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저널리즘과 게으른 기자

Column Ring 2012/12/23 01:11 Posted by 그만
* 시사인에서는 제목을 "신기술과 기자"로 바꿔놓았던데요. 이 블로그에서는 원문 그대로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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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가구 구독률은 20%대로 곤두박질치고 있고 방송사 뉴스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무관심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주간지와 전문잡지의 전성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이제 현장 기자들은 잘 못 느끼지만 조금만 언론사 밖으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언론 산업 전체가 위기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저널리즘은 이렇게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간혹 이런저런 일로 기자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저널리즘이고 뭐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말한다. 무가지는 스마트폰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찬밥 신세이고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곧 있을 뉴스 스탠드 도입으로 인해 트래픽 폭락에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쪽에서 잘 되는 것도 아니다. 종편으로 확장의 기회를 보았던 언론사들은 어떻게든 먹고는 살 것 같은데 이게 미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 도대체 언론사들과 기자들에게 미래는 없는 것일까?

언론사에게는 미래가 그리 밝지 않지만 기자, 즉 프로 저널리스트에게는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바로 신기술이 저널리스트들에게 큰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신기술들을 애써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에어드론이라는 비행체가 있다. 애들 장난감 같은 이 비행체는 4개의 프로펠러로 동작하여 전후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헬리곱터 장난감이다. 하지만 미국 내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사들은 이 장난감에 주목하고 있다. 심지어 ‘드론 저널리즘’이란 말까지 나왔고 실제로 드론 저널리즘 연구소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에 드론저널리즘 연구소가 있다.

이 장난감이 저널리즘과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에어드론이란 비행체는 공중에서 전후좌우 비행을 하게 되는데 이 비행체를 움직일 수 있는 장치로 스마트폰과 스마트 패드가 사용될 수 있다. 드론에는 앞과 아래를 볼 수 있는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와이파이를 통해 스마트 기기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내준다. 녹화와 촬영은 당연히 된다. 이 비행체는 안정감 있는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유로 시위 현장이나 사건 사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저널리즘과의 접목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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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러시아 등에서는 현지 언론이 에어드론을 띄워 시위 현장을 공중에서 안전하게 조망할 수 있었다.

우리 언론에서 흔하게 사용되는 매년 추석 등 명절, 또는 단풍철 등산객 촬영용 헬리콥터는 비용이 만만치 않고 너무 시끄러워서 현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힘든 단점이 있는데 에어드론은 이런 자료화면을 담는 용도로도 제격이다. 최근 정글을 배경으로 한 연예인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이 비행체가 사용되면서 역동적인 화면을 제공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한 대선 후보의 광화문 집회 장면을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 조작되어 유포되기도 했는데 당시 현장 사진을 제공한 사진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조작된 사진이 버젓이 유통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 드론이 동영상과 무수한 스틸 사진을 남겨놓았다면 전혀 다른 양상이었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응원 장면이나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일명 광우병 촛불 집회) 당시 드론이 있었다면 훨씬 현장감 있는 모습으로 비쳐졌을 것이다.

얼마 전부터 포브스닷컴 사이트에는 정체불명의 기자가 등장했다. 이 기자의 기사는 무덤덤하고 건조한 정보를 전달한다. 바로 ‘내러티브 사이언스(Narrative Science)’가 그 기자(?)다. 내러티브 사이언스가 제공한 기사는 사실 기계가 인공지능에 의해 주어진 정보를 재조합하여 하나의 완성된 기사로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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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학자들이나 언론인들은 기계가 도표나 숫자 등이 포함된 정보를 재배열하여 문장으로 완성할 수는 있으나 인간의 문장 구성능력을 따라오려면 멀었다고 우려를 표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필자는 실제로 인터넷 언론사에서 증권 부문 기자를 하면서 장이 열리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쏟아지는 실적 자료와 공시 자료를 기사로 옮기는 작업을 했다. 하루에 무려 30개의 기사를 써야 할 때도 있었다. 지금 포털에 목을 메고 있는 언론사 기자들 가운데 수많은 기자들이 이렇게 익명이나 가상의 별명으로 기계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인기검색어에 뜬 단어를 찾아 그 내용을 요약해 재배포 하는 게 전부인 기사가 엄청나게 많다.

차라리 이 정도 수준의 기사라면 컴퓨터에 맡기는 것이 훨씬 부담도 적고 생산성도 높지 않겠는가. 내러티브 사이언스 처럼 자동 문장 완성기로 단신을 처리하고 남는 인원이나 남는 시간에 해설과 탐사에 집중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저널리즘 환경이 될 수 있다.

필자는 오랫 동안 기자들에게 신기술을 적극 저널리즘에 활용하라고 주문해왔다. 창간호부터 디지털로 신문을 스캔해서 서비스하는 뉴스라이브러리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꼼꼼하게 비교해보면 새로운 데이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독자들과 구글 닥스로 기사 초안을 공개하고 설문하고 문장을 독자들과 함게 실시간으로 완성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실시간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라이브 블로깅을 시도하는 것도 권했고 스마트폰을 통한 스트리밍 동영상을 유스트림에 올리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RC 자동차에 카메라를 달아 자전거길이나 장애인 보도블록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방법도 제시했다. 스카이프나 구글 화상회의 시스템인 행아웃을 통한 실시간 집단 인터뷰나 대담도, 자사 기자만이 아닌 아예 외부 인력을 네트워크로 엮어 소식을 재조합 재확산시키는 영향력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활용법도 제시했다.

저널리즘이 너절리즘이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런 모든 신기술을 활용하여 저널리즘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눈과 귀를 닫고 외치는 게으른 기자들의 하소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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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275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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