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희망의 끈 마저 놓게 만든 글들이다.
브리핑룸 축소, 알권리 제약한다 [민주언론 시민연합]
기자실 통폐합, 궁색한 논리 [미디어오늘]<- 특히 여기! 제게 기자 사회에 대한 냉철한 자기 비판을 보여줬던 유일한 신문이었는데.. 댓글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저도 댓글을 남기려다 안 남겼습니다.
언론기자실 통폐합은 현대판 분서갱유, 국정홍보처 폐지하겠다[한나라당]
그만은 아래 두 글에서 기자실 폐쇄에 대한 반발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지 말한 바 있다.
2007/05/22 기자실 폐쇄가 위헌?
2007/05/22 기자실, 그 달콤한 허니팟
기자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기자실 폐쇄에 대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언론들은 뭔가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언론들이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정보 공개'에 대한 적극적인 정부의 의지였다.
중앙부처에 기자실이 없어도 되는 이유는 많다.
1. 소수 기자들에게만 개방돼 있어 정보 왜곡과 편중, 암묵적 편향성이 드러난다.
2.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므로 언론사만 이용해서는 안 된다.
3. 권-언 유착의 상징이다.
4. 기자실이 있어서 권력 감시가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5. 모든 특종은 기자실이 아닌 곳에서 비롯됐다.
6. 보도자료는 인터넷으로 얼마든지 받을 수 있다.
7. 정부 관계자를 굳이 기자실에서 만날 필요 없다.
언론사들이 혼란에 빠져 있는지 요즘 생뚱맞게 '기자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라는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첨부터 그러지 그랬어..--;;)
또는 '왜 정부가 앞장서서 언론 개혁을 말하나. 언론들의 취재 관행을 왜 정부가 왈가왈부하는가'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왜 진즉에 개혁하고 자체적으로 기자단 해체식이라도 갖지 못했나. 언론은 정부 인사 하나하나에 간섭하면서 내보내라 어째라하면 되고 정부는 언론사에 대해 관행 좀 바꿔봅시다 하고 제언하면 안 되나? 모든 권력기관은 서로 견제해야 한다. 유일하게 비합법적인 권력을 누리고 있는 곳이 언론이다. 언론인들이여 동의하지 못하나? 정말? 진짜로?
언론사들은 기자실 통폐합에 왜 발끈하나?
그렇다면, 왜 머리 똑똑하다고 이름난 사람들이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일까.
언론사를 비롯한 기자실 통폐합 조치와 관련해서 문제를 삼는 것은 사실상 '일방향 홍보'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보도자료를 넘는 수준의 추가 취재가 필요한 사안에 있어서 정부 관계자들이 불리한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는 면책 조항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취재를 요구해올 때는 대충 감이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노코멘트'가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 더 많다. 괜히 인용돼서 자기도 곤란하고 상사도 곤란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정책에 대한 왜곡의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 극도로 기자들을 꺼리게 돼 있다.
이럴 경우 기자들은 좀더 폭넓은 취재를 하기 위한 첫걸음부터 막막해지기 시작한다. 현장에 100명의 기자들이 왔는데 똑같은 보도자료와 브리핑을 듣고서 과연 차별화된 기사를 쓸 수 있을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더 뛰어다니고 전화하고 만나고 관련자와 인터뷰하고 자료도 더 조사하고 ... 시간과 노력이 더 들어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상 그러기 힘들다.
영세한 한국 언론, 가장 세계화되지 못한 곳
원인? 그만이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언론이 왜 개혁되지 않는지를 설명할 때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영세해서'다.
돈도 많이 받고 그런다는데.. 왜? 라고 질문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우리나라 언론의 영세성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자들이 팀장급 이상만 되면 기사 쓰기보다 기획에 더 시간이 투여된다.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 기자들은 젊다. 젊은 기자들이 더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느 이상의 위치에 가면 기획이나 팀원 관리 등의 '행정직'을 맡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회사 직원으로서의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취재가 본업인 시기는 10년 내외다. 그 이상은 현장 취재나 속보, 르포 등의 업무에서 자의반 타의반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현장에 뛰어다녀야 할 기자는 늘 부족하다. 추가하고 보충해줘야 할 팀원이 없이 단독으로 취재하고 북치고 장구치고 하려면 선수들 옆에 있어야 한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기자가 없다. 늘 기자들이 2, 3년에 한 번씩 취재처를 바꾸니 당연히 전문성을 쌓기보다 현재의 정보인 보도자료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늘 피상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는데 그나마 나보다 오래된 기자가 옆에 있으면 안면도 익히고 취재 요령도 눈동양하기 쉽다. 그래서 출입처 기자실은 근무처이기도 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업계 선후배끼리 눈을 마주쳐 인사할 수 있는 사교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서로 눈동양과 다른 이의 질문에서 새로운 사실 하나씩을 건져내는 교육장 역할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세계적인 칼럼니스트 하나 없고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하나 없는 이유는 정말 많다. 그동안의 언론 환경 자체에 대해 개혁하고 개선하기보다 신생 언론사들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현실에 안주하고 안정적인 시장 지배구조를 누려왔다는 것쯤은 이제 인정하자.
