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잘 하고 있는', 또는 '잘 되고 있는' 곳은 그 나름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중장기 적으로 어떤 모양새가 서로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 이건 아닌데' 싶은 경우가 있죠.

오늘도 대형 웹2.0 컨퍼런스가 삼성동에서 열렸는데요... 거의 같은 메시지였다고 할 수 있찌만 이번 컨퍼런스는 어떻게 구체화 할 수 있느냐를 보여주는 자리였죠.

근데.. 좀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쪽의 웹2.0 지형도는 조금(아주 많이)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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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2.0'이란 키워드가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술 업계에 화두가 되면서 '꼬리표 달기(tagging)'와 '긴 꼬리(long tail)'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흔히 `사람들에 의한 분류법(Folk+order+nomos)’으로 알려진 폭소노미는 키워드로 분류하기, 태그 붙이기(tagging), 또는 꼬리표 붙이기 정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블로거가 인터넷과 관련된 글을 써 놓고 `인터넷`, `웹` 등의 태그를 붙이면 이 태그만으로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성되는 방식이다. 야후가 인수해 화제가 된 플리커(www.flickr.com), 딜리셔스(del.icio.us) 등이 이런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긴 꼬리(long tail)'란 산업화 과정에서 나온 이론으로 전통 기업에서 '선택과 집중'의 이론으로 종종 등장한다.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파레토의 이름을 딴 '파레토 법칙' 또는 '2080법칙'은 20%의 소비자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경향, 국민의 20%가 전체 부(富)의 80%를 차지하는 경향, 직장에서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하는 경향 등을 설명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때 산업사회 및 초기 인터넷 산업이 왼쪽의 집중적인 20%의 높은 고지를 점령하려는 시도에 집중됐다면 최근 불고 있는 웹 2.0은 오른쪽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꼬리'에 집중하게 된다. 여기서 나온 말이 '긴 꼬리(long tail)'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웹2.0 컨퍼런스 때마다 어떤 포털이든, 어떤 신기술 전문가든 이 '긴 꼬리'에 주목하라는 주문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긴 꼬리를 형성하는 중심에는 '사용자'들이 있다고 말하고 이들에게 '아주 작은 호기심', '아주 사소한 질문과 답변', '아주 세밀한 정보' 등 대중적이지 않은 콘텐츠의 생산을 유도하는 플랫폼을 제공해야 웹2.0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큰 머리와 긴 꼬리는 있으나 '몸통'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통용되는 이 긴 꼬리 곡선의 몸통은 그다지 투텁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월 15일 열린 '웹 2.0 컨퍼런스'에서 패널 토론 때 한국이 웹 2.0으로의 진입이 더딘 것에 대해 검색엔진 마스터 전병국 대표는 "각 사이트가 자신만의 색깔 잃어버리고 국내시장이 거대한 폐쇄된 웹이 있고 구석구석에 오픈된 웹이 있는 형태라서, 미국처럼 하기에는 어려움 있다"고 주장했다.

꼬리가 길어지고 있는 현상과 함께 지나치게 머리가 커지고 집중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같은 날 네이버도 같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강준열 NHN 서비스전략팀장은 긴 꼬리의 가능성을 설명하면서도 “국내 몇개 포털 사이트가 트래픽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서비스 환경에서는 긴 꼬리 생태계를 위한 환경이 미미한 실정”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이렇게 자꾸 줄어만 가는 '몸통'의 목소리가 오늘 나왔다. 디시인사이드, 웃긴대학, 미디어몹 등 30여개 인터넷 업체들이 포털의 집중화로 인한 인터넷 콘텐츠의 하향 평준화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하겠다며 ‘한국인터넷콘텐츠협회(KICU)’를 발족한 것.

오늘 총회에서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양극화가 최근 사회적 이슈이지만 가장 첨단이라는 인터넷 영역에서 오히려 양극화가 가장 심각하다”며 창작자들의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할 인터넷에서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개별 사이트들이 아닌,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몇몇 포털 업체에만 수익과 트래픽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협회의 발족은 일부 포털 사이트들이 최근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데 반해 정작 인터넷 업체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혜성처럼 등장하는 새로운 사이트나 플래시, 인터넷 만화 등이 최근 몇 년간 자취를 감추고 대부분의 콘텐츠가 포털에서만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콘텐츠의 측면에서 '하향평준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디어몹 최내현 편집장은 “이미 각 신문들이 예전에는 연재하던 ‘유명인들의 사이트 즐겨찾기’ 코너가 사라진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현재와 같은 풍토에서라면 과거 ‘딴지일보’와 같은 사이트는 더 이상 나타날 수 없다”고 밝히고, “포털을 통해 전체 인터넷 콘텐츠계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다 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는 이를 위해서 회원사들의 권익을 도모하기 위한 공동의 광고 수주 및 집행 사업과, 기존 포털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많은 콘텐츠를 네티즌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허브 사이트의 구축 등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다.

포털의 대형화에 따른 그늘에는 스포츠 전문 사이트, 각종 콘텐츠 전문 사이트 등도 포함된다. 일부는 아예 '기생 미디어'로 불리며 포털에 뉴스와 정보를 공급하면서 '근근히' 살아가면서 이마저도 떨어져 나갈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최근 신생 인터넷 신문사 중 한 곳의 기자는 "포털 관계자들과 면담하다 보면 어느새 어쩔 수 없이 기사를 공짜로 줘야 하는 분위기로 바뀐다"면서 매체 영향력 때문이라도 어쩔 수 없이 포털의 콘텐츠 유통 영향력에 기대야 한다고 토로했다.

최근 전문 블로그 서비스인 '이글루스'가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 되는 등 사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독립 서비스들 조차 자금난을 호소하며 대형 포털이 손을 내밀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등 한국 인터넷 산업 지형이 지나치게 양극화 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넷 업계가 머리와 긴 꼬리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웹 2.0 지형도는 몸통이 마른 기형적인 뾰족한 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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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3 16:34 2006/03/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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