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드는 생각이 아니다.

이 블로그, 그러니까 '링블로그'를 만들 때부터 고민하던 생각이다.

과연 기자들의 미래는 있는 것일까, 지금 기자라는 직종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붙어 있을 정도로 충분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란 고민에서 출발했다. 기자에게도 이직과 전직 교육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정말 많은 '전직 기자'들이 생겨날텐데 이들에게 미래는 어떤 것일까. 논술 교사? 프리랜서 기자? 저술가? 대필가? 기업체 사장? 요식업체 사장? 포털 뉴스 편집 담당자? 기업체 홍보담당자?... 딱히 기자 출신에게 이렇다 할 어울리는 직종이 적은 것 같기도 하고 넓게 생각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정작 '전직 기자'에게 '자유자재로 글을 뽑아내는 재주'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배포' 정도 말고는 써먹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풍부한 인맥? ㅋㅋ 내가 장담하는데 '기자'라는 타이틀을 떼는 순간, 끊임없이 나를 찾아주던 주소록에 있던 2만 명의 사람들 가운데 단 20명도 평상시 연락하기 힘들 것이다.

어찌됐든 그만이 인지했던 2000년대 중반 이후의 지금 상황은 조만간 '실업 기자'들이 대거 양산될 것이란 불안감이 있었다. 그들은 내 선배이자 후배일 것이고 이들이 잘 버틴다고 한들 예전 처럼 기자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일단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링블로그'를 만들어서 전직 기자들이 '글 쓰고자 하는 욕망'을 해소하는 창구를 만들어 볼까 생각했다. 상업용 글쓰기가 아닌 정말 쓰고 싶은 글쓰기를 하는 새로운 창구 말이다. 딱히 언론이나 미디어라는 구식 범주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포함해서 전직 기자들에게는 커뮤니티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블로그 서비스 이름을 '링블로그'라 이름 짓고 그 하위로 '그만의 아이디어'라는 블로그 이름을 달아놓은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에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어쨌든 이 링블로그는 '정보의 소유'로 돈을 버는 기존 미디어와 다른 정보의 공유를 통한 파생 비즈니스(예를 들어 강연 같은)에 관심을 돌렸던 것이다.

어찌하여 지금은 그만 혼자 이 '링블로그'란 블로그형 커뮤니티를 분류하는 용어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직 기자들의 새로운 '자활 쉼터' 같은 역할을 고민했었더랬다.

지금은? 그냥 개인 블로그로 남아 있다. ㅋ

얼마 전, 모종의 기회를 통해 현직 기자들을 만날 자리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이미 10년차 이상의 기자 생활을 해왔고 수많은 수습기자를 가르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내게 '기자란~' 하면서 현재 자신들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뭐 그리 밝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

그만이 물었다. 사실은 지금쯤이면 다들 생각이 좀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혹시 기자들, 그러니까 미래를 준비하는 기자들이라거나 아니면 회사가 좀 어려워지는 것을 직감하고 자신들이 해고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이라면 '전직 프로그램'이라거나 '이직 준비 교육 프로그램' 같은 것을 원하지 않을까요?"

단호했다.

"아뇨. 아마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교육 대상이 된다고 해도 싫다고 할 것이고 은밀히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해도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누가 그런 것을 하겠어요."

그도 그럴 것이 말 많은 동네에서 '나 회사 나갈거요', 또는 '나 조만간 쫓겨날거요'라는 의미의 '전직 교육이나 이직 교육'이 반가울 리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회사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기자를 하다가 사진 기자로, 또는 사진 기자를 하다가 동영상 카메라 기자로 또는 모종의 자격증 등을 따서 특별한 분야의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하진 않을까. 그런 교육이 있다면 참여할까?

역시 "아마 없을 겁니다"라는 답변이었다. 그런 걸 생각할 정도의 여유가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정서상 그런 생각을 해서 실제로 움직여본들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안다고도 답했다.

그들은 바뀌지 않는다. 아니 바뀌고 싶어도 바뀔 수 없는 환경 속에 갇혀 있다.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마력 같은 것이다. 그들은 당장 회사가 자신들을 버린다고 해도 어떻게든 '기자'라는 신분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 기자들이 다시 모여서 비슷한 종류의 언론사를 하나 차려 놓고 전 직장에서 했던 행동을 그대로 이어나가면서 바로 어제 이야기 한 '좀비언론'이 되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장에 의해 언론사 직원들이 내동댕이 쳐진 경우는 IMF 이후로는 드물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사도 조만간 자칫 '대량 해고'나 최소한 '점진적 구조조정'이라는 파고를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한국 신문시장은 특정한 변수가 생기면 한꺼번에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는 위험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천천히 변하고 있지만 한국은 일거에 지각변동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MMS(Multi Mode Service), 모바일 뉴스소비의 급증, 신문방송 겸영 등 폭발력있는 의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변화가 순조롭지 못하면 미디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한국 신문시장은 ‘출구’가 없어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 프리랜서 기자 시스템은 물론 고급 미디어인력이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와 문화가 마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한국 신문계는 ‘무대책’에 가깝다.

美신문 변화, 한국에 영향 미칠까…변화 느리지만 결국엔 같은 방향…“대규모 실업 가능성”[한국기자협회]


그만은 개인적으로 기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언론사 바깥으로 내동댕이 쳐져 정글을 맞닥뜨리는 순간 큰 절망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들의 재능이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은 아닐테지만 세상은 '실무에 능통한 직원'을 바라지 파워포인트 작성은 물론 워드 문서나 기안문서 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하는 나이만 든 신입사원을 원치 않는다.

물론 학계나 홍보업계, 유사 언론 기관이나 협회 등 단체, 관공서 행정직 등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많긴 하지만 기자들의 습성상 평소 해왔던 업무 태도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환경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미리 배우고 조금만 더 깊이 배우면 기자들의 지식 습득 속도나 광범위한 호기심으로 인해 좀더 이직이나 전직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 경영이나 일반 사업체 경영, 또는 전략 업무 등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직 기자들이 조금은 생뚱맞은 생업이나 현업을 찾아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이 좀더 쉽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여유 있을 때 취재 다니면서 세상의 소식을 이야기하는 저널리스트가 되어주길 바란다.

또한 당연히 앞에서 말했던 대량 실업 등의 사태가 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 되지 않길 바란다. 그들이 그들의 자리에서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좀더 나은 세상의 정보를 쌓는 역할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길 바란다. 만일 그들에게 그런 안전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더라도 진정 그들이 '직업 기자'가 아니라 독립된 '저널리스트', 또는 '언론인'으로서 살아남길 바란다.

* 너는 그런 교육 받아봤니? 라고 물어보는 분에게... 저는 기자를 그만두기 전 5년 동안 홀로서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독학하고 실험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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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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