신문과 방송은 겸업이 금지 돼 있고 보도채널은 허가제이며 언론사라면 등록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다. 이러한 비 이성적인 언론관에 왜 암묵적으로 동의하며 카르텔을 유지해왔는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결국 한 가지 사안에 집중적인 취재가 힘든 환경에서 일상적인 취재 편의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면 '효율성의 덫'에 걸리고 만다. 기자실은 그러한 취재 효율성이 극대화 된 곳이다.
단순히 기사 담합과 관언 유착이 이뤄지는 은밀한 곳이라기보다 언론사들에게는 지면을 메우기 쉬운 '정보 창고' 구실을 해왔던 것이다. '알 권리' 운운은 그야말로 유치한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웃기는 것이 왜 거기에 '국민'을 갖다 붙일까? 당신들의 독자가 몇 명인지나 투명하게 밝혀라. 당신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우리나라 국민 전체가 불편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일상적인 취재 업무에 있어서 효율적이었던 기자실이 줄어든다는 말은 단지 언론사들의 취재 효율성이 좀 낮아질 것이란 이야기 정도에서 멈추면 된다.
정작 우리가 얻어내야 할 것은 '정보공개 확대'다
언론사들이 정말 들이대야 하는 것은 "취재 허용 범위 확대", 그리고 "정보 공개 확대"여야 한다. 취재원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관리는 대부분 기자실 밖에서 만난다. 그 사람은 비공식적인 채널로 말해주는 사람이며 이 사람은 어차피 그 전에도 사전 허가나 기자실과의 협의, 공보실과의 협의는 없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거다. '정당한 내용 발설과 의견 개진에 대한 보장'을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공무원들이 기자들에게 발언한 내용을 문제 삼아 정부가 해당 공무원을 골라내 징계를 주는 일 따위에 대해 문제를 삼아야 한다. 내부고발자보호법 논의로 확대해볼 것을 권한다.
또한 '정보공개 확대'에 대해 논해라. 그리고 주장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더 많은 국민에게 더 많은 정보를 더 빨리 공개하고 투명한 정책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자. 그동안 소수가 누려왔던 정보 독점에 대해 '공개'를 통해 기자와 독자, 그리고 시청자들이 똑같은 소스를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자.
왜, 이건 싫은가? 나만 더 많이 알아야 하나? 정부가 기자들에게 말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건 '국민들에게 이 내용을 좀 알려주세요.'라는 것이다. 해석을 붙이던 말던 그건 언론사 몫이다. 하지만 언론사는 그걸 이리저리 편집하게 마련이고 좀더 궁금한 국민들이 기자들에게 배포됐던 내용과 설명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토록하자.
마지막으로 이말은 꼭 하고 싶다.
정말 열심히 뛰어다니고 취재하고 전화하고 사람들과 만나고 자료를 수집해서 밤새워 고민하는 기자들.. 정말 많다는 거. 그리고 사명감 하나로 일하고 있는 박봉의 기자들이 더 많다는 거.
기자 사회 전체가 매도되는 아픔을 겪고 있지만 적어도 이런 논란이 발전적으로 흘러 그러한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 덧, 이 글에 댓글이 달렸으며 제가 답변했습니다. 본문으로 올려 게재합니다.
반대 2007/05/26 04: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재 효율성이 낮아지는 것을 인정하시는데, 그것만으로도 국민에게는 손해 아닌가요?
그리고 정보공개확대는 당연히 될 수록 좋은 건데, 그렇담 그거 먼저 한다음에 기자실을 축소하는게 순서 아닌가요? 기자실을 축소하냐 마느냐의 문제에 기자 너희들은 정보공개확대를 요구할 일이라고 해버리면... 왜 그게 기자들의 책임이 되는지 모르겠군요.
언론의 입장에서는 "정보공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지금의 현실에 기자실 축소로 접근권을 제한하면 뭐하자는 거냐" 이런 말을 할 수 있어도.. 정보공개 안하는 정부가 잘못이지 왜 언론이 뒤집어 쓰나요?
그럼 아예 정보 공개 이후로 미루던지요...
정보 공개는 안하면서 기자들마저 저 멀리 던져 놓고 보는 건 아무리 봐도 많은 언론이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아서 생긴 일로 밖에는 보이지 않군요. 그 반대였다면 축소할 생각 안했겠죠...