품을 적용시키는 주된 공략 대상이다.

IBM 역시 인터넷과 TV와의 결합은 너무나 당연한 결합으로 믿고 지난 수년 간의 연구를 지속해오고 있으며 TV에 새로운 PC와 유사한 두뇌를 공급하기 위한 인텔의 노력도 가전사의 입맛에 맞는 대량생산을 위한 '원가 절감'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러한 거실 점령을 위한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기술은 그동안 시큰둥했던 가전사들의 마음도 움직이면서 삼성 야후!위젯TV 등의 시제품을 거쳐 삼성 인터넷@TV라는 새로운 진영을 갖추게 되었다.

2009년 인터넷과 TV의 만남을 보여주었던 [인터넷@TV 동영상]을 보면 인터넷과 TV는 이제 유기적인 연결성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또한 삼성은 여기에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마켓인 앱스토어 개념을 더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진출을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이미 애플은 아이패드를 내놓으면서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닌 스마트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보여주게 되었다. 누구는 아이패드를 '킨들 킬러'라는 별명 처럼 역동적인 전자책 개념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 같지만 미안하게도 이 아이패드는 그렇게 단순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이 디스플레이 개념은 이미 상당히 오래 전부터 업계가 줄기차게 노력해온 디스플레이 단말의 모습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03년 사업을 포기하면서 그동안 태블릿 PC쪽으로만 진행되어 온 스마트 디스플레이 사업은 국내 삼보와 LG 등이 시도했다가 초라하게 막을 내린 바 있다.

애플 아이패드 데모 설명 때 주목할만한 영상이 짧게 스치듯 지나가는데 이 장면은 TV와 연결하여 실시간으로 스포츠 기록을 분석하고 스포츠 판타지 게임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추후 애플 TV의 새로운 버전이 나와보면 아이패드의 역할이 좀더 분명해질 것으로 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구글의 차례가 된 것이다. 구글은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스마트 TV의 개념을 총 집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혹자는 이런 모습을 '트렌드 짬뽕'으로 폄훼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구글의 확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충분할 것 같다.



구글 TV 보도자료를 요약한 뉴스 형식으로 풀어보면 이렇게 적을 수 있겠다.

구글TV, 거실 침공 본격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구글TV가 마침내 공개됐다. 구글은 지난 21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Google I/O Conference)에서 업계 대표 기업들과 공동으로 구글TV 개발을 위한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TV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 모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인텔, 소니, 로지텍, 베스트바이, 디쉬 네트워크와 어도비 등의 협력사와 긴밀한 구글TV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구글은 이날 행사에서 구글TV의 개략적인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서비스 사양을 공개했다. 먼저 최근 스마트폰에 사용되어 주목받고 있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기반하며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한다. 이른 통해 사용자는 기존의 모든 방송을 시청하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어도비 플래시 콘텐츠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플래시를 배격한 애플과는 차별화를 시도하게 된다. 또한 인텔사의 최신 가전제품용 칩인 아톰 프로세서 CE4100를 탑재하여 홈시어터 수준의 A/V 환경을 구현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소니와 로지텍은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구글 플랫폼을 적용한 구글 TV를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글은 제품이 출시 시점에는 위성 TV 업체인 디쉬 네트워크와 협력해 수백개의 채널을 이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구글TV 보도자료 전문 펼치기..


일단 소비자로서, 그리고 콘텐츠 미디어 업계 종사자로서 이러한 거실 쟁탈전은 매우 흥미로운 사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가 만족할만한 스마트한 TV를 본 적이 없다. 또한 거실 속 세상이 펼쳐질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기에 우리의 TV 시청 습관은 너무나 수동적이다. 검색 입력 방식 개선과 콘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거실에서 여러 명이 하나의 디스플레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 채널 돌리기 이상의 다른 조작이 그리 쉽게 받아들여지진 않을 것이다.

