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다. 물론 사후 수습을 하면서 보완해야 할 점들이 지적되고 재난을 미리 예측할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 지적되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불가항력'이다. 우린 일상을 살고 있으면서 늘 재난을 대비하진 않긴 때문이다.

지난 주말 충격을 주었던 일본의 최악의 재난을 보면서 일본의 놀라운 침착성과 반면 우리나라 언론의 호들갑을 보면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재난이나 사고 보도에 있어서 늘 언론사는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과 일이 진행될 때는 반드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팩트(사실)'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섣불리 예단하지 말고 어설프게 진단하지 말며 과잉된 감정 상태를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사들은 침착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시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쓰나미가 덥칠 때 헬리콥터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관조'하는 느낌이다. 자동차가 피하려다 휩쓸리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생방송에서는 그 장면을 중간에 멈추고 다른 장면으로 전환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유족들의 울부짖는 모습을 인터뷰하거나 시신을 붙잡고 통곡하는 장면을 내보내지도 않는다. 생필품이 사재기로 텅 비어 있었지만 '사재기'나 '약탈'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남들을 보고 행동하고 남을 의식하는 문화라고 분석하지만 이는 현실 세계의 '관찰자'로서의 언론사 역할에 충실한 태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언론은 어떨까.

놀라울 정도로 자극적이다. 가판대에 올려진 신문들은 '일본 침몰', '사망자 9만명 넘을 수도' 등 자극적인 수사가 동원된다. '사상 최악의', '대참사', '혼란', '마을이 송두리째', '체르노빌 악몽' 등 감정 섞이고 판단이 섞인 형용사가 손쉽게 등장한다. 일부는 현실 그대로일 수 있지만 과장되고 선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파원들은 현지 기자들도 시도하지 않는 유족과의 인터뷰를 하거나 한국에 와 있는 일본 관광객의 눈시울이 적셔지기를 기다리며 클로즈업 화면으로 인터뷰를 시도한다.

누군가 과격한 표정과 힘들어하는 모습이라도 잡히면 반복적으로 그 장면을 사용하며, 부서지고 찢겨지고 무너지는 장면은 무한 반복된다.

더 황당한 것은 섣부른 판단으로 '위기' '대재앙' '대지진 전조' '한반도도 위험하다' 등의 확대해석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일부 잘못된 발언이나 어처구니 없는 망언들을 실어나르며 독자들의 분노를 자극한다. 그리고 다시 그 발언의 비판을 싣는 등 악순환 고리를 억지로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과학적이지 않은 지나친 예측은 미국도 방사능 영향권에 들어가 있을 수 있다는 등 만에 하나 한국에게 피해가 있을 수도 있다는 등 수많은 억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과의 비교는 없이 제목은 온통 '체르노빌'이 등장하여 수만명의 피해를 점치고 있다.

누군가의 인재임을 들춰내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 재난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장면인데 놀랍게도 일본의 재난에서는 이처럼 인재임을 들춰내기 위한 노력을 하진 못하고 있다. 일부 원전 운영사의 비리 등을 들춰내려는 시도는 하고 있지만 역시 외신에 의존해 수박 겉핥기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자체 취재 능력이 안 돼서라고 봐야 한다.

재난 보도의 가장 기본은 사건의 진행중이라면 반드시 사실에 기반하고 사건의 진행에 집중해야 한다. 지나치게 현상 분석에 개입하지 말며, 감정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

다른 건 몰라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사까지는 참겠지만 구태여 '비탄에 빠진 유족'들 운운하며 그들의 눈물을 억지로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과 독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보도는 자제되었으면 한다.

유족 인터뷰 안 하고 시신 수습 멀리서 찍고 … 절제 돋보인 NHK [중앙일보]

일본 대지진에 '밑천' 드러내는 한국 사회 [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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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2:45 2011/03/15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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