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G20이 중요해지지 않는 순간

Ring Idea 2010/11/08 08:34 Posted by 그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툭하면 '교육'과 '계몽'을 들이대는 경향이 있다.

뭐만 있으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런 '교육 몰입'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왜? 프레임을 기정 사실화시키는 것이 교육이고 그 교육으로 인해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것 자체가 기존의 프레임을 흔들 목적이 아니라 기존의 사상체계를 인정하고 그로 인해 표준화된 인식을 주입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 지식에 대한 적합성을 평가하게 된다. 이 놀라운 체계는 사회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기존 질서 변화를 늦추게도 한다.

지겹도록 강조하지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수직적인 체계의 교육이 나쁘다 좋다의 의미가 아니다. 그런 역할이란 의미다.

문제는 '미디어 교육'이다.

한때 우린 '신문소프트'라는 걸출한 책을 만난 적이 있었다. 신문소프트는 말 그대로 신문에 난 내용을 잘 해석하고 어떻게 하면 내게 유리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론이다. 이후에는 NIE라는 신문활용 교육을 받은 적도 있다. 신문을 스크랩하고 신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하는 식이다. 지금도 역시 이런 비슷한 내용의 교육은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교육들은 대부분 '수용자 교육'이거나 '단발성 생산자 체험 교육'이다.

수용자 교육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로서의 교육은 사람들의 의식을 수동적인 메시지 체득에 머문다는 점에서 한계가 많다.

신문이나 기타 미디어가 메시지를 발신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역으로 미디어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런 과정은 '프레임'에 갇히게 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메시지에는 몇 가지 팩트와 해석이 담겨져 있는데 수용자의 태도는 이 팩트를 수용하거나 의심하게된다. 또는 미디어가 제시하는 해석에 대해 수용이나 반대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미디어의 프레임에 갇히게 되어 다양한 의제를 수용하기 힘들게 되는 경향이 있다.

G20의 사례를 보자.

"G20은 국제적인 행사이며 우리가 의장국으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라는 메시지가 미디어를 통해 등장한다.

수용자 교육은 이 의제에 대한 해체와 의도 파악에 주안점을 두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G20 은 전세계를 대변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자 나라 몇이 모여서 서로의 고민을 풀어 놓고 자신들이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다분히 '미디어를 위한 쇼'에 불과하다. 또한 전세계의 정상이 모여서 상호 외교적 수사를 동원하여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내용을 연신 내놓으면서 그 이슈를 전파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행사를 준비하면서 "전세계가 보고 있다"는 식의 얼토당토 않은 주장을 내놓고 정부가 이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과잉 행동을 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어떤가. 매우 비판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며 여기서 우리는 다양한 의견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프레임'에 우리가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보라. G20보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은 더 많다. 이런 비판이 G20에 대한 의제를 더 돋보이게 하는 미끼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미디어는 마치 우리 모두가 관심 있어 하는 대상으로 'G20'을 상정해 놓았고 우리는 그 프레임을 거부하기 힘들다.

쉽게 이야기해서 권력자가 대중을 향해 제기한 프레임은 의제로서 역할을 하게 되고 수용자들은 이 프레임에 갇힌다는 의미다.

재미있는 것은 이미 우리의 관심은 G20에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가 연속으로 특별기획을 쏟아내고 각종 매체가 G20 행사에 대한 뉴스를 쏟아내도 우린 별달리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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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쓰레기 사건 이전에는 G20을 자발적으로 검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도 이 행사가 무의미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여기서 비판론자마저 인지 부조화에 빠지게 된다. 이런 부조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적극적인 거부를 택하거나 사안의 해체와 분석이 동원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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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bit.ly/cluosn



G20이 거론되는 방식은 그래서 비판적이다. 서대문구의 음식물쓰레기를 내다놓지 말라는 홍보전단이 문제가 되는 것 처럼 프레임 안에서의 극단적인 메시지 충돌을 목격하기도 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일반적인 에티켓 자체의 홍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G20과의 무리한 연계는 비판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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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서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메시지가 순수함을 강조하고 나선다. 따져보면 에티켓 지키자는 것이 나쁘게 비쳐진다는 것 자체가 어색하지 않은가. 받아들이는 수용자에게 죄책감을 들게 만드는 메시지 기법이다.

프레임은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 링블로그에서 화제가 되었던 네이버 폐쇄성 해명, 한국 인터넷 모독 에서 글쓴이가 글에서 '네이버가 개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없음에도 글쓴이를 '개방 찬양자'로 프레임을 씌우고 개방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며, 개방되지 않아서 성공한 네이버가 나쁜 것은 아니라며 논점과 벗어나는 반론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흥미로운 상황은 정답을 맞추는 교육을 받아왔던 우리들이 공적인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과정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스스로의 사고에 의한 창조적 의견 제시보다는 남이 제시한 의견이나 의제에 대한 평가와 해체, 그리고 수용에 대한 자가 판단이 습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글을 쓰는 나조차 지금껏 길들여져왔던 습관을 바꾸기 힘들다.

그래서 말인데, 이제는 미디어 수용자 교육보다는 미디어 생산자 교육을 통해 스스로 사고하고 의제를 독자적으로 구성하여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이 이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G20의 캠페인이 '여러분에게 G20은 무엇입니까, G20에서 다뤄져야 하는 의제로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지금처럼 계몽적이고 강압적인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G20만을 위한 에티켓이란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전세계가 지켜본다"고 하는데 그 전세계에 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데 도대체 전세계란 사람은 누구인지도 궁금하다.

* 출근하는 길에 경찰들과 의경들이 전철역에 배치돼 있는 것을 봤다. G20 개최가 가까이 왔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응?)

* G20에 대한 외국인의 생각이 궁금해요? 라이브트윗이 준비돼 있습니다. ㅋ https://twitter.com/#!/search/%23g20media or http://co-up.com/theworldiswatching/

* 참고 : 국내 거주 외국인이 보는 G20 홍보 메시지 The World is Watching…
  http://nanoomi.net/archives/4656 [Nanoom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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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블로그 주인장 그만입니다. 그만에 대한 설명은 http://ringblog.net/notice/1237 공지글을 참고하세요. 제 글은 CC가 적용된 글로 출처를 표기하시고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퍼가셔도 됩니다. 다만 글은 이후에 계속 수정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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