구글이든 어디든 사실 궁극적으로 거실을 타깃으로 한다는 것은 스마트한 광고 플랫폼으로서의 TV의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봐야할 것이다. 또한 사용자 경험의 연속선에 자신의 서비스가 배제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아이템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자기방 PC와 모바일, 그리고 거실에서 같은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이란 상상은 서비스 사업자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TV를 점령하게 될 미래의 TV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스마트 TV'라는 용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용어를 사용해 미래의 TV 모습을 현재의 사업적 현실성과 접목해 상상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5가지 조건을 갖춘 TV를 스마트 TV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지역 차별 없는 전 지구적 콘텐츠
TV와 공중파는 전통적인 로컬 비즈니스다. 즉, 해당 지역, 국가에 한정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전파보다 광범위한 매개체가 없던 시절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그 광범위한 전파적 특성은 영향력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는 권력이 되었고 이는 '전파'라는 공공재를 활용한 것이어서 유한한 전파 자원을 국가가 관리하고 이를 활용할 권리를 부여받는 형태로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집중도가 높고 타 지역과의 단절을 통해 안정적인 경쟁 환경을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 그리고 감시를 받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중파의 영역을 넘는 전지구적인 매개체가 등장했으니,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은 전지구적인 전파 영향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유튜브가 인도의 크리켓 전경기를 중계하고 U2 공연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이미 영상 콘텐츠는 이미 국경이나 지역적 한계를 손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향후 나오게 될 모든 스마트TV는 이러한 전지구적인 콘텐츠를 실시간 중계해주는데 주력할 것이고 이는 기존의 공중파 TV 진영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 이미 유튜브에서는 HD 영상과 3D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2. 3D 공중 마우스 콘트롤러
이번 구글TV의 발표를 보면서 로지텍이란 회사가 들어 있다는 것을 보면 손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동안 PC와 TV를 구분짓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입력하는 도구'의 차이였다고 할 수 있다. PC는 키보드를 두고 직접 무언가를 입력하여 아웃풋을 받는 구조였다면 반대로 TV는 끊임 없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를 정하는 아주 단순한 채널 선택 정도가 '입력'이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디스플레이가 그 특성을 잃어가고 타 매체적 특성들을 흡수하고 융합하면서 입력에 있어서만큼은 '높은 자유도'를 원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음성입력' 또는 무선 키보드와 '제스처 입력이 가능한 3D 공중 마우스 콘트롤러가 대중화되는 계기를 만들 것으로 본다. 이미 우리는 이런 양상을 닌텐도 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3. TV 앱스토어
삼성이 CES에서 야심차게 앱스토어 개념을 적용한 인터넷@TV를 선보였는데 허무하게도 우리의 기자님들은 3D TV에만 현혹되어 기사를 쏟아내셨다. 3D TV는 콘텐츠와 단말 산업의 합작품이라면 인터넷@TV 개념은 서비스와 콘텐츠, 그리고 통신과 단말 산업이 모두 포괄되는 광범위한 산업적 파급력을 가졌다. 하지만 기자들에게 '단편적인 인상'은 3D에 꽂혀 있었고 마침 아바타는 전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TV 앱스토어가 삼성전자의 당초 취지와는 별개로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긴 하지만 그 방향성만큼은 대세를 이룰 것이 분명하다. 왜냐 하면 스마트폰에서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 즉 어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이 빠르게 멀티 플랫폼화되고 있는 양상을 볼 때 TV로의 진출은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4. 소셜 커뮤니티
소셜 커뮤니티, 또는 소셜 미디어, 소셜 네트워크의 새로운 시프트업(단계도약)은 역시 TV 속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실 1 TV를 상정한다면 개인의 이용을 상정한 소셜 서비스와의 연동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사실상 우리는 1인 多TV 시대에 진입해 있다. TV 단말기는 개인화되고 있다. 따라서 거실 TV는 그 중심에 있는 홈 허브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와 위룰 같은 서비스는 당장에 TV와 접목해도 어색하지 않은 서비스가 될 것이며 단체로 머리를 싸매고 하게 되는 역할 게임이라거나 단체로 몰입하는 캐주얼 게임 등도 소셜 커뮤니티와 엮이면서 TV를 다기능 단말기로 인식하게 해줄 것으로 본다. 콘텐츠의 개인화는 좀더 가속화되며 개인 방송국의 다수 출현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될 개연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무엇이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5. 주변 기기와의 결합 연동
무엇보다 스마트폰, 스마트디스플레이와의 연동, 그리고 계정을 통한 동일한 사용자 경험, 동시적인 콘텐츠 전송에 있어서 TV는 주변기기와의 연동성에 좀더 신경을 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IPv6의 보급이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욱 주목할만한 상황이다.

각 기기가 독자적인 주소와 계정을 부여 받는 상황이며 이 기기들은 상호 간섭과 연동, 전달을 유기적으로 가져갈 것이다. 독자적인 플랫폼에 특정한 기기만 사용되는 상황보다는 소프트웨어든 서비스든 각 단말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환경은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4스크린 전략은 데이터 전송량의 폭증은 물론 기기간 일관된 사용성을 제공해야 하고 콘텐츠의 유기적인 연결성 역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아마도 앞의 스마트 TV의 조건들과 달리 가장 길고 지루하게, 그리고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KT나 SKT 등의 대형 통신사들의 의지에 따라 의외로 쉽게 구현